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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안보리 휴전 결의안 거부에 중동 분노
문가영 기자 moon31@mk.co.kr
입력 : 2023-12-10 17:46:12 수정 : 2023-12-10 22:59:30
친이란계 테러단체와 확전 우려
가자 사망자 1만7000명 돌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의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중동 국가들은 미국이 인도주의적 원칙을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8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 상정된 이번 결의안은 15개 이사국 중 미국이 유일하게 반대하며 부결됐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제출한 이번 결의안에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즉각적인 휴전과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이날 표결에서 프랑스와 일본을 비롯한 13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영국이 기권하면서, 미국이 반대하지만 않았어도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미국 측은 반대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휴전은 하마스에만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우드 미국 대표부 차석대사는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만, 당장 휴전을 하라는 것은 하마스에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할 기회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동 국가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날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은 미국의 결의안 반대와 관련해 "공격적이고 부도덕하며 모든 인도주의 원칙과 가치에 대한 노골적 위반"이라면서 "미국에 가자지구 어린이, 여성, 노인의 희생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의 외무장관은 8일 워싱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실망감을 표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9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통화하며 "미국이 이스라엘의 범죄와 전쟁의 지속을 지지하는 한 이 지역에서 통제할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인근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등을 기점으로 친이란계 무장테러단체와의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라크에서 중동 분쟁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란이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반군, 시리아 민병대와 이라크의 카타이브 헤즈볼라까지 전면에 내세워 하마스를 측면 지원하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이어 2개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도발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려우며, 위협이 계속될 경우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자지구 내 지상전이 북부에서 남부로 확대되며 이스라엘군과 하마스가 치열한 교전을 벌이는 가운데, 지난 7일 가자지구 누적 사망자 수는 1만7000명을 넘어섰다.
[문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