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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해”… 입법보다 재선 위해 줄서기 내몰리는 초선들 [여의도 떠나는 초선들]

 

 

김승환·김현우·최우석·김나현 기자

입력 : 2024-01-08 19:23:04 수정 : 2024-01-08 22:42:25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공천 때문에 헌법 제도 조롱거리로”

與 김웅, 체포동의안 포기강요 비판

野 오영환 “잘못 관련 비판마저 매도”

 

이견 용납 않는 기성정치의 폐쇄성에

4년간 혈세로 훈련된 인적 자원 잃어

일각 “공천 불투명해 불출마 선택” 폄하

소장파 내모는 한국정치 반성 필요

 

 

“이견을 용납하지 않는 문화 속에서 그나마 역할을 하던 소수 소장파들이 휩쓸려 나가는 것 같다.”

 

 

익명을 요구한 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이 8일 통화에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한 말이다. 이 의원 또한 김 의원에 앞서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다. 그는 김 의원에 대해 “법조인 출신으로서 정치에 매몰되지 않고 본인 철학과 전문성에 대한 소신이 있었던 분으로 비주류를 자처하면서도 당당했던 분”이라며 “권력에 충성하고 본인의 정치적 이해가 우선인 정치인들은 기득권을 지키려 아등바등하는데, 정작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사람들이 떠나가는 데 상실감이 크다”고 했다.

 

 

최근까지 불출마 선언을 한 여야 초선 의원 5인(국민의힘 김웅, 민주당 오영환·강민정·이탄희·홍성국)의 면면을 보면 대개가 당 주류의 입장에 반하는 의견을 내왔던 소신파들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불출마에 대해 “공천 가능성이 불투명한 데 따른 현실적 판단”이라 평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런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소신파 초선을 불출마 선언으로 내모는 한국의 정치 구조에 대해서는 반성과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각 세웠거나 거리 뒀거나

 

김웅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을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체포동의안 포기 선언에 동참할 수 없다”며 “공천 때문에 헌법상 제도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는 후보만 공천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고작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잡겠다고 보수주의 정당에서 (헌법상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우습게 여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우리 당이 가야 할 곳은 대통령의 품이 아니다”라며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에 쓴소리를 한 건 김 의원뿐이 아니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당시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시사한 당 지도부에 맞서 불출마 카드를 던진 것이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22대 총선에 남아 있는 출마 기회를 다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며 “선거법만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병립형 회귀를 시사하는 듯한 이재명 대표의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 발언을 인용하며 “멋없게 이기면, 총선을 이겨도 세상을 못 바꾼다”고 맞받기도 했다. 

 

 

소방관 출신인 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강성 친명(친이재명)계와 거리를 두는 행보를 이어온 인사다. 지난해 11월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 논란 당시에도 민주당 의원 단체채팅방에서 ‘언론이 문제’라고 감싸는 한 의원에게 “제발 특정 언론, 보수단체, 당내 소수의견이란 이유로 명백한 잘못에 대한 비판마저 매도하지 말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의원은 지난해 4월 초선 의원 중 처음으로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도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명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고 했다. 

 

 

 

◆초선 생존전략은 ‘줄서기’뿐인가

 

 

이들 불출마는 결국 초선의 재선 전략이 ‘권력에 대한 줄서기’ 외에는 찾기 어려워진 정치 풍토를 반영한다는 평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불출마 선언을 한 초선 의원 5인에 대해 “당 공청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실제 양당에서는 초선들의 줄서기 양상이 노골화한 지 오래다. 국민의힘만 해도 지난해 초 전당대회 국면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초선 50여명의 ‘연판장 사태’가 있었고, 민주당은 초선 비례의원들이 ‘친명’(친이재명)이라 자칭하면서 비명(비이재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서 경쟁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이런 줄서기 행태가 만연해진 데 대해 각 당 중진 의원들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초선의 불출마 선언이 어떤 흐름으로 형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당을 이렇게 끌어가는 데 중추 역할을 한 중진들이 자성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지금은 그들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초선들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중진 의원들 중에서) 세대교체나 정치개혁, 이런 것들을 화두로 생각하고 가슴에 담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지금까지는 그 메아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굉장한 충격이 있을 만도 한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기성정치가 공고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승환·김현우·최우석·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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