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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中 응원, 해외발 매크로·VPN에 뚫렸다… 여론조작 ‘드루킹 시즌2’ 우려

 

 

中 접속 차단 불구… 韓·美·日 다음으로 방문자 많아

중국서 지난 6~8월 간 누적 방문자 2022만명

與 “댓글 국적 표기 등 특단 대책 필요”

정부,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범부처 TF’ 구성

 

 

이경탁 기자

입력 2023.10.04 14:05

 

 

 

네이버와 다음 전체 방문자 중 중국에서 접속하는 비율은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한국과 중국이 대결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8강전에서 해외 소수 세력이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와 VPN(가상사설망)을 통해 여론을 왜곡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다음에서 중국팀을 응원한 비중이 90%, 네이버는 10%에 달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거 ‘드루킹 사건’과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범부처 TF’를 가동하기로 했다.

 

4일 트래픽 통계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간 중국에서 네이버와 다음에 접속한 비율은 0.45%로 집계됐다. 한국(92.87%), 미국(2.07%), 일본(0.77%)에 이은 수치다.

 

다음은 2019년 1월, 네이버는 같은 해 5월부터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중국인이 국내 포털에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간 네이버의 총 누적 방문자 수는 36억7000만명, 다음은 8억2690만명이다. 이 기간 네이버와 다음에 중국인 약 1651만명, 371만명이 각각 방문한 것이다. 한 달 평균으로 보면 네이버와 다음에 각각 550만명과 124만명이 접속한 셈이다.

 

전체 비율로 보면 미미하지만 조직적으로 포털 내 댓글을 달고 여론을 만들기에는 적지 않은 숫자다. 특히 VPN을 이용한 우회접속을 감안하면 더 많은 중국인 접속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일 오후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한국과 중국의 축구 8강전에서 이강인이 상대 진영을 향해 쇄도하고 있다./뉴스1

지난 1일 오후 중국 항저우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한국과 중국의 축구 8강전에서 이강인이 상대 진영을 향해 쇄도하고 있다./뉴스1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전 당시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으나, 다음 클릭 응원 페이지에서는 중국팀을 응원하는 비율이 93%(약 2919만건)에 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같은 시간 네이버 응원 페이지에서도 중국을 응원하는 비율이 10% 수준이었다. 네이버보다 다음에 중국팀 응원이 몰린 것은 클릭 응원 페이지가 별도 로그인을 거치지 않고 횟수 제한 없이 스포츠 경기를 응원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남자 축구 8강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한국과 북한과의 여자축구 8강전에서도 다음에서 북한팀을 응원하는 비율이 75%에 달한 반면, 한국팀을 응원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는 현재 다음 클릭 응원 서비스를 중단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카카오에 따르면, 클릭 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IP(인터넷 주소)가 만들어낸 총 클릭 응원 수 2294만건 중 해외 IP 비중은 86.9%(1993만건)다. 해외 IP 응원 수를 분석한 결과, 2개의 IP가 해외 IP 클릭의 99.8%인 1989만건을 차지했다. 이 중 약 50%는 네덜란드를, 약 30%는 일본을 경유해 들어왔다.

 

 

알 수 없는 해외 세력이 가상망인 VPN을 악용해 국내 네티즌인 것처럼 우회 접속했고, 컴퓨터가 같은 작업을 자동 반복하게 하는 매크로 조작 수법을 활용해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을 대량 생성했다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한중 8강전 클릭 응원 수의 이상 현상은 이용자가 적은 심야시간대 2개 IP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만들어낸 이례적인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서비스 취지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업무방해 행위로 간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 클릭응원./다음 달무리

다음 클릭응원./다음 달무리

 

이 같은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포털뉴스 댓글 등에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개입한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여당에서는 댓글 국적표기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올해 초 인터넷 댓글 작성자의 국적을 표기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포털 댓글 작성자의 접속 장소를 기준으로 국적 혹은 국가명을 명시하도록 하고, 실제 접속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로 우회접속 하는 경우에도 우회접속 여부를 함께 명기한다. 현재 이 법안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이날 오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포털 응원페이지 조작 사태를 설명하기 위해 국무회의에 참석,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범부처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포털 서비스들이 특정 세력의 여론 조작에 취약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포털의 여론 왜곡 방지 법안 등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드루킹 사태를 비롯해 가짜 뉴스에 의한 대선 조작 시도 등으로 사회적 우려가 큰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카카오에 대한 관계 부처의 실태 조사를 통해 현행법령 위반 혐의가 확인될 경우 엄중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경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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