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선거판의 Cancel Culture 논쟁!/한국인이 착각하는 양안관계!
박상후의 문명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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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4.
대선을 앞둔 타이완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타이완 대선판은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샤오메이친조가 국민당 허우여우이, 자오사오캉조를 여론조사에서 근소하게 앞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교육문제가 이슈로 불거졌습니다. 집권민진당은 사소한 사안이라 대세에 영향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고 국민당은 잘만하면 골든크로스를 만들어 승리할 수 있다고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논쟁의 핵심은 고등교과과정에서 顧炎武의 廉恥라는 문언문이 2019년 커리큘럼 지침에서 누락됐다는 것이었습니다.2:06 顧炎武는 중국역사에서 명청교체기의 학자입니다. 청나라가 명나라를 대체한 것에 반감을 가졌던 학자입니다.4:13중국 절강성 사람인 그는 天下興亡,匹夫有責 천하의 흥망에는 필부도 책임이 있다는 말로 유명합니다.
이 문제는 지난주 타이베이 제1여고 국어교사인 區桂芝가 제기한 이후 사회 정치권으로도 번졌습니다. 국어를 정확히 이해하는데 필수인 고전문을 왜 교육과정에서 삭제했느냐면서 廉恥를 모르면 사람이 금수와 다를게 뭐 있느냐고 따졌습니다. 또 고전문은 중국문명의 뿌리라면서 이를 삭제하는 것은 祖宗의 정신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區桂芝의 말은 얘기가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합니다. 사실 관점의 차이일 뿐 정답은 없습니다. 그녀는 또 일본에서 동경대를 들어가려면 중국의 고전문을 알아야 하는데 타이완이 이를 경시하면 안된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런데 대선을 앞둔 타이완에서는 중국고전삭제문제가 중국본토에서 유래된 문화요소의 캔슬이냐 아니냐는 차원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여당인 민진당측에서는 고전이 반드시 현대사회에서 알아야 할 것도 아니며 이는 영어와 라틴어의 관계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顧炎武의 廉恥를 삭제한다고 타이완 사람들이 염치를 잃어버리는 것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여우시쿤 타이완 입법원장은 廉恥가 군주제의 산물이며 민주주의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Me Too사건들도 다 유교적 봉건가치관 때문에 빚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국민당 후보인 허우여우이는 한국의 도덕교육과 유교경전이 포함된 일본의 커리큘럼을 언급하면서 중국문언문을 교육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민주주의 교육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당출신의 전 총통 마잉쥬도 같은 입장입니다. 타이완에서 중국문화 요소는 해묵은 논란거리입니다.
친민진당 성향의 타이베이 타임즈는 국민당 지지자들이 중국 봉건 사회에서 탄생한 유교 의례와 고풍스러운 가치관을 학생들의 목구멍에 쑤셔넣어 현대 사회의 모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독립론자들은 타이완이 중국본토와 도대체 무슨관계가 있느냐고 주장합니다. 사실 중국의 역대 왕조에서도 타이완을 자기네 영토라고 명시하지 않아왔습니다. 그리고 타이완은 다문화 다언어 다민족 사회라는게 독립론자들의 주장입니다.
민족도 중국에서 건너온 한족도 있지만 폴리네시아 혈통의 원주민도 존재합니다. 사용하는 언어도 타이완식의 맨더린 國語, 푸젠방언인 민남어, 객가어, 원주민 언어등이 혼재합니다. 타이완의 정체성 문제는 사학, 철학 문화인류학의 관점에서 이해해야만 하는 아주 복잡한 이슈입니다. 중국본토에 역사적 뿌리를 갖고 있는 국민당과 거기에 반발하고 있는 민진당의 라이벌 관계도 복잡합니다. 오는 13일 치러지는 타이완 대선은 한국에도 중요합니다.
한국으로서는 친중성향의 국민당이 승리하는게 안보차원에서 유리합니다. 국민당이 이기게 되면 중국의 무력침공 가능성은 당장 크게 줄어듭니다. 단순하게 민진당이 자유민주주의이고 국민당이 전체주의 중국공산당과 가깝다고 진영논리를 가져다 붙이면 안됩니다. 양안관계는 남북관계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타이완내에서 상당한 친중인구가 상존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또 서로 오도가도 못하는 남북한과는 달리 양안은 서로 왕래가 가능합니다. 중국본토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타이완 상인과 그 가족들은 100만이상입니다. 또 타이완인들은 중국에서 부동산도 구입할 수 있고 학생들이 유학도 갑니다. 대선을 앞두고 타이완 건너 푸졘성은 양안통합시범구 계획의 일환으로 타이완인들에게 거주증을 발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취득한 타이완 사람들은 푸졘에서 생활하며 주택구입과 사회보장 서비스도 받을 수 있습니다. 푸졘성은 이밖에 65세이상 타이완인의 대중교통 무료이용, 타이완 청년대상 무료, 또는 공공임대 주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실 양안관계를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전체주의의 대결로 뭉뚱그리는 것은 너무 단순한 일반화입니다. 타이완은 서구국가처럼 민주주의이긴 하지만 리베럴 색채가 짙습니다. 또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지만 경제적으로는 국가통제 자본주의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타이완과 중국 이슈를 남북한에 빗대 마구 가져다 붙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한국인들은 걸핏하면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데 양안 문제는 엄밀히 말해 남의 일입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간 대립의 장입니다. 여기에 끼어들어 국익에 득이 될게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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