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정호영 `법률`로 따지다간 후회…한동훈 손색없어, 尹에 쓴소리 가능"
김종인 前국힘 비대위원장, '인수위 출범 한달'에 "분명히 제시한 게 없어"
"내각 발표 큰 감동 없이 '무난함' 택한 듯…정호영 빨리 해결해야 새정부 순조로워"
한동훈에 "신선하고 소신 투철해 尹 맹종 않을 것…정치하려면 검찰 잊어야"
한기호 기자 입력: 2022-04-19 12:02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김종인 전 국회의원 페이스북 사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내각 인선 발표 전반에 대해 "일반 국민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법률' 대신 '상식'의 잣대로 의혹들을 다뤄야 한다며 자진사퇴론에 무게를 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신선하다'는 평가와 함께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지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로 추어올렸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19일 CBS 오전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활동 기간 한달을 넘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해 우선 "인수위 자체가 '앞으로 새로운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을 분명하게 제시한 상황이 없다"며 "새로운 정부의 내각을 발표한 정도 이외에는 별다른 게 없는 것 같다"고 총평을 내렸다.
이어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인선 발표에 대해 "큰 감동은 없는 것 같고 그저 사람들은 '무난한 사람을 택하지 않았느냐'고 판단할 수가 있다"면서도 "최근에 불거진 복지부 장관 문제 같은 것은 빨리 그 문제를 해결하고 지나가는 것이 새 정부 탄생에 오히려 하나의 순조로운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정호영 후보자 낙마 요구에 '부정(不淨)의 팩트가 있어야 한다'는 반응을 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모든 것을 '그 사람이 법률적으로 위반했느냐 안 했느냐'를 따지는 것으론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며 "윤 당선인이 소위 '공정'과 '상식'을 주로 강조하고 있잖나. 거기에 비춰본다면 '과연 이 사람은 상식에 맞는 짓을 했느냐'를 전제로 해서 판단하는 것이 나는 옳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윤 당선인에게 "그런(팩트, 위법 등) 얘기는 과거에도 우리가 누누이 들었던 얘기인데, 정치적인 판단을 갖다가 꼭 법률적인 잣대만 가지고서 판단을 해선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충고했다. 동시에 정 후보자에겐 "대국적인 면에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는데 나로 인해 여러 가지 장애가 될 것 같다'면 본인 스스로가 용기를 내 판단하는 게 현명하다"며 "(임명을 강행한다면) 과거 정권에서 하던 짓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자를) 조국(전 법무부 장관)과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일반 국민들 상식에서야 '저분은 좀 의심할 여지가 있고 좀 문제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건 정치적인 판단을 해야지 법률적인 판단을 해서는 내가 보기에는 나중에 후회할 일만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종인 "정호영 `법률`로 따지다간 후회…한동훈 손색없어, 尹에 쓴소리 가능"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월15일 오전 후보자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김 전 위원장은 윤 당선인의 검사 시절부터 최측근으로서 법무장관에 지명된 한 후보자에 대해선 "본인의 능력이나 자질로 봐서는 하나도 손색이 없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윤 당선인을 만든 과정에서 한 후보자가 (법무부의 4차례 좌천 인사 등) 아마 가장 고초를 겪은 사람"이라며 "일반 국민이 생각하기에 그래도 조금 신선한 맛이라도 있는 사람"이라고 호평했다.
한 후보자가 윤 당선인 지근거리에서 '쓴소리 장관'이 될 가능성도 점쳤다. 김 전 위원장은 "한동훈 본인 스스로도 얘기했지만, 저 사람이 대통령이라고 해서 무조건 맹종하는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라며 "과거 한 후보자를 데리고 있던 상관들 얘기를 들어보면 '상관의 말도 자기의 뜻에 맞지 않으면 듣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 소신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보기 때문에, 내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정도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능력을 떠나 더불어민주당과 악연이 있고 최악의 관계 아닌가'라는 지적에는 "민주당에서 지금 한 후보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조국 사태' 때 철저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라면서 "그 외에는 지금 한 후보자와 민주당이 특별한 관계가 없다"고 반론을 폈다.
채널A 사건 등으로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과 법적 공방에 이른 것에 대해선 "민주당과의 관계가 아니고 그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과의 개인적 관계로 보지, 당 전체가 그런 것 때문에 어느 특정인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검찰의 일체화를 앞당기는 인사 아니냐는 진행자의 지적에도 "당선인과 비교적 가까운 관계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당선인이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걸 시정하도록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한동훈 아닌가"라고 선을 그었다. "두고보세요"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정치인으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는 "본인 스스로가 자기 정치적 활로를 개척하면 모르되, 정치는 키워서 정치인이 될 수가 없다"라며, 한 후보자에게 "본인이 이젠 내각에 들어가기 때문에 검사로서의 사고방식은 좀 버려야 할 단계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윤 당선인도 검사에 일생을 바쳤던 사람이고 한 후보자도 마찬가지인데 이제는 검찰을 떠났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검찰을 잊어버리는 게 성공의 길로 가는 길"이라며 "정치적 야망이 있다면 특히 검찰 생활을 잊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