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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억 조회' 이 음악, 클래식인가…"그 세계의 인정 필요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2.02.06 14:00

 

업데이트 2022.02.06 14:21

 

김호정 기자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음악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사진 유니버설뮤직]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음악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사진 유니버설뮤직]

 

 

 

 

이 작곡가와 음악을 어디에 위치시켜야 할까.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67)의 음악이 질문을 던진다.

 

우선 대중은 열광한다. 에이나우디가 지난달 21일 발매한 음반 ‘언더워터(Underwater)’는 영국에서 기록을 세웠다. 음반 발매 일주일 만에 영국 클래시컬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영국의 클래식 음악 매거진인 클래식FM은 “가장 이른 시간에 1위에 오른 앨범”이라고 했다. 이 앨범은 호주의 아이튠스 클래식 부문에서도 1위를 했다.

 

새로운 앨범의 히트는 ‘에이나우디 현상’의 일부에 불과하다. 숏폼 비디오 플랫폼인 틱톡에서 그는 이미 제왕이다. 2013년 발표한 음원 ‘익스피리언스(Experience)’의 영상은 누적 조회수가 130억. 이용자 700만명이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에서는 모차르트ㆍ베토벤보다 인기 많은 작곡가다. 이 사이트에서는 아티스트마다 직전 28일을 기준으로 월별 청취자를 집계한다. 에이나우디는 4일 현재 월별 청취자 768만명으로 모차르트(622만명), 베토벤(647만명)에 앞선다.

 

음악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언더워터’에 수록된 12곡처럼 피아노 독주곡이 주를 이룬다. ‘익스피리언스’는 피아노 독주로 시작해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가세한다. 지난해 아카데미 수상작인 ‘노매드랜드’‘더파더’에 수록된 ‘세븐 데이즈 워킹(Seven Days Walking)’은 피아노ㆍ바이올린ㆍ첼로의 3중주다. 화음은 조화와 균형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고 음악 전개는 온화하다. 다만 반음계를 적절히 사용한 멜로디 진행은 ‘가슴 저미는(poignant)’라는 수식어를 동반하곤 한다.

 

 

추천 영상 : underwater

 

 

이제 그를 적절히 위치시킬 차례다. 에이나우디의 음악은 클래식인가. 그는 클래식 작곡가인가. 에이나우디의 음반과 음원을 발매하는 유니버설뮤직은 그를 클래식 장르에 포함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클래식’ 작곡가"로 소개했다.

 

 

에이나우디는 밀라노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했고 1980년대부터 공연 음악, 사운드트랙을 썼다. 20세기 음악사의 큰 줄기인 칼하인즈 슈톡하우젠, 전자음악과 목소리를 재료로 난해한 음악을 쓴 루치아노 베리오에게 작곡을 배웠다. 하지만 에이나우디의 음악은 이런 20세기 중반의 현대음악과는 거리가 멀다.

 

음악 평론가들은 혼란스럽다. 영국 가디언의 음악비평가 벤 버몬트-토마스는 “인스타그램 석양 사진의 배경으로 쉽게 쓴 감상적 음악”이라고 비판했다. 타임스는 “멸균되고, 따분하게 우아한 딸랑거림”“단조로움”“멍하고 뻔하다”는 비평가들의 지적을 모아서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음악이 들어갈 장르나 카테고리가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그래도 에이나우디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클래식 음악가로 분류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의 영향은 얼마나 드러날까. 에이나우디의 음악에서는 작은 모티브를 반복하는 20세기 음악 사조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경향도 보이지만 모든 작품에서 그렇진 않다. 실제로 에이나우디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클래식 음악 세계의 인정을 바라지 않는다. 나에 대한 클래식 음악계의 부정적 평가는 모두 우스꽝스러운 뿐”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는 “내 스승 베리오와는 또 다른 음악을 쓰는 게 당연하다. 그때와 많은 것이 변화했고 새롭게 쓸 거리가 많아졌다”고 했다.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한’ 또는 ‘클래식 계보의 영향을 받은’이라는 수식어를 스스로 거부한다.

 

에이나우디의 부상(浮上)은 음악 청취의 새로운 습관과 맞물린다. 이제 청중은 음악의 계보·배경과 관련 없이 ‘들어서 좋은 음악’을 골라 듣는다. 여기에 에이나우디의 음악이 적절하다. 음악학자 이희경은 “불과 20, 30년 전만 해도 유럽의 공연장, 오케스트라, 방송국 등이 주도권을 가지고 새로운 작곡가들의 클래식 음악을 선별해 소개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청취자가 온라인에서 스스로 선택한다. 장르와 카테고리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희경은 클래식이라는 범주에 대한 경직된 수호가 필요 없다고 본다. “클래식 음악도 수백 년 동안 다른 것과 접속하면서 변화해왔다. 에이나우디 음악을 ‘크로스오버’‘퓨전’으로 규정하면서 클래식과 클래식이 아닌 것을 병적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사진 유니버설뮤직]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사진 유니버설뮤직]

 

 

 

 

에이나우디도 카테고리보다는 음악의 감정에 집중한다. 그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내 음악이 직접성을 가지길 원한다”고 했다. 또 “스트라빈스키도 경계를 넘나들어 러시아 민속 음악과 대중음악을 포용했고 모차르트는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서커스 장르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었다”며 장르에 대한 논란을 정리했다.

 

대중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에이나우디는 21세기의 새로운 클래식 음악가로 자리 잡고 있다. 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은 “에이나우디는 음악 소비자들이 찾은 대안”이라며 “영상에 익숙한 현대의 청중은 시각적 심상을 끌어내는 에이나우디 음악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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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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