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달러를 법정통화로’ 아르헨 밀레이 당선 후 페소화 12% 급락, 증시는 23% 폭등
김나영 기자 님의 스토리 • 19시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미국 달러화를 법정 통화로 쓰겠다고 공약한 하비에르 밀레이가 당선되면서, 대선 후 첫 거래일 암시장에서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가 10% 넘게 급락했다고 로이터가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19일 대선 결선투표 결과가 나온 뒤 공휴일이었던 20일을 지나 21일 개장한 아르헨티나 외환 시장에선 달러 대비 페소 환율(암시장 기준)이 전일 대비 12% 급등(페소 가치 급락)해 달러당 1045페소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당국이 관리하는 ‘공식 환율’은 달러당 356페소였다. 시장 환율을 더 잘 반영하는 암시장의 페소 가치가 (정부 공식 외환시장 대비) 34%에 그친 셈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대선 결과에 따라 향후 6주간 페소 가치가 80%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143%에 달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경제 부문에서 ‘충격 요법’을 쓰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그는 “페소화가 문제의 핵심”이라며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발권 기능을 폐기하고 미 달러를 공식 통화로 채택하겠다고 했다. 다만 로이터는 “밀레이 당선인은 당선 이후 달러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언제쯤 (달러화로 이행하는) 해당 정책을 시행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했다. 밀레이는 당선 후 첫 연설에서 현 집권 페로니즘(대중 영합 주의자) 정권을 가리켜 “그들은 초인플레이션으로 향하는 파괴된 경제를 우리에게 남겼다”며 “부채 문제가 있지만 우리는 아르헨티나를 다시 일으키고 앞으로 나아갈 결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아르헨티나 증시는 밀레이 당선인이 약속한 시장 친화적 정책에 대한 기대감 등에 크게 올랐다. 아르헨티나 주요 주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메르발 지수는 이날 전일 대비 23% 급등했다. 에너지 공기업 YPF는 민영화 기대로 39% 상승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대부분의 국영·공기업을 민영화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다음 달 10일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