아시아경제
"AI는 결국 개발자가 권력"…올트먼 복귀 원천이 된 오픈AI 직원들
정현진 기자
55분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이 오픈AI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가운데 집단 퇴사 경고까지 내놓으며 그를 지지했던 인공지능(AI) 개발자 중심의 직원들이 주목받고 있다. 개발자가 귀한 AI 업계인 만큼 이들의 지지가 이사회를 압박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해 결국 올트먼의 복귀를 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AI는 결국 개발자가 권력"…올트먼 복귀 원천이 된 오픈AI 직원들
"AI는 결국 개발자가 권력"…올트먼 복귀 원천이 된 오픈AI 직원들
© 제공: 아시아경제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올트먼의 해임 직후 함께 퇴사했다가 이날 복귀한 그렉 브록먼 공동 창업자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오픈AI 본사에서 직원들과 파티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우리가 돌아왔다"는 글을 올렸다. 사진 속 오픈AI 직원들은 밝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브이 자를 내밀거나 손을 흔들었다.
지난 17일 오픈AI 이사회가 갑작스럽게 올트먼 해임 결정을 내리자 오픈AI 직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올트먼의 복귀 1차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 20일에는 임직원 770명 중 700명 이상이 올트먼이 돌아오지 않으면 사표를 내겠다는 연판장에 서명했다. 직후 올트먼이 마이크로소프트(MS)로 옮길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를 따라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칠 정도로 직원들은 그의 강력한 지지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계기로 이사회는 다시 한번 올트먼과 그의 복귀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픈AI에는 전 세계를 뒤흔든 생성형 AI '챗GPT'를 만든 회사인 만큼 숙련된 AI 개발자가 다수 모여있다. 이러한 AI 개발자들의 지지는 올트먼의 복귀에 큰 역할을 했다. 회사 직원의 90% 이상이 퇴사하는 것 자체가 회사의 존폐에 중요한 문제이지만, 기술력이 핵심인 AI 회사에서 이를 만드는 AI 개발자가 나가는 건 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AI 업계에서 개발자는 그야말로 '귀하신 몸'으로 불린다. AI라는 신기술을 경험한 개발자 자체가 워낙 귀해 이들이 부르는 대로 연봉을 올려주곤 한다. 연봉을 인상해주려 해도 정작 그럴 만한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IT 기업 연봉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레벨파이(Levels.fyi)가 지난 5월 공개한 자료를 인용해 AI 개발자가 비 AI 분야의 개발자보다 소득이 8~12.5% 높다고 보도했다.
"AI는 결국 개발자가 권력"…올트먼 복귀 원천이 된 오픈AI 직원들
"AI는 결국 개발자가 권력"…올트먼 복귀 원천이 된 오픈AI 직원들
© 제공: 아시아경제
금액으로 보면 일반적인 개발자 평균 연봉이 20만~37만달러(약 2억6000만~4억8000만원) 수준인데, 전문 분야로 넘어가게 되면 45만달러(약 5억9000만달러)로 연봉이 올라간다. 여기엔 보너스나 주식 지급 등은 포함되지 않아 이를 합하면 최대 연봉이 80만달러(약 10억4000만원)까지 뛴다.
온라인 구인·구직 알선 서비스인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와 같은 신기술의 경우 이에 대한 경험이 있는 개발자는 극소수"라면서 "그들이 곧 제품이자 회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개발자의) 공급 제약은 매우 현실적이고 구속력 있는 문제"라면서 "새로 교육하거나 경력자를 채용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력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폴락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개발자라고 하더라도 회사에서 기존 코드와 기술을 익힌 개발자와 그렇지 않은 개발자의 격차는 크다면서 "회사 내부 AI 개발자 1명은 외부의 AI 개발자 3명과 맞먹는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AI 개발자 구인난을 겪던 구글, 세일즈포스 등 대형 IT 업체들은 올트먼 해임 소식이 전해진 직후 오픈AI에서 나올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대부분 오픈AI에 남아 올트먼의 복귀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과 오픈AI 개발자들이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던 MS도 자회사인 링크드인 본사에 직원들이 곧바로 일할 수 있게끔 사무실과 애플 맥북 노트북 등을 미리 준비하며 기다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