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전기차서 AI로…산업계 `글로벌 합종연횡`
박정일 기자
입력: 2024-02-28 18:09
오픈AI의 CEO(최고경영자) 샘 알트만에 이어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도 우리나라를 찾았다. 삼성·LG전자 등과 인공지능(AI) 관련 사업 논의를 하기 위해서다. 애플은 10년을 공들인 애플카를 접고 AI와 공간컴퓨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테슬라와 전기차용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모빌리티가 전 세계의 혁신 성장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산업혁신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AI로 넘어가고 있다. IT(정보통신) 산업은 물론이고 자동차와 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 건설까지 모든 산업이 AI 혁신에 사활을 걸고 '동맹맺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 LG전자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CEO), 박형세 HE사업본부장(사장) 등과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갖고 차세대 XR(확장현실) 디바이스와 AI 개발을 둘러싼 미래 협업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조 CEO는 이날 2시간 가까이 저커버그와 회동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협업해온 MR 디바이스, 메타의 초대형 언어모델 '라마'를 어떻게 AI 디바이스에서 잘 구현할 수 있을지 등 2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저커버그는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메타는 최근 인간 지능에 가깝거나 이를 능가하는 범용인공지능(AGI)을 자체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AI 기술 경쟁에 적극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도 최근 AGI 전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반도체 개발 조직 'AGI컴퓨팅랩'을 신설했다.
업계에서는 메타의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등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방한한 '챗GPT' 운영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사장)을 만났다.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AI 칩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10년 여를 끈기있게 투자하던 '애플카'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2014년부터 10년 간 운영했던 전기차 연구 조직인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고, 상당수 직원들을 인공지능(AI) 부서로 이동시켰다.
애플이 사업을 포기한 배경에는 급성장했던 전기차 시장이 최근 쪼그라들고 있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아누라그 아나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AI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수익 잠재력을 고려할 때 전기차를 포기하고 자원을 AI로 전환하기로 한 결정은 좋은 전략적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I로의 급격한 사업 전환은 단순히 IT업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보다 완벽한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말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유통과 화학 등 그룹 주요 사업 전반에 AI 도입을 서두를 것을 지시했다.
포스코와 GS칼텍스, HD현대 등 철강, 정유, 조선을 대표하는 국내 기업들도 제조 공정은 물론 수요 예측과 안전 등 사업 전반에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SK그룹 계열 AI 반도체 기업인 사피온은 최근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 도코모의 자회사 도코모 이노베이션스와 AI 서비스 확대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생성형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398억달러(약 53조원)에서 2032년 1조3036억달러(약 1730조원)로 약 33배 성장할 전망이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