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S 지식정보센터

해외 뉴스

 

 

 

 

 

“권투는 한 방이 있지만 인생은 한 방이 없죠”, 전설의 프로복서 박종팔

 

 

 

입력 : 2022-02-25 11:06 | 수정 : 2022-02-25 12:47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 대한민국 전설의 복서 박종팔(64)씨가 경기도 남양주시 자택 마당에 설치한 샌드백을 치고 있는 모습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권투를 할 겁니다. 내 인생에서 제일 쉬웠던 게 권투였으니깐요. 사람들은 저렇게 맞고 때리는 운동을 왜 하냐고 하지만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권투 빼고는 아무것도 성공 못 해봤어요.”

 

1977년 프로복싱 신인왕 출신으로 19연속 KO승, 동양타이틀 15차 방어 연속 KO승, IBF 슈퍼미들급 챔피언으로 8차 방어 성공, IBF(국제복싱연맹)와 WBA(세계복싱협회) 양대 기구 챔피언에 오른 오리엔탈 특급 슈퍼미들급 챔피언 박종팔(64).

 

총 전적 53전 46승 5패 중, KO승이 무려 39회. 5패 중 4번이 KO패. 이겨도 KO, 져도 KO. 우리나라 역대 챔피언 중 가장 많은 돈을 거머쥐었던 박씨. 하지만 링 위에서 화끈했던 복서였던 그가 은퇴 후 일반인으로 돌아와 빈손이 되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돈 보고 달려든 주변의 ‘파리떼’로부터 끝없는 배신에 만신창이가 되고 스스로의 삶까지 정리하려 맘먹기까지 했다.

 

하지만 재혼한 두 번째 부인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인생 3라운드 시작 종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박씨는 아내와 함께 경기도 남양주 불암산 자락에 건강힐링센터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나에게 권투란

 

내 인생의 전부다. 권투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 잽으로 맞은 것만 쳐도 몇 십만 몇 백만은 족히 된다. 레슬링, 유도선수들 귀가 오그라든 것처럼 내 한쪽 귀도 오그라들었다. 상대방 주먹을 안 맞으려고 피하기만 하다 보면 공격을 하지 못 한다. 그래서 상대방 잽을 일부러 맞다 이렇게 된 거다. 그래야만 상대방을 공격할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권투는 ‘정직한 운동’이다. 상대방도 두 손이고 나도 두 손이다. 하지만 두 손이 여러 개의 손이 될 수 있다. 

 

(Q) 별명이 ‘돌주먹 복서’, 약한 수비가 약점

 

나도 사람인지라 완벽할 수가 없다. 커버를 올리고 있으면 주먹이 잘 안 나오고 커버를 내리고 있으면 순발력이 있는 선수들은 손쉽게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다. 나 보고 왜 커버를 안 올리고 그렇게 불안하게 하냐는 분들이 많았지만, 그냥 때려서는 상대방을 KO 시키지 못한다. 

 

(Q) 권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시골에서 중학교 때 유제두 선수와 와지마 고이치 선수의 세계 타이틀매치를 보게 됐다. 유제두 선수가 경기에서 이겼을 때, 팬티만 입은 채 챔피언 벨트를 차고 트로피를 받았을 때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나도 서울 가서 권투를 배우면 저렇게 멋진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꿈이 생겼다. 당시 사촌 형님이 흑석동에서 철물점을 하고 있었는데 버스 타고 아버지가 보내주신 쌀 찾으러 영등포역을 가다가 ‘권투’라는 글씨가 내 눈에 딱 들어왔다. 쌀을 찾아놓고 단숨에 권투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체육관으로 달려가게 된 거다.

 ▲ 전성기 시절의 박종팔씨 모습. 1977년 프로복싱 신인왕 출신으로 19연속 KO승, 동양타이틀 15차 방어 연속 KO승, IBF 슈퍼미들급 챔피언으로 8차 방어 성공, IBF(국제복싱연맹)와 WBA(세계복싱협회) 양대 기구 챔피언에 오른 오리엔탈 특급 슈퍼미들급 챔피언으로 대한민국 권투 역사의 산 증인인다.

(Q) 열악한 훈련 환경

 

참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 당시 권투를 했던 친구들은 운동만 한 게 아니었다. 모두 직장을 다녔다. 치킨집 다니는 선수, 빵집 다니는 선수, 나 같은 경우는 중국집에서 일했다. 밤 되면 일터에서 남았던 음식을 가져와서 같이 나눠 먹고 했다. 지금 체육관은 정말 호텔이다. 그 당시엔 체육관 바닥에 훈련하면서 흘린 땀과 코피로 인해 빈대가 그렇게 많았다. 체육관 바닥도 지금처럼 촘촘한 게 아니라 틈이 넓은 마루였다. 수많은 빈대가 천장으로 올라가서 바닥으로 떨어지곤 했다. 그런 여건 속에서도 희희낙락 거릴 수 있었던 이유는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꿈이었다. 아무리 어려운 여건 속에 처해 있더라도 그런 생각에 배고프고 힘들다는 생각 못 했다.

 

(Q) 체육관 동기이자 친구였던 고 김득구 선수

 

그렇게 허무하게 경기 중 사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 보다 두 살 많았지만 같은 체육관 동기였고 친구처럼 지냈다. 그렇게 동고동락했던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너무 안타까운 선수다.

 ▲ 체육관에서 함께 훈련했던 선수들과 함께 한 모습.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박종팔 선수, 왼쪽에서 두 번째가 고 김득구 선수(사진제공=박종팔)

(Q) 전성기 시절 파이트머니가 1억 5천만 원, 은퇴 후 부동산 수십 개

 

권투를 하면서 목표가 3억이었어요. 밥 먹기도 힘든 시절이다 보니깐 3억만 벌면 세상에 태어나서 내 할 도리는 다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에 1억만 있으면 100평 이상짜리 집을 살 수 있었을 때니깐. 하지만 돈에 대한 욕심은 막상 3억을 모으니깐 30억으로 올라가고 30억 모으니깐 100억으로 올라갔다. 동양타이틀 방어전 한 번만 해도 오천평~만평의 땅을 살 수 있었다. 나는 시합이 잡히면 땅하고 집을 먼저 보러 다녔다. 돈이 불어난다는 게 굉장한 희망이었다. 돈 있는 사람들이 더 무섭구나라는 걸 느꼈다.

 ▲ 박종팔 선수가 보관하고 있는 IBF(국제복싱연맹)와 WBA(세계복싱협회) 챔피언 벨트

(Q) 은퇴 후 번 돈 90억 원이 허공으로

 

운전하다가 사고가 날 거 같으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나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사람이었다. 그 누구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나만의 똥고집이 그만큼 강했단 뜻이다. 그러다 보니깐 망하게 됐다. 마음속으론 내 주위에는 도둑놈이나 사기꾼들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깐 망하게 된 거 같다. 한 번은 나를 사기 친 놈을 잡으려고 일주일간 그 사람 집 앞에서 보초까지 서면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 인간을 잡아 죽이고 나도 세상을 끝내려고 했다. 나를 도와주려고 그랬는지 결국 그 인간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Q) 새로운 삶의 원동력은 지금의 아내

 

금전만 잃었으면 괜찮았을 텐데 마음의 병까지 얻게 되니깐 정말 설 자리가 없게 느껴졌다. 그때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그 사람을 안 만났다면 지금의 내가 없다고 보면 된다. 어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날뛰는 야생마인 나를 아내가 조금씩 길들였다고 보면 된다. 지금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해다. 정말 아침에 일어나 눈 뜨고 감사하고 눈 감기 전에 감사하고 그러면서 살고 있다. 더는 과거의 아픔을 또다시 겪고 싶지 않다. 나와 아내, 자식들 건강하고 무탈하게 살면 바랄 게 없다. 

 ▲ 두 번째 부인인 이정희씨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박종팔씨가 마당 항아리에 보관한 7년 된 소금을 보며 얘기 나누고 있는 모습

(Q) 유튜브를 통해 활발한 활동 중

 

나는 다시 태어나도 권투를 할 거다. 내 인생에서 제일 쉬었던 게 권투였기 때문이다. 저렇게 맞고 때리는 운동을 왜 하냐고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권투 빼고는 아무것도 성공해 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유튜브 영상을 찍는 게 권투에 관련된 콘텐츠가 아니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거다. 후배들에게 권투 기술을 가르쳐 줄 땐 내 몸을 사리지 않는 편이다.

 ▲ 유튜브 채널 ‘이규원관장의 감성복싱’에 출연한 박종팔씨가 젊은 권투선수들을 위해 자신의 권투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사진=이규원관장의 감성복싱 영상 캡처)

(Q) 복싱 선수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우리 때는 복싱장에 오는 사람은 전부 권투선수를 꿈꾸는 사람이었다. 요즘은 전부 다이어트용으로 체육관을 찾는다. 요즘 젊은 친구들 몸이 정말 좋다. 체육관도 과거보다 훨씬 많다. 근데 어려운 시절을 겪지 못했다. 조금만 추워도 춥다 하고 조금만 더워도 덥다 한다. 머리와 몸은 좋은데 정신력이 약한 거 같다. 이왕에 권투선수를 꿈꾼다면 희망을 품고 위를 보면서 어려움을 잘 이겨나갔으면 한다.

 

글 박홍규 기자 gophk@seoul.co.kr

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형우 기자 sungho@seoul.co.kr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28 - 좋은 글 - (서울경제 김영필) 푸틴이 꺼낸 루블화 결제카드…큰 그림은 달러화 흠집내기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022-03-24] viemysogno 2022.03.24
327 (서울경제 왕해나, 안경진) "항원검사하면 초대박"…확진자 폭증 병원 '장삿속' 논란 [2022-03-24] viemysogno 2022.03.24
326 [IIS - 투자 자본 세력과 안철수 열풍] (서울경제 한동희) [단독] ‘사상 최고가’ 안랩…1400억원치 사들인 외국인 밝혀졌다 [2022-03-24] viemysogno 2022.03.24
325 (중앙일보 정은혜) "이런 극단적 추락은 불가능"…中여객기 8㎞ '수직 낙하' 왜? [2022-03-23] viemysogno 2022.03.23
» (서울신문 박홍규) “권투는 한 방이 있지만 인생은 한 방이 없죠”, 전설의 프로복서 박종팔 [2022-03-23] viemysogno 2022.03.23
323 (KBS 김세희) 스마트폰 말고 ‘멍텅구리폰’?…“삶의 영역 오히려 넓어져” [2022-03-23] viemysogno 2022.03.23
322 [IIS - 유럽 내 악성 극우세력] "러 포로는 바퀴벌레, 잡는 족족 거세" 우크라 병원장의 분노 [2022-03-23] viemysogno 2022.03.23
321 [IIS Ask] 자칭 진보세력 - 정신병원 감금 선동 - 바이오제약의료협회 쪽 .... 이 끔찍한 상관관계는 ... [2022-03-22] viemysogno 2022.03.22
320 [Comment] (서울경제 김광수) [영상] 132명 탑승 동방항공 여객기 중국 남부 산에 추락 [2022-03-21] viemysogno 2022.03.21
319 [Comment] (중앙일보 석경민) "총 한번 안 쏴본 오합지졸"…이근 합류한 용병부대의 좌절 [2022-03-21] viemysogno 2022.03.21
318 = KBS 의 재발견 = (KBS 서영민) ‘삼성의 기술 우위는 끝나버렸다’ GOS 사태의 본질 [2022-03-20] viemysogno 2022.03.20
317 조선일보 이기우) 탈원전 앞장섰던 산업부장관 “건설 중인 원전 4기, 빨리 완공하라” [2022-03-18] viemysogno 2022.03.18
316 '이래도 계절독감?'…코로나 사망, 보름새 3000명 넘었다 [2022-03-17] viemysogno 2022.03.17
315 [Comment] (서울신문 신진호) “특수작전 성공”…우크라, 러에 납치됐던 멜리토폴 시장 구출 [2022-03-17] viemysogno 2022.03.17
314 신진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유럽, 감염 재확산…미국도 긴장 [2022-03-17] viemysogno 2022.03.17
313 (중앙일보 정원엽) [팩플] 게임사들 블록체인으로 무장했다…미래를 건 '가상화폐전쟁' [2022-03-17] viemysogno 2022.03.17
312 [Comment] (중앙일보 하수영) 김종대 "용산 집무실? 사실상 국방부 해체…안보 비상사태" viemysogno 2022.03.17
311 [Comment] (서울경제 이주원) 박근혜 이은 이명박 사면론에…“국민통합 차원”vs“죄다 풀어주냐” 와글와글 [2022-03-17] viemysogno 2022.03.17
310 (경향신문 박순봉) 윤석열 인수위서 힘 못 쓰는 ‘김종인계’···장제원 실장 영향? [2022-03-17] viemysogno 2022.03.17
309 [악성언론 비판] (한국일보 박준규) [단독] "2차 가해? 천만의 말씀"… '박사방' 조주빈, 또 블로그 글 올렸나 [2022-03-16] viemysogno 2022.03.1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58 259 260 261 262 263 264 265 266 267 ... 279 Next
/ 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