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그들은 사회 존중하지 않아”… 中 청년들이 찾은 광장무 소음 해법은?
유태영 2021.10.09.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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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베이성 주민들의 광장무. EPA연합뉴스© 제공: 세계일보 중국 허베이성 주민들의 광장무. EPA연합뉴스
중국 도시의 주요 광장이나 공원에선 수시로 ‘춤판’이 벌어지곤 한다. 주로 중장년 여성들이 많게는 수백명씩 모여 에어로빅처럼 간단한 안무를 반복한다. 이런 광장무(廣場舞)는 중국 전역의 동호인이 1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될 만큼 대중적이다. 도시의 삶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중장년들에게 건강을 챙기는 수단이자 일종의 해방구가 되기 때문이다. 광장무를 함께 하는 이들의 결속력은 단체 쇼핑이나 집단 투자 등 다른 사회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짚었다.
하지만 광장무는 종종 타인의 짜증을 유발한다. 아침 일찍, 혹은 다른 사람들이 잠드는 야심한 시각에도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광장무를 추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야외 축구장이나 농구 코트에서 스포츠를 즐기던 젊은이들이 광장무를 추러 온 중장년들과 공간 다툼이 빚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경우까지 있다. 지난 8월 한 중국 인터넷매체는 랴오닝성의 한 광장무 동호회가 공간 확보를 위해 잉커우 광장 농구대를 대형 화분과 벤치 등으로 막아둔 사진을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이 광장무 소음 규제 방안까지 검토하고 나선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최첨단 해결책이 등장했다. 8일 SCMP에 따르면 50∼80m 떨어진 곳에 있는 스피커도 무력화할 수 있는 일종의 ‘원격 전기 충격기’가 인터넷상에 출시됐다. 손전등 모양의 이 일체형 리모컨을 이용하면 광장무 소음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용 후기는 호평 일색이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 “(이 장치는) 아주머니들의 분노를 피할 수 있는 ‘탈출 계획’을 제공해준다”고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래층이 드디어 조용해졌다. 아주머니들은 지난 이틀간 스피커가 고장 났다고만 생각할 것”이라는 글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 올라왔다. “대단한 발명이다”, “이건 평범한 제품이 아니라 사회 정의이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전기 충격기 같은 장치들은 광장무를 추는 사람들과 충돌 없이 소음공해를 해결해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구이양의 한 남성은 “예전에 한번 광장무 단체와 소통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경찰이 와서 나를 막았다”며 “경찰은 내가 뭔가 나쁜 짓을 할 것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광장무를 추는 사람들) 대부분은 홍위병 시대의 산물이며, 그들은 사회나 환경을 존중하지 않는다”며 “많은 노년층은 중국이 자신들 세대에 의해 건설됐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장무 소음을 무력화하는 데 쓰이는 원격 리모컨 장치. 웨이보·SCMP 캡처© 제공: 세계일보 광장무 소음을 무력화하는 데 쓰이는 원격 리모컨 장치. 웨이보·SCMP 캡처
중국 국영 언론도 1960년대 문화 대혁명에 뿌리를 둔 광장무를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의료·재정 부담을 감소시키는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광장무에 참가하는) 많은 이들이 은퇴했고, 자녀들도 그들 주변에 없다. 광장무는 그들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이 된다”고 묘사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광장무가 세대갈등의 요인이 되면서 허베이성 스좌장에서는 광장무를 추는 이들에게 두부나 페인트, 엔진오일 같은 이물질을 뿌리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톈진시처럼 광장무 소음이 심할 경우 최대 500위안(약 9만3000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든 지방당국도 있다. 간쑤성 란저우의 사례처럼 블루투스 이어폰을 이용해 소음 없이 광장무를 즐기는 방식으로 갈등을 예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