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러-우 전쟁 2년…한화·풍산, 유럽 카르텔 뚫고 점유율 확대 나선다
박규빈 님의 스토리 •
4시간
▲155㎜ 자주곡사포탄. 사진=대한민국 육군 제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산 포탄 공급량이 유럽 연합(EU) 지원량을 상회하고 있다. EU 내에서는 역내에서 제조한 무기로만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생산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고, 국내 관련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고 있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따른 실적 제고가 예상된다.
4일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와의 전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하루 평균 3000발에 달하는 155㎜ 포탄을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이면 9만발, 1년이면 108만발인 셈이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 체계를 도입해 사용하도록 155㎜ 포탄 200만발 이상을 지원했지만 재고가 바닥을 보이며 집속탄을 보내기도 하는 등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 역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EU가 당초 약속한 포탄 지원량은 100만발인데 30% 밖에 오지 않았다"고 언급했고, 이와 관련 EU는 당초 100만발을 이달까지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연말까지로 말을 바꿨다. 무기 체계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셈으로, 작전 수행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U 회원국 대부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속해있고, 영국 BAE 시스템즈·독일 라인메탈 등 유수의 포탄 제조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냉전 종식 이후 정부와의 신뢰 관계가 붕괴된 탓에 적시에 적정량을 생산해 공급할 수 없는 처지다. EU는 환경·사회·지배 구조(ESG)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왔고,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무익하고 위험한 산업으로 낙인 찍힌 현지 방산업계는 대출이 제한돼 투자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유럽 국가들은 장기간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해 생산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음에도 역내에서 생산한 방위품만을 우크라이나로 보내야 한다며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유럽 방위청(EDA)은 역내 155㎜ 포탄 생산 능력은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래 40% 늘어나 올해 말까지 140만발까지 증대될 것이라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독일 라인메탈은 우크라이나에 포탄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EU의 전체 지원량보다 한국산 포탄이 훨씬 많다는 미국 워싱턴 포스트(WP)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고, K-방산 수출 대약진에 힘 입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라인메탈에 앞서 스페인에 155㎜ 포탄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전남 여수 소재 탄약 공장 생산 물량으로는 미국 정부가 한국군으로부터 대여 형식으로 취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포탄 수요를 맞출 수 없고, 유럽 지역에 대한 적극 공략에 나서기 위해서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아울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BAE 시스템즈와 NATO 회원국이 사용할 155㎜ 포탄 모듈화 장약(MCS) 공급 계약을 1759억원에 체결하는 성과도 거둔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유럽의 지정학적 위기로 NATO 회원국을 중심으로 수요 급증이 예상돼 선제 개발에 나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탄약 분야 글로벌 탑티어를 달리는 풍산의 방산부문 매출은 2022년 9008억원,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6094억원을 기록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 155㎜ 포탄 가격은 한 발에 2100달러(약 280만원)였으나 최근 4배 가량 폭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풍산의 방산부문 매출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풍산 관계자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당사는 안강·부산 사업장 생산 설비 신설과 보완에 1397억원을 투자한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