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은 브레인이자 아킬레스건”…주목받는 회계사의 입
입력 2021.09.30 19:23
업데이트 2021.09.30 19:51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로비와 특혜가 있었다는 증거가 검찰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법조계는 ‘폭풍전야’의 분위기다. 이 자료는 천화동인 측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주요 인사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녹취와 사진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폭로를 한 인물이 대장동 개발의 핵심 중 한 명인 천화동인 5호의 대주주이자 회계사인 정영학씨여서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정씨는 과거부터 부동산 개발사업에 특화된 회계 전문가로 주가를 올렸다. 대장동 사업에서는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했으며 그 역시 천화동인 5호를 소유해 600억원대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금 흐름을 빠삭하게 꿰고 있는 그가 내부 비리를 폭로하는 자료를 만들었다면 누구라도 혐의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정씨는 자료를 제출함과 동시에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가장 먼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2009년부터 남욱과 한 팀
정씨는 천화동인 4호를 소유해 1000억 원대 배당을 받은 남욱 변호사와 대장동 개발의 ‘핵심 중의 핵심’이기도 한다. 2009년쯤 부동산개발회사 씨세븐은 대장동 땅을 집중적으로 매매했는데, 남 변호사와 정씨가 자문단에 있었다고 한다. 이들을 기억하는 대장동 원주민 이모(63)씨는 “2009년부터 대장동에서 씨세븐 소속으로 활동하는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를 봤다. 두 사람은 사실상 한팀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10여 년 전 한 부동산 전문 매체에 “다각도로 사업을 검토하며 사업의 전체 구도를 기획하는 것을 좋아한다. 개발사업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진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씨세븐은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PFV)의 전신격으로 남 변호사는 당시 이 회사 대표로서 자금 조달과 지주 작업(땅 수용)을 맡았다. 정 회계사는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의 자산관리회사인 판교AMC의 사내이사와 대표를 연이어 맡았다.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와 판교AMC의 관계는 현재의 성남의뜰과 화천대유의 관계와 유사하다. 이씨는 “2009년 민간 개발 경험이 있는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2015년 대장동 민·관 합동 개발 때 화천대유를 타고 다시 흘러들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장동 ‘브레인’이자 아킬레스건…“입 열면 파문”
정씨가 ‘브레인’으로 불리기 때문에 검찰 수사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는 “화천대유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관계자는 “정 회계사는 자금 흐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제출했다는 녹취록 등은 (정치권 등에) 파문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요직에는 정씨와 같은 회계법인에서 일한 적 있는 A씨가 근무하기도 했다. 복수의 공사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A씨는 정씨의 추천으로 공사에 입사했으며, 유동규 전 본부장 직속으로 대장동 개발 공모지침서를 만드는 역할 등에 참여했다고 한다. 남 변호사의 대학 후배인 정모 변호사(투자사업팀장)와 함께 대장동 사업의 실무적인 작업을 주도한 것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A씨는 “정 회계사와 과거에 같은 회계법인에 있던 것은 맞지만, 해당 법인 퇴사 후 정 회계사를 만나거나 연락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를 압수수색 했으니 조만간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