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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더 이상 외국 스파이 놀이터 아냐"

 

 

박상후의 문명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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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25.

 

터키는 첩보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가장 대표적인게 Sean Connery가 주연한  From Russia with Love입니다. 그저 터키의 풍경이 아름답고 낭만적이어서가 아닙니다. 지리적으로 중동, 유럽, 그리고 과거 소비에트로 통하는 트란스카프카즈의 중심으로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의 첩보기관이 활개를 친 장소가 터키이기 때문입니다. 

 

외국, 주로 앵글로 색슨과 이스라엘 첩보기관에 있어서 터키는 그저 Hunting Ground였습니다. 터키는 NATO의 Southern Flank였기 때문에 서방정보장교들은 터키를 편하게 생각했습니다.  MI6의 유명한 요원 킴 필비도 모스크바 회고록에서 그런 경험을 묘사했습니다. 이스탄불에 앉아서 소련 트란스카프카스에 요원을 보냈다고 회고했습니다.

 

또 2007년에는 이슬람 혁명 수비대에서 핵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이란 장군 알리 레자 아스가리가 이스탄불에서 실종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는 다마스쿠스에서 비행기로 이스탄불에 도착했고, 공항에서 호텔로 향하던 도중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모사드 요원에 의한 납치인지 어떤지 미스테리한 실종에 대한 스토리는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 터키는 아스가리가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국에 의해 이스탄불에서 납치되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튼 터키는 외국정보기관이 이스탄불에서 그런 비밀작전을 마구 벌인다는 사실에 내심 분노했습니다. 남의 나라 주권을 무시한다는 생각을 안 가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터키는 더 이상 자국이 외국정보부의 Hunting Ground가 되는 것을 묵과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새해 첫날 터키 방첩부서는 이스라엘 요원을 체포하기 위한 대규모 작전을 수행해 모사드 요원 55명을 체포했습니다. 시기가 절묘하게도 가자전쟁이 한창이던 시점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선언되지 않은 대결을 벌이는 와중이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투르크 형제가 소위 선의 편에 서야 하는데 왜 갑자기 엉뚱한 짓을 벌이는지 어리둥절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에르도안은 더 이상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다면서 서방에 대해 명백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터키 신문 후리예트는 익명의 외교관을 인용해 서방 정보요원들이 터키 당국에 통보하지 않고 멋대로 공작을 벌일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터키 관리들은 서방 정보 장교들이 멋대로 터키를 오가면서 소위 비즈니스를 한다면서 불쾌해 하고 있습니다. 터키인들은 주변 국가들의 개입이 확대돼 중동 분쟁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어 터키가 서방 정보 기관들의 Hunting Ground가 됐다는 사실을 유감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에르도안은 터키가 축을 이동한 거냐는 서방의 질문에 대해 무슨 축의 이동같은 것은 없고 단지 터키의 축을 지킬 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방 정보기관의 Hunting Ground나 놀이터가 돼 주권을 침해당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에르도안은 국가정보 방첩시스템을 정상화해 침해당한 주권을 회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자발적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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