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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려 앉은 자세로 죽은 7명.. "총 쏘자마자 묻은 듯"

심규상 입력 2021. 08. 18. 17:12 댓글 70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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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골령골 가로 1m·세로 6m 구덩이서 유해 추가 발굴.. 숯덩이 섞인 곳도 드러나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  가로 1m x 세로 6m 구덩이에 7구가 쪼그려 앉은 자세로 드러났다.

ⓒ 심규상

 

 

 

 

 

▲  가로 1m x 세로 6m 구덩이에 7구가 쪼그려 앉은 자세로 드러났다.

ⓒ 심규상

 

1950년 전쟁 당시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과 민간인들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 희생된 '대전 산내 골령골' 초입에서 희생자로 보이는 참혹한 유해가 확인됐다. 발굴된 유해는 가로 1m x 세로 6m 구덩이에 7구가 쪼그려 앉은 자세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와 대전 동구청은 지난해 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골령골에서 234구의 유해와 5백여 점의 유품을 발굴한 데 이어 올해도 6월 초부터 유해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발굴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선사문화연구원 등은 18일 학살터인 골령골에 들어서는 초입 구덩이 안에서 유해와 유품을 발굴했다. 유해는 7구 모두 양 팔꿈치와 무릎뼈가 붙어 있다. 팔뼈는 머리를 향하고 있다. 머리뼈 부근에서는 M1 소총 탄두가 나왔다.

 

유해를 감식하고 있는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미리 파놓은 구덩이 안에 사람들을 몰아넣고 손을 뒷머리로 맞잡게 하고 쪼그려 앉게 한 상태에서 총을 쏜 후 그대로 매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희생자들은 일부는 구두, 일부는 고무신을 신고 있었고 흰색 4열 단추와 청색 단추, 혁대 버클이 함께 나왔다. 당시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미결수와 기결수가 섞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희생자 유품으로 보이는 구두(붉은 색 타원형), 고무줄과 고무신 잔해(큰 네모), 버클(작은 네모),

ⓒ 심규상

 

 

 

 

▲  인근에서는 지름 6m가량의 크기의 구덩이에서 일부 유해와 함께 숯덩이가 나왔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관계자는 "함께 드러난 숯덩이가 시신을 불태운 자리인지 여부는 유해발굴을 끝내봐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심규상

 

인근에서는 지름 6m가량 크기의 구덩이에서 일부 유해와 함께 숯덩이가 나왔다.

1992년 2월 월간 <말>의 기사에는 당시 총살집행에 가담한 충남경찰청 사찰과 직원의 인터뷰가 실렸다. 이 경찰은 "처음에는 7m 전방에 기둥을 박아놓고 죄수들을 매달아 세운 다음 사격했고 이후에는 사형목인 기둥 10개를 박아놓고 눈을 가리고 뒤에서 손을 묶어 사격해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어 "확인사살이 끝나면 소방대원이 손을 풀고 미리 준비한 장작더미에 던져 50명, 60명씩 차면 화장을 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 마을 주민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 자리에서는 말뚝에다 사람을 한 명씩 붙들어 매고 수건으로 눈을 가린 뒤 총살해 묻었고 주로 서울에서 끌려온 여대생들을 죽였다고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골짜기 초입에서 드러난 유해는 처음 학살 때 희생자들로 추정된다. 또 여성 유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주변은 건축 공사 등으로 유해 매장지 대부분이 훼손 또는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선사문화연구원 관계자는 "함께 드러난 숯덩이가 시신을 불태운 자리인지 여부는 유해발굴을 끝내봐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일간신문 <데일리 워커>의 편집자이자 특파원이었던 앨런 위닝턴 기자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 직후 유해가 매장된 모습을 목격하고 쓴 '나는 한국에서 진실을 보았다'(I saw the truth in Korea) 기사에서 암매장 구덩이 수를 모두 6개, 구덩이를 총 합한 길이를 약 530m로 추정했다.

 

발굴팀은 지난해와 올해 발굴조사를 통해 100m짜리 구덩이 3, 4개를 찾아내 유해를 수습 중이다. 현재까지 약 700여 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골령골에서는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례에 걸쳐 국민보도연맹원과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을 대상으로 최소 4000여 명, 최대 7000여 명의 대량 학살이 벌어졌다. 당시 가해자들은 충남지구 CIC(방첩대),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이었고, 그들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집단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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