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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총선판 뒤흔드는 `金사과`

 

 

최상현 기자

입력: 2024-03-18 16:18 

 

 

 

 

총선에 '사과값 급등' 민생 이슈 부각

尹 대통령까지 마트서 사과 대책회의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1500억 투입

할인지원 집중 대책에 실효성은 의문

 

 

 

'사과값 폭탄'에 서민들이 아우성이다. 대구에 거주하는 오영숙(54)씨는 "사과값이 너무 비싸서 장바구니에 담지도 못한다. 배나 딸기같은 다른 과일도 가격이 살벌한 건 마찬가지"라며 "설 명절 이후로 식탁에서 과일 구경을 못해본 지 한참"이라고 했다. 총선 이슈로 부상할 정도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물론 해양수산부까지 나섰고, 지난 주말 국민의힘과 협의해 긴급자금 1500억원 투입을 결정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직접 농산물시장에서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과값 폭등 등 농산물발 물가불안이 대통령까지 소환한 것이다.

 

18일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사과값은 전년 대비 71% 올랐다. 이런 폭등은 유례가 없다. 정부는 납품단가 지원과 할인행사 지원 등 예산 투입까지 했지만 고공행진은 잦아들 기미가 없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2일 사과(후지·상품) 10kg당 도매가격은 9만1700원으로 전년 대비 123.3% 상승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 하나로 마트를 방문해 시민들을 만난 윤 대통령은 "물가가 올라 힘들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점검에 이은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농산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납품단가와 할인 지원을 전폭적으로 실시하고, 냉해 등으로 높은 가격이 예상되는 사과와 배는 더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지난 주말에 마련한 1500억원도 즉각 투입하고, 필요한 경우 규모 확대하는 등 가능한 모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주부터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을 즉시 투입한다. 납품단가 지원에 755억원, 할인지원에 45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과일 직수입과 출산물 할인에도 각각 100억원과 195억원을 배분해 물가 잡기에 나선다.

 

하지만 할인지원에 집중된 이런 특단의 대책들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작년 추석부터 할인지원 등 비슷한 대책을 되풀이해왔지만 사과를 비롯한 물가 잡기에 번번히 실패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사과 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전년 대비 50~70%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배와 딸기, 귤 등 다른 과일도 두자릿수 상승 폭을 지속중이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대비 20% 올랐고, 전체 물가에서 과일 품목 기여도는 0.57%포인트에 달했다.

 

정부는 과일 물가가 잡히지 않는 것을 수급 문제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작황이 크게 줄었고, 햇사과가 출하되는 올해 7월까지는 만성적인 물량 부족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일각에서 왜 빨리 사과를 수입하지 못하냐고 지적하지만, 농식품부는 검역 협상 문제 때문에 수입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수입 병충해 우려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둘러도 몇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못난이농산물 유통플랫폼인 '어글리어스'를 운영하는 최현주 대표는 "예전에는 관심도 없던 못난이 소과(小果)도 이제 못 구해서 난리"라며 "사과 뿐만 아니라 다른 과일 가격도 함께 올라 정기배송 품목을 맞추기가 곤란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까지 시중에 유통되는 사과는 지난해 가을 수확해 창고에 저장했던 물량인데 지난해 추석 연휴와 설 연휴에 정부가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지시하면서 비축 물량이 바닥났고, 3월까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 얘기다.

 

정부는 "수입가격 공급 확대를 위해 관세 인하 품목을 늘리고 적용 물량도 무제한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수급을 늘리겠다는 망고 가격은 지난달 10.5% 하락했고, 바나나는 4.6% 오르는 데 그쳐 여전히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상현·이미연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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