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대법 "선행기술 있어도 '발명의 진보성' 쉽게 부정하면 안돼"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2021.12.2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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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향신문 대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비슷한 기술이 먼저 발명돼 특허로 등록됐다고 해도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 수준 등을 제대로 살펴 ‘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세라믹 용접 지지구’ 특허 보유자 A씨가 B사를 상대로 낸 등록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B사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용접 관련 특허 다수를 보유한 A씨는 2014년 용접 결함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세라믹 용접 지지구를 특허 출원했고 이듬해 특허로 등록됐다. 지지구는 용접면 뒤에 대는 소형 성형물로 용접으로 생기는 쇳물이 흘러내리지 않고 붙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비슷한 특허들이 있었으나 A씨의 기술은 내화도(재료가 열에 견디는 정도)와 소성밀도, 흡수율을 개선해 용접부 강도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발명의 진보성으로 평가돼 특허 등록됐다.
그런데 세라믹 용접 지지구에 관한 기존 특허를 갖고 있던 B사는 A씨의 특허를 두고 ‘선행 발명으로부터 쉽게 도출 가능하다’며 2017년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했고 특허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특허심판원 판정에 불복한 A씨는 특허법원으로 사건을 끌고 갔지만, 특허법원은 A씨의 특허발명에 대해 “진보성이 부정되어 무효를 면할 수 없다”며 B사의 주장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우선 ‘발명의 진보성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기술자가 특허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에 비춰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판례를 제시했다. 이 법리에 따라 B사가 내세운 특허는 용접 지지구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A씨 특허 발명과 내화도 범위에서 차이가 있고, 소성밀도나 흡수율에 대한 기재는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의 특허 발명 내용을 이미 알고 있음을 전제로 사후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한 B사의 발명으로부터 A씨의 특허 발명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승소 취지로 판단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