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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의 언중유향]클린스만 위약금, 정몽규 사재 출연 안된다→'축구협회 사유화' 고착화 우려 크다

 

 

이성필 기자 님의 스토리 •

23시간

 

 

[스포티비뉴스=신문로, 이성필 기자] 11개월을 무성의로 일관하다 한국 축구대표팀 수장 자리를 경질로 마감한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대표팀 감독에게는 위약금이라는 금전적 풍요로움이 돌아간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1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긴급 임원 회의를 주재한 뒤 입장 발표를 통해 클린스만의 경질을 알렸다. 지난 13일 임원 회의 자유 토론과 15일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도출된 '경질 건의'를 최종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발표 직전 클린스만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했던 사진을 올리며 13경기 무패 기록을 강조하며 한국의 무운을 비는 글을 남겼다. 물론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보여줬던 졸전은 철저히 가렸다. 

 

 

 

 

클린스만 경질 정몽규, 위약금 해결 방안에 사재 출연 시사

 

정 회장은 클린스만의 경질을 두고 "종합적으로 논의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 클린스만은 대표팀 능력을 끌어내는 경쟁력과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또, "축구대표팀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얻어 그 에너지를 돌려주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다. 앞으로도 그러해야 한다. 하지만, 논의와 의견을 종합한 결과 클린스만의 능력과 태도가 국민들의 기대치와 정서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도 개선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진행 중에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했다"라며 더는 동행이 불가함을 강조했다. 

대표팀은 48개국 체제로 진행되는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과 더불어 조별리그를 통과하며 32강부터 치러지는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원하고 있다. 단단한 대표팀을 만들기는커녕 선수단 내 단합 파괴를 방관했던 클린스만의 지도력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제대로 확인했다. 

 

정 회장도 "종합적인 책임은 대한축구협회와 저에게 있다. 그 원인에 대한 평가는 조금 자세히 분석한 뒤 거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겠다"라며 새로 대표팀을 정비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클린스만과의 이별이 '합의에 의한 자진 사퇴'가 아닌 '경질'은 여러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경질은 본질적으로 축구협회가 실책을 인정, 지난 1년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규정한 것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점이다. 낭비된 시간 속에서 얻은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시안컵 경기력으로 증명됐다. 전술, 전략, 위기 대응 등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던 클린스만이다. 

 

 

 

 

 

 

 

동시에 위약금 보전이라는 금전적인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통상 위약금은 잔여 연봉을 챙겨주는 것이다. 약 29억 원으로 알려진 클린스만의 연봉을 북중미 월드컵 기간까지 계산하면 69억 원 안팎이다. 또,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등 사단으로 불리는 그의 코칭스태프 잔여 임금 분까지 더해 100억 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해결 방안을 두고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과 해지 상황은 변호사와 상의해야 한다"라며 법리적 검토를 말했다. 계약 조건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경우에 따라 분쟁 사안이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알리는 부분이다. 

 

만약 '부족분이 생길 경우' 또는 '정상적 지급 불가 상황'에 대해서는 "혹시라도 재정적인 부담이 생긴다면, 축구협회장으로서 재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라며 사재 출연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로 불리는 HDC그룹 회장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회장이고 자산가라는 성격이 더해져 협회장이라면 응당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성과를 낸 뒤 약간의 부자연스러움이 있었지만, 사재 20억 원을 출연해 포상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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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 제공: 스포티비뉴스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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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 제공: 스포티비뉴스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단체장 경제력으로 해결→축구협회 사유화 우려 증대, 자생적 해결이 우선이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위약금 지급 문제에서 사재 출연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다며 사재 출연을 시도한다면 이는 자칫 '단체 사유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를 비롯한 스포츠 단체장들은 주로 기업인이 많이 역임 중이다. 체육인 출신 수장들도 있다. 과거 정치인들이 치세의 수단으로 활용했던 폐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도 개선과 선거 등 민주적인 절차를 거친 결과로 많이 변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수장들에게 사재 출연을 바라는 곳이 여전히 많다. 이는 단체가 경제적 자립 또는 상업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일례로 대한농구협회는 농구 대표팀의 해외 원정이나 국제대회 출전마다 대표팀 지원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한국프로농구연맹(KBL)으로부터 지원금을 구걸하다시피 하고 있다. 장신의 선수들이 항공 이동 과정에서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지 못해 자비를 추가하는 웃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다. 대한배구협회도 마찬가지다. 한국프로배구연맹(KOVO)이 지원을 끊으면 선수들의 '고기' 회식이 어려울 정도다. 잘 알려진 여자배구대표팀의 김치찌개 회식 사건이 그렇다. 

 

축구협회는 이들과 다르다. K리그를 운영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 각종 후원사와 중계권료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A매치 인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입장 수익 등 여러 구조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자생력이 없는 단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충청남도 천안시 입장휴게소 인근에 조성 중인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조성에 자금이 부족해 하나은행에서 300억 원이나 되는 거액을 대출을 시도 중이고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기간 500만 달러(약 66억 원)의 자금 대출 후 아직 전액 상환을 하지 못했다는 변수가 있으나 이는 장기간에 걸쳐 정리 가능한 부분이다. 

 

사재 출연은 단체가 구멍가게 수준이거나 경영 능력이 없는 경우에나 미덕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이는 곧 해당 단체장이 무슨 정책을 펼쳐도 비판하기 어려운 구조와 마주하게 된다. 일부 아마추어 종목 단체에서 단체장이 마음껏 조직을 주물러 사회적인 문제까지 대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들이 내놓았던 논리는 "내 돈을 지원해 내가 단체를 끌고 가겠다는데 왜 난리냐"는 것이다.   

 

이번 클린스만 해임 상황에서 정 회장을 향해 "사퇴하라", "축구협회 관두고 용산 아이파크 사옥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팬들의 축구회관 앞 시위가 이어졌다. 클린스만을 떠나보낸 이상 정 회장에게도 책임지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각 시도 협회, 선수, 지도자, 산하 연맹, 심판, 동호인 등 192명 대의원의 투표를 통해 선출됐다는 점, 거의 매년 사재를 출연, 스스로 '그동안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라는 생각으로 사퇴 요구 여론을 외면할 가능성도 있다. 

 

철저하게 축구협회 예산 가동 범위 내에서 위약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혹시 클린스만을 기억에서 잊고 싶은, 축구를 사랑하는 독지가가 기부금이라도 낸다면 축구협회와 정 회장은 망신스럽게 받아야 한다. 

 

만약, 사재 출연으로 해결한다면 정 회장 체제의 축구협회 사유화는 더욱 고착화 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축구대표팀을 끌고 가고 유소년부터 성인 축구까지 체계를 만드는 과정에 잘못된 정책이 보여 비판 받아도 버티면 그만이다. 

 

지난 1년 사이 사유화로 인한 승부조작범 사면 등의 문제도 고개 한 번 숙이고 넘어갔고 팬과 언론의 비판에도 무생물처럼 반응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축구협회다. 이번 문제 역시 이와 같은 성격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단체장 개인 경제력 자랑이 아닌 철저한 해당 단체 체계 내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으로 사유화의 길로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여론과 언론의 감시와 견제에도 혼자 달리는 축구협회를 늘 봐왔던 기억이 생생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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