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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권, 프랑스는 2013년 폐지…독일·일본은 극도로 자제 [尹검찰공약 갈등]

 

 

 

중앙일보

입력 2022.03.25 06:00

업데이트 2022.03.25 09:06

 

하준호 기자 

 

Law談

 

 

 

 

 “사실상 이 제도를 만든 나라에서도 사문화(死文化)된 지 오래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달 14일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1950년대 한 번 있었고, 독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하면서다. 윤 당선인이 언급한 독일·일본은 여전히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법률로 인정하고 있다. 한국이 1949년 검찰청법 제정 당시 수사지휘권을 도입한 것 자체가 두 나라 법제를 따른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검찰총장이던 지난해 2월 5일 서울고검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만나 검찰 인사와 관련한 협의를 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 박 장관이 공개 반대하면서 둘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사진 법무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검찰총장이던 지난해 2월 5일 서울고검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만나 검찰 인사와 관련한 협의를 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 박 장관이 공개 반대하면서 둘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 사진 법무부

 

 

 

 

[尹검찰공약 갈등①] 수사지휘권 폐지는 글로벌 스탠더드인가

 

독일·일본도 과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두고 홍역을 치른 탓에 폐지론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입법까진 이뤄지지 않았다. 수사지휘권 행사를 극도로 자제하는 문화가 정착된 데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라는 상징적 의미 때문이다.

 

프로이센 왕정(현 독일)은 19세기 프랑스로부터 검사(檢事)제도를 수용했다. 프랑스는 사법부의 수사·소추·재판 독점(규문주의)에 따른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수사·소추 권한을 떼어 ‘공익의 대변자’로 불린 검사에게 부여했다. 그러나 국왕과 정부의 필요에 따라 이 제도를 들여온 프로이센은 검사를 철저히 국왕과 정부의 소속으로 받아들였다. 검찰에 대한 행정권력의 지휘·감독권을 명문화한 건 그래서다.

 

독일에서 수사지휘권이 크게 논란이 된 건 2015년이다. 인터넷매체 넷츠폴리티크(Netzpolitik)가 독일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fV)의 온라인망 감시체제 강화 계획을 폭로하는 기사를 내자 헌법수호청은 해당 기사를 쓴 기자 2명을 연방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연방검찰은 하랄트 랑게 검찰총장의 지휘 아래 기자 2명을 국가비밀누설 혐의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이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 반대하며 중지를 요구했다. 이에 랑게 총장은 “법무장관이 지휘권 행사로 사법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마스 장관은 “지휘권을 발동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실제 마스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했는지 명확히 알려진 적은 없지만, 랑게 총장의 공개 비판은 독일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둘 사이의 갈등은 임면권자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랑게 총장을 해임하고 수사가 중지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후 독일법관협회는 “검찰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법무장관의 지휘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일 형사법 전문가인 이완규 변호사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사이 내부 협의 과정에서 총장이 장관의 요구를 지휘권 발동으로 생각하고 공개하면서 문제가 된 것으로 결국 인사권으로 해결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독일·일본의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논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독일·일본의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논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일본은 집권당 실세의 수사를 막으려고 법무대신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가 역풍을 맞아 정권이 무너진 경험도 있다. 1953~54년 도쿄(東京)지검이 벌인 집권 자유당 해운·조선업계 중수뢰 사건(조선의옥사건) 수사 때의 일이다. 도쿄지검은 54년 2월 아리타 지로(有田二郞) 부간사장 등 자유당 중·참의원 5명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던 중 집권당 실세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자유당 간사장에 대해서도 제삼자 수뢰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누카이 다케루(犬養健) 법무대신이 임의수사를 계속하라는 취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사토 도스케(佐藤藤佐) 검사총장은 이누카이 법무대신의 지휘를 수용하면서도 “앞으로 검찰진이 수사를 계속하면서 상당한 곤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검찰진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며 검찰청법 14조(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는 진실로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집권당에 대한 수사를 막았다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이누카이 법무대신은 사퇴했다. 검찰 수사는 이어졌지만, 지휘권 발동에 따라 임의수사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토 간사장은 기소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사토 총장이 54년 9월 6일 중의원에 출석해 “지휘권 발동으로 수사에 지장이 있었다”고 증언한 뒤 민심이 돌아서면서 5차 요시다(吉田) 내각은 같은 해 12월 9일 총사퇴했다.

 

근대 검찰 제도를 태동한 프랑스의 경우 2013년 7월 형사소송법상 법무장관의 지휘권을 폐지했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 30조 2항은 법무장관의 일반적 지휘권을, 3항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담고 있었다. 이 중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은 검찰이 사건을 뭉갤 경우 기소를 명령하는 권한에 불과했지만, 이마저도 폐지됐다.

 

학계에서는 사르코지 정부의 사법개혁 추진에 따른 반작용으로 법무장관의 지휘권이 폐지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사르코지 정부가 수사판사 제도를 폐지하려고 하자, 프랑스 법조계는 물론 유럽평의회(CoE)에서도 수사권을 넘겨받을 검찰의 독립성 강화를 먼저 요구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檢 관련 3대 공약... 박범계 vs 대검 엇갈린 입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윤석열 檢 관련 3대 공약... 박범계 vs 대검 엇갈린 입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실제 당시 프랑스에서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자신의 정치적 경쟁 상대였던 빌팽 전 총리가 대통령 음해 혐의로 기소된 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사르코지 대통령이 개입해 검찰이 항소하도록 했다는 게 골자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사법개혁 정책도 중단됐지만, 후임 올랑드 정부에서도 검찰의 독립성 강화 논의는 이어지면서 법무장관 지휘권 폐지로 이어졌다.

 

 

 

프랑스 형사법 전문가인 김종민 변호사는 “2013년 이전부터 유럽에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로 확산 중”이라며 “프랑스 법무장관의 검찰 지휘권 폐지는 그 당시의 정치적 이유보다는 이러한 논의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유럽평의회 산하 ‘사법의 효율성에 관한 유럽위원회’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46개(현재 47개) 회원국 중 프랑스를 포함한 25개국은 검사에 대한 기소 여부 등 특정한 지시나 구체적 지휘를 못 하게 하는 ‘금지’ 규정까지 두고 있다. 영국은 오랜 사인소추주의(私人訴追主義: 피해자소추) 전통에 따라 경찰이 기소를 담당하다가 1986년에 이르러 한국의 검찰 격인 왕립기소청(CPS)을 법무장관 산하에 설치하며 검사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왕립기소청에 대해선 법무장관이 구체적 지휘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해 검사에 법률상 독립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임명하는 연방법무장관(Attorney General)이 93명의 연방검사(US Attorney)에 대해 개별 사건 기소 여부 등을 지휘하는 검찰총장의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실제 법무장관이 정치적 사건의 수사·기소를 막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 스스로 해임을 택한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 게이트’ 사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대선 개입’ 사건 특검 때다. 당시 법무장관(각각 엘리엇 리처드슨, 제프 세션스)은 대통령의 특검 해임 및 수사 방해 지시를 거부하고 경질됐다. 이어진 역풍에 닉슨은 사임했고 트럼프는 탄핵 위기를 맞았다. 이처럼 미국은 대통령의 검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검찰권의 정치권력 예속 논란이 꾸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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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박중욱, 「검사의 독립성과 객관의무-독일에서의 논의를 참고하여」(법학연구, 2021)

이완규, 「법무부장관 지휘권 사태와 검찰 독립성 : 문제점과 대안」 발제문(한반도선진화재단, 2020)

신상현,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 폐지론」(외법논집, 2020)

김성룡, 「청와대의 ‘수사권 조정안’과 검찰 개혁」(형사정책, 2018)

유주성, 「프랑스 예심판사제도 폐지에 관한 논의」(외법논집, 2017)

이석배, 「독일의 검찰 탄생과 법무부장관의 지휘권」(형사법연구, 2014)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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