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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분노 터진 클린스만 사태에도…현대家, 27년간 축구협회장 왜

 

 

윤성민 기자 님의 스토리 •

4시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16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 회의를 마친 뒤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국 축구계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둘러싸고 시끄러웠다. 비판의 화살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까지 향했다. 그러면서 팬들은 “왜 범 현대가(家)가 축구협회장을 독점하느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1993~2009년 축구협회장을 맡았고, 정 회장의 조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축구협회장으로 재임 중이기 때문이다. 범 현대가에서만 27년이다.

 

 

 

축구협회에 한 해 44억 출연한 정몽준

 

 

1980~1990년대엔 축구계 내부에서 기업인 축구협회장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프로축구가 1980년 출범했지만 아마추어팀과 리그를 함께 열 정도로 미성숙해, 발전을 위해선 재벌 축구협회장의 자금 출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979~1987년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이 축구협회장을 맡았고, 1988~1993년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협회를 이끌었다. 이들이 사재 또는 법인 자금을 출연했기 때문에 프로축구가 성장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이후 정몽준 전 회장이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와 대우가 맞붙는 모양새가 됐다. 한 전직 축구협회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의 축구협회장 도전은 정치적 이유가 크다는 게 정설이었다”며 “월드컵을 유치할 경우 전 국민에 주목받을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재선 국회의원이었고, 축구협회장 출마 시점은 ‘2002 월드컵’ 개최지 발표(1996년)를 3년 앞둔 시점이었다. 결국 김우중 회장이 밀었던 김창기 전 대학축구연맹 회장이 중도 후보 사퇴하면서 정 전 회장은 단독 후보로 회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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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2002 월드컵' 유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장. 중앙포토

1996년 '2002 월드컵' 유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장. 중앙포토

© 제공: 중앙일보

1996년 '2002 월드컵' 유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정몽준 당시 대한축구협회장. 중앙포토

 

 

2002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한국 축구계를 위한 정 전 회장의 기여가 작지 않았다는 평이 많다. 정 전 회장은 축구협회장 선거 운동을 하며 축구 전용구장 건립을 위한 사재 출연을 약속했다. 실제로 1995년 언론보도를 보면 정 전 회장은 그해 축구협회에 43억7000만원을 냈다. 당시 축구협회 전체 예산의 76.6%였다. 1993~1995년 3년 연속으로 정 전 회장이 전체 체육협회 중 출연금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1996년 결국 한국과 일본이 2002 월드컵 공동개최지로 결정됐고, 정 전 회장은 월드컵 열기 속에서 2002년 대선까지 도전했다.

 

그러나 장기 집권의 그늘도 지적됐다. 신문선 축구해설위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축구협회가 정치화됐다”며 “협회 산하 연맹과 협회 곳곳에 정 회장과 가까운 사람, 현대와 연결된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정 전 회장은 2009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후임으론 조중연 전 회장이 당선됐다. 조 전 회장은 1980년대 초반 현대 프로축구팀 창단 실무를 맡았고,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 정 전 회장이 직접 발탁한 인물로 정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평가받던 인물이었다.

 

 

 

조 전 회장은 비리 직원 퇴직시 격려금 지급 등 각종 논란 속에서 2013년 회장에서 물러났다. 그러면서 다시 현대가 인사인 정몽규 회장이 차기 축구협회장 후보로 나섰다. 한 축구계 인사는 “현대가에서 권오갑 HD현대 회장과 정몽규 회장을 차기 축구협회장으로 논의했는데, 최종적으로 정 회장이 후보로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현재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은 당시 선거에서 2차 결선 투표에 참여한 전체 대의원 24명 중 15표를 얻어 9표에 그친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을 제치고 당선됐다. 허 회장은 축구선수 출신으로 범 GS가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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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조중연 당시 대한축구협회장. 중앙포토

2010년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조중연 당시 대한축구협회장. 중앙포토

© 제공: 중앙일보

2010년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조중연 당시 대한축구협회장. 중앙포토

 

 

 

 

정몽규, 경쟁 후보 없이 재선·3선

 

 

2013년 축구협회장 선거에 도전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를 회고하며 “현대 집안 사람이 회장으로 뽑힐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당시엔 대의원 24명 투표로 축구협회장이 결정됐는데, 대의원은 축구협회 산하 8명의 연맹 단체장과 16명의 시도협회장으로 구성돼 있었다. 윤 의원은 “산하 연맹 단체장들 다수가 현대와 관련 있는 사람이었다. 예컨대 한 단체장은 스포츠용품 기업 대표인데, 축구용품과 유니폼을 현대가 소유한 축구 구단에 후원·납품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의 표가 정몽규 후보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은 이후 두 번의 선거에선 경쟁 후보 없이 사실상 추대로 3선을 했다.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현대가가 오랫동안 축구협회장직을 이어오면서 축구협회에도 현대 출신 멤버들이 많이 거쳐 갔다. 그러면서 축구계 분위기가 현대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대의원들에게) 정 회장의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신문선 위원은 “정몽준·정몽규 회장의 장기 집권을 거치며 축구계 주요 자리 중 다수가 친(親) 현대 인사들로 채워졌다”며 “축구협회장에 출마해도 당선될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정 회장 외엔 출마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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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뉴스1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뉴스1

© 제공: 중앙일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사안 관련 임원회의에 참석했다. 뉴스1

 

 

반론도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축구협회장은 대의원들의 투명한 투표로 결정된다. 특정 기업이나 인사가 전체 대의원에게 압력이나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축구협회장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은 계속 늘어 현재는 200여명이다. 이 관계자는 “현대가 인사가 축구협회장을 오래 맡은 건 그만큼 현대가 한국 축구에 오래 투자해왔고, 그런 기여를 축구계가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범 현대가가 소유하고 있는 K리그 구단만 전북현대(현대자동차), 울산HD(현대중공업), 부산아이파크(HDC현대산업개발) 세 곳이다. 여자 실업축구 WK리그의 팀 인천 현대제철도 소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여자월드컵 7번 연속 후원도 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축구협회장 4선 도전을 시사한 상황이다. “해외에 나가면 대한축구협회 회장 명함이 사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려는 것”(재계 관계자)이라며 기업인 축구협회장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과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는 자본력과 외교력이 중요해 기업인 협회장에 대한 요구가 있다”(체육계 관계자)는 기업인 축구협회장 옹호론이 엇갈리고 있다.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는 내년 1월 치러진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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