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전쟁 직후 같아”… 日 골든타임 넘어도, 건물 밑 인명구조 사투
가나자와(이시카와현) 김진아 특파원 별 스토리 •
12시간
4일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중심부의 까맣게 탄 건물 주변에 잔해가 수북히 쌓여 있다. 이곳 아사이치도오리는 지역에서 손꼽히는 관광 명소다.와지마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4일 일본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중심부의 까맣게 탄 건물 주변에 잔해가 수북히 쌓여 있다. 이곳 아사이치도오리는 지역에서 손꼽히는 관광 명소다.와지마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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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6의 강진이 덮친 지 나흘째인 4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 지역 곳곳에는 구조와 복구를 애타게 기다리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이날 오후 4시까지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만 최소 82명이었다. 80명은 행방불명된 상태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밑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재난 발생 후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점인 72시간이 지나면서 일본 정부는 구조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시카와현으로 닿는 것도 쉽지 않다. 도로가 파손된 곳이 많아 지원물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쿄에서 2시간 남짓 걸리는 신칸센 열차도 연착돼 현장까지 가는 데 3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현 중심지인 가나자와시 역사도 천장 누수가 심해 통행을 막은 곳 투성이였다. 인근 편의점 생수 코너에는 ‘한 사람당 500㎖ 생수는 10병까지’라는 안내문이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이곳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가나자와성은 돌담 4곳이 무너지면서 인근 일본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겐로쿠엔과 함께 임시 폐쇄됐다. 가나자와역에서 차로 약 30여분 걸려 도착한 다카미신마치는 가나자와시에서 지진 피해가 가장 큰 곳이었다. 당시 지진으로 산사태가 나면서 언덕 위에 있던 주택 4채가 쓰러졌다. 택시 기사는 “이렇게 지진이 컸던 적은 처음”이라며 몸조심하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노토 반도 북쪽 끝 바다에 맞닿은 스즈시다. 스즈시 시의원인 하마다 다카노부는 마이니치신문에 무너진 자신의 집을 가리키며 “마치 전쟁 직후 같다. 남은 게 없다”고 말했다. 스즈시의 피해가 가장 컸던 데는 오래된 목조주택, 노인 인구가 많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에 따르면 스즈시 주택 6000여채 가운데 2018년 말 기준 국가 내진 기준을 충족한 주택은 51%로 전국 평균 87%와 비교하면 극히 낮은 수준이었다. 또 2020년 기준 스즈시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51.7%로 이시카와현에서 가장 높았다.
전날 밤 비바람이 몰아쳐 수월하지 못했던 구조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노토 반도로 향하는 도로 곳곳이 끊기고 붕괴되면서 일본 정부는 바닷길을 이용해 구조물자를 보내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노토 반도 와지마시 연안에 자위대 수송함이 도착해 토사와 쓰러진 나무 등을 철거하기 위한 중장비를 피해 현장에 보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구호품을 실은 수송선이 5일 저녁쯤 노토 반도 와지마항과 나나오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진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나서는 자위대원 규모도 2000명에서 4600명으로 늘렸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무너진 건물 등에서 156명을 구조했다”며 “오전 9시 현재 구조 요청 138건 가운데 도로 붕괴 등으로 24건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1995년 한신 대지진 때 피해자들이 72시간이 지나면서 탈수, 저체온증 등으로 생존율이 크게 떨어진 점을 근거로 72시간을 지진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현재 와지마시와 스즈시에서 고립된 인원이 최소 740명, 이시카와현과 인근 자치단체 피난자가 3만 4000여명에 달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집계했다. 인근 학교와 병원 등을 피난소로 지내고 있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정전과 단수, 추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시카와현에 6일부터 이틀간 경보급 폭우가 내릴 수 있다는 예보가 나오면서 약해진 지반에 산사태까지 발생할 우려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