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 서영민) ‘직원 밥 잘 챙긴게 죄?’ 삼성 웰스토리의 혐의는? [2022-03-29]

by viemysogno posted Mar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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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밥 잘 챙긴게 죄?’ 삼성 웰스토리의 혐의는?

 

 

 

입력 2022.03.29 (07:00)취재K

147가

 

 

■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삼성 웰스토리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급식을 계열사인 '삼성 웰스토리'에 몰아주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단 내용입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할 정도로 중한 잘못으로 봤지만, 온라인에서 기사를 읽는 시민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왜 직원들 밥 주는 것 갖고 트집을 잡느냐?”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 이 기사는 그래서 한 번 더 설명해 드리는 기사입니다. 직원 밥 잘 챙겨준 게 잘못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설명드릴 부분은 ①밥값에 일부러 돈을 더 얹어줘서 회사에 의도적인 손해를 끼쳤을 것으로 볼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법률 위반이다, 그리고 ②그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사건은 더 확대될 수 있다, 는 내용입니다.

 

 

■ 검찰이 또다시 삼성그룹을 겨누다... 이번엔 <급식 일감 몰아주기>

 

검찰의 삼성 그룹 수사가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삼성 웰스토리는 물론, 삼성전자 본사까지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공정위가 고발한 '삼성 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강제수사가 시작된 겁니다.

 

강제수사는 기본적으로 공정위 고발에 따른 겁니다. '삼성그룹이 물산의 자회사인 삼성 웰스토리에 급식 일감을 몰아줬는데, 이게 계열사의 이익을 부당하게 빼돌린 것이다'는 내용의 지난해 6월 고발입니다.

 

사실 이 내용은 당시 공정위원회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석민수 자세히 기자가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바로가기☞

[텍스트 기사] “왜 직원 밥 갖고 트집이냐?” vs “이재용, 급식 마진까지 챙겨야 했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8984

[영상 기사] [ET] “직원 밥 가지고 왜 트집?” vs. “이재용, 꼭 직원 밥까지 건드려야 했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21079

 

 

 

 

 

 

 

 

그 기사는 공정위가 왜 삼성그룹의 급식 일감 몰아주기(부당지원) 혐의에 대해 2,349억 원이라는 거액의 과징금을 물렸냐는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해당 금액은 공정위 과징금 부과 역사상 최고액이었기에, 역사적 사건이기도 했거든죠. 공정위는 그 정도로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는 문제라고 봤습니다.

 

 

 

■ 뜻밖의 반응 "직원 밥 잘 챙겨준 게 죄냐?"

 

그런데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반응이 뜨겁기는 했는데, 그게 무슨 잘못이냐는 내용이 주였습니다. 댓글로 살펴보죠. 당시 온라인 누리꾼들은 아래 세 가지 댓글에 가장 많이 공감했습니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글은 '좋아요'를 누른 사람의 숫자가 거의 만 명에 달했습니다.

 

 

 

 

 

 

 

 

 

사실 제기되는 혐의나, 그 개연성만 따져보면 이해하기 힘든 반응입니다.

 

급식을 매개로 한 이번 삼성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는 사실일 경우,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불법행위입니다. 특히 그렇게 계열사에 해를 끼치면서까지 일감을 몰아준 결과는 무엇이냐? 라는 근본적 질문에 다다르면 다시 한번 이재용 부회장 등 사주 일가가 언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의 중심에 있는 급식회사 웰스토리가 '삼성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의 핵심 고리인 삼성물산의 자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급식회사 <삼성 웰스토리>에 몰아준 일감으로 인한 이익은 배당절차를 거쳐 <삼성물산>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이 이익이 2015년 합병과정에서 '사주일가에게 유리한 셈법'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그런 <'합병과정 문제'에 대한 수사>나, 합병 이후 주주 친화 정책인 <'주주 배당 확대'의 실탄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한 수사로 뻗어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중대 사건으로 귀결될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반응이 뜻밖이었죠. 이런 뜻밖의 상황을 마주했다면 기자들은 한 번 더 설명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라는 의미에서죠.

 

 

 

■ 직원들한테 더 좋은 밥을 준 게 잘못됐단 게 아닙니다

 

온라인 반응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비싸더라도 질 좋은 식단 챙겨줬으면 칭찬해야하는 것 아니냐, 직원 복지다, 비싸도 만족도 높은 밥을 먹게 해줘라"

 

 

 

 

 

 

실제로 삼성의 구내식당 밥맛은 좋기로 유명하더군요. '구내 식당 밥인데 대게 다리가 올라오고, 보리굴비가 나온다더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회자 됩니다. '역시 삼성'이라는 말도 많이들 했습니다.

 

하지만 논점은 '좋은 밥을 만들어줬다'가 아니고, '밥값을 부당하게 비싸게 받았다'는 겁니다. 이건 삼성 웰스토리가 거둔 이익이 어디서 나왔나를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2013년부터 19년까지 삼성 웰스토리는 내부거래에서만 4,859억 원의 이익을 거둡니다. 좋은 밥을 제공해서 거둔 성과라면 외부 거래, 비계열사 거래에서도 비슷한 영업이익이 나야 합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삼성이 아닌 회사에 제공한 밥'에서는 103억 원의 '영업적자'를 봅니다. 손해를 본 겁니다.

 

영업이익률을 보자면 더 의아합니다. 계열사 밥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25% 안팎인데, 비계열사는 손해를 봅니다. (삼성 웰스토리가 속한 대형 급식 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를 넘지 않습니다. 1~2%대인 업체도 있습니다.)

 

공정위 판단은 '직원 복지가 아닙니다. ' 회삿돈을 삼성 웰스토리에 부당하게 퍼주는 일감 몰아주기'라는 겁니다. 얼마나 좋은 반찬이 제공되었건, 그 반찬은 그 돈을 주고 다른 업체를 고용했더라도 제공이 됐을 겁니다. 본질은 '화려한 반찬'이 아니라 '밥값에 얹어서 지불한 돈'입니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2018년 5월 작성된 수원 사업장 패밀리홀 입찰 관련 내부 이메일을 보면, 경쟁사 3곳은 제안서에서 식사단가로 5,116~5,500원을 제시했습니다. 요구 수준에 맞는 식사는 이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제안서인거죠. 웰스토리 단가는 6,166원입니다.

 

수원사업장 측은 그래서 '외부 회사가 웰스토리의 2~3년 전 단가를 제시했다'며 '경쟁 입찰을 열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물론,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장인 정 모 사장의 지시로 경쟁입찰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 정 모 사장의 지시가 '직원 밥을 더 잘 챙겨주기 위한 것'이었을까요? 생각해볼 일입니다.

 

 

 

■ 본질은 '밥값에 얹어서 지불한 돈'

 

문제가 된 38개 구내식당에서 하루 5천 명 분의 식사를 제공한다고 전제해보고 간단한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위 이메일에 드러난 내용을 기준으로 하되, 보수적으로 '500원을 얹어준 것'으로 보고 계산해보죠. (실제 차액은 최소 666원~1,050원입니다.)

 

 

 

 

 

 

하루에 9,500만 원, 약 1억 원의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을 일부러 웰스토리에 건넸단 추정이 가능합니다. 더 맛있는 밥 준게 문제가 아닙니다. 본질은 이렇게 안줘도 되는 돈을 얹어준 게 문제란 점입니다.

 

 

 

■ 뭐하러 이렇게 '밥값에 더 얹어서 줬나?'

 

'일감 몰아주기'의 목적 부분입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 부분은 공식적으로 언급하진 않습니다. 내부적으로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 언급할지를 놓고 논쟁을 벌인 것으로는 알려져 있지만, 최종 결정은 '일감 몰아주기 고발'까지만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추론의 영역입니다. 검찰 수사를 놓고 제기되는 추론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①2015년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필요했다

 

지금 웰스토리는 삼성물산 자회사입니다. 그 전에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였죠.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이후 삼성물산 자회사가 됩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삼성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재판'의 한 쟁점은 기업 가치 '부풀리기'입니다. 이 합병 당시에 이재용 부회장 등 사주 일가에 유리한 비율을 산정하기 위해서 '제일모직의 가치는 부풀리고' 반대로 '삼성물산의 가치는 축소한 것 아니냐'는 거죠.

 

시민단체들은 당시 삼성그룹이 '제일모직은 규모는 작지만, 이익은 많이 나는 회사'로, 삼성물산은 '덩치는 크지만, 이익은 적은 회사'로 꾸몄다고 주장합니다. 그 과정에 웰스토리의 역할은 결정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 자회사인 웰스토리 영업이익률이 워낙 높다 보니 이 급식업체가 종합상사와 건설 부문까지 합친 합병 전 삼성물산과 기업가치가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계열사 일감을 업계 상식을 뛰어넘는 단가로 몰아받은 결과가 이재용 부회장한테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② 합병비율에 불만스러워 하는 주주들을 달랠 '배당정책'에 필요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삼성물산 합병비율에 대한 불만은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공정위는 합병 과정에서 집단 반발한 구 삼성물산 주주들을 무마하기 위해 당시 삼성물산이 배당 확대 정책을 펼쳤고, 그에 필요한 자금을 웰스토리의 이익으로 충당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배당이 확대되었다면 물산 지분의 31%를 차지하는 총수 일가 역시 그 배당 확대의 혜택을 보았을 겁니다. 그러면 큰 그림에서 '웰스토리가 총수 일가의 자금 조달 창구' 구실을 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판단은 이제 다시 한번 검찰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법원이 최종 판단을 하겠죠. 물론 시간이 걸릴테고, 그 판단에 대해 역시 '직원 밥 잘 챙겨준 게 그렇게 큰 죄냐'는 인식 역시 여전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도 부정적인 댓글이 또 달릴지도 모릅니다.

 

물론 시민 개개인의 판단과 생각의 자유는 개개인의 몫이지요.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다시 또, 어떤 근거로 그런 판단이 내려진건지 한 번 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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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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