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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상자 열렸다…전세계 정·재계 탈세 폭로 문건 공개
기사입력 2021.10.04. 오전 11:58 기사원문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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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탐사보도협회, '판도라 페이퍼스' 공개
역대 최대 탈세 폭로 문건…전세계 파장 '일파만파'
국가지도자 35명 및 정치인·관료 336명 이름 올려
요르단 국왕·前영국 총리부부·푸틴 내연녀 등 포함
(왼족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 등 전세계 전현직 정·재계 인사들의 역외탈세 내역이 담긴 문건 ‘판도라 페이퍼스(문건)’가 공개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BBC 등 전세계 117개국 언론인 600여명이 참여해 전세계 14개 금융회사들로부터 유출된 1190면여건의 문서를 토대로 작성한 판도라 페이퍼스를 공개했다.

문건에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와 그의 아내인 셰리 블레어,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 등 전세계 35명의 국가 지도자와 90개국 336명의 정치인·고위 관리들의 이름이 포함됐다. 포브스지에 등록된 억만장자 90여명의 해외계좌 및 거래내역도 담겼다. 이들 인사가 조세피난처로 이용한 곳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스위스, 싱가포르, 키프로스 등 14곳으로 나타났다.

ICIJ는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탐사보도조직으로 2013년 이후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역외탈세 내역을 꾸준히 보도해왔다. ICIJ는 지난 2016년에도 ‘파나마 페이퍼스’라는 유사한 이름의 문건을 공개했으며, 이후 문건에 이름이 오른 인사들 중 일부가 사임하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등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AP통신은 “전세계 엘리트와 부패인사들의 숨겨진 거래와 그들이 어떻게 역외 계좌를 활용해 수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보호했는지를 밝혔기에 판도라 페이퍼스로 불린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년 만에 새롭게 발표된 판도라 페이퍼스에선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보다 더 많은 자료가 담겨 있다”며 “전세계 부호들과 영향력이 있는 인사 수백명의 숨겨진 자산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는 요르단 국왕인 압둘라 2세는 말리부,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 런던에 이르기까지 1억달러(약 1187억원) 규모의 호화주택을 사들이기 위해 조세피난처를 어떻게 구성했는지가 명확히 명시됐다.

압둘라 2세는 1995∼2017년 최소 36개의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미국과 영국에서 1억 600만달러 이상에 달하는 14개 저택을 구매했다. 이들 역외회사는 2014~2017년엔 말리부 부동산 3개를 약 7000만달러에 구입하는데에도 활용됐다.

저택 중 하나는 2017년 버진아일랜드 업체를 통해 구매한 미 캘리포니아에 있는 오션뷰 부동산으로 가격이 2300만 달러에 달한다. 말리부 부동산 중 한 곳도 침실 7개, 욕실 9개, 체육관, 영화관, 수영장이 있는 초호화 주택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요르단에 15억달러 이상의 지원을 제공했다. 이와 관련해 압둘라 2세의 변호사들은 기자들에게 그가 원조나 공적 자금을 오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압둘라 2세는 올 초 이복동생 함자 전 왕세자로부터 부패와 무능하다며 비난을 받자 악의적 음모라며 함자 전 왕세자를 가택 연금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관계를 맺고 여아를 낳았다고 알려진 스베틀라나 크리보노기크는 지난 2003년 출산 후 몇 주 만에 모나코에 410만달러(약 48억6670만원)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를 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여성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동 아파트에서 자랐으며, 동네 가게 청소부 등의 직업을 가졌던 인물로 막대한 아파트 구매 비용을 낼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관련 자료엔 나와 있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당시 그가 낳은 딸은 18세가 됐다.

블레어 전 총리와 그의 부인 셰리 여사는 지난 2017년 버진아일랜드라에 있는 한 업체를 바레인의 산업관광부 장관 부부로부터 사들였다. 당시 버진아일랜드는 영국 런던에 650만파운드짜리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거래를 통해 두 사람은 31만 200파운드의 재산세를 회피했다. 셰리 여사는 남편이 거래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부동산을 매입하기 전까지 거래 상대가 누구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바레인 장관 측도 영국법을 준수했다고 반박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아내인 셰리 블레어 여사. (사진=AFP)
부패 혐의로 오랜 기간 비난을 받아온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들은 수억 달러 규모의 영국 부동산 거래에 은밀하게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주말 선거를 앞둔 바비스 체코 총리와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도 나라 밖으로 빼돌린 비밀재산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바비시 체코 총리는 2009년 프랑스 칸 인근 지역에 있는 부동산을 사기 위해 2200만달러를 유령회사에 투자했다. 하지만 해당 유령회사와 및 부동산은 그의 자산 신고서에 공개된 적이 없었다. 바비시 총리는 총선을 앞둔 음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지도자 및 관료들 뿐 아니라 그들의 측근과 연예인, 글로벌 기업 수장 등 유명인들의 사례들도 적발됐다. 콜롬비아 가수 샤키라, 독일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쉬퍼, 인도 크리켓의 전설 사친 텐둘카르의 사례도 문건에 포함됐다.

한국에선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홍콩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말리부 고급 별장을 사들였다고 국내 ICIJ 제휴사인 뉴스타파가 보도했다. SM엔터는 관련 사실을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ICIJ는 “해외에 자산을 보유하거나 국경을 넘어 사업을 하기 위해 유령회사를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면서도 “전세계 엘리트들이 판도라 페이퍼스를 통해 전 세계 시민들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숨기는데 사용된 비밀스러운 시스템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판도라 페이퍼스는 2013년 이후 우리가 폭로한 역외탈세 문건 중 가장 규모가 큰 문건”이라고 덧붙였다.

방성훈(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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