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삼성전자, 美 AMD에 HBM3 공급... SK하이닉스 추격”
유지한 기자 님의 스토리 •
20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업체 AMD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4세대인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AMD를 파트너로 삼아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속도를 높이면서 전력 소비를 줄인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AI 반도체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히 일반 D램보다 개당 수익률이 월등히 높아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13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AMD의 AI 반도체 MI300 시리즈에 HBM을 납품할 수 있는 인증을 받으면서 AMD의 중요한 공급 업체로 입지를 강화했다”며 “1분기부터 삼성전자의 HBM3 생산을 늘릴 기반을 마련했다”고 했다. MI300은 AMD가 엔비디아에 대항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여전히 시장의 ‘큰손’이지만, AMD 물량 공급은 삼성전자의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80%를 장악하고 있고, 그 뒤를 AMD가 추격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HBM 시장의 주류가 4세대인 HBM3에서 5세대 HBM3E로 옮겨 갈 것으로 내다봤다. 곧 출시될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 B100·H200에 HBM3E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HBM3E 양산에 가장 먼저 돌입했고, SK하이닉스도 상반기 양산에 착수한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말까지 HBM3E 인증 절차를 마무리하고 2분기에 제품을 출하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연말까지 SK하이닉스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크게 줄여 HBM 시장의 경쟁 구도를 재편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지만 SK하이닉스가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결국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을 잡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으로 본다. 일반 D램의 수율이 90% 수준인 것에 비해 HBM 수율은 65% 정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