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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강국 스위스, 서방 우크라 무기 지원에 제동...방공시스템 등 수출 차질
송경재
별 스토리 • 10시간 전
[파이낸셜뉴스]
영세중립국이자 방산강국인 스위스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오트마징겐 인근 고속도로에서 스위스 육군 장갑차들이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제공: 파이낸셜뉴스
알프스 산맥의 영세중립국 스위스가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세기를 지속한 중립 방침이 스위스 부품이 들어간 군사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과 덴마크가 당초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던 어스파이드 방공시스템과 피라냐III 보병전투차량이 스위스의 반대로 묶여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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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무기에는 스위스제 부품이 들어간다.
스위스가 분쟁지역에는 자국 무기나 부품을 수출하지 않고, 자국 무기 또는 부품이 들어간 외국산 무기 재수출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약 지원도 벽에 부닥쳤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게파르트 대공포 탄약을 추가로 보낼 계획이었지만 스위스가 반대해 이 또한 지원 절차가 중단됐다.
수십년 전 독일이 구입한 대공포탄이 바로 스위스제다.
포탄이 부족해짐에 따라 우크라이나 군은 결국 포탄을 아껴서 쓰기로 했고, 이때문에 방공망 효율성에 구멍이 뚫렸다.
유럽지도부는 스위스 때리기에 나섰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버그는 스위스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스톨텐버그 사무총장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의 경우 이는 중립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자위권 존중, 법치 보호, 유엔헌장 준수에 관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스위스가 이 문제에 눈 감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폰데어 라이옌 집행위원장은 "모두가 자신의 태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법치 대 힘의 법칙, 민주주의와 기본권리 대 독재 가운데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립을 이유로 무기 지원에서 발을 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스위스라고 문제가 간단한 것은 아니다. 중립규정에 따라 분쟁 지역에 무기를 보내서는 안된다는 것이 헌법과 국제조약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일찍이 1515년 중립을 선언했다. 프랑스의 침공을 받아 패배한 이후 스위스는 유럽 전쟁의 포화에서 비켜서고자 중립을 택했다.
주변 열강들도 1815년 파리의정서를 통해 스위스의 중립을 존중하기로 했고, 스위스는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도 중립을 지속했다.
현대 스위스는 이른바 '무장 중립'을 택하고 있다. 국제조약과 국내법에 따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장을 하되 외국의 갈등에는 거리를 둔다는 점을 국제조약과 국내법으로 분명히 하고 있다.
나토가 압박한다고 해서 이를 쉽사리 뒤집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럽 지도부가 압박에 나섰고, 스위스 내에서도 시위가 벌어지면서 스위스의 중립 원칙은 한 번 무너졌다. 스위스는 EU의 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스위스는 다른 나라들과 함께 러시아가 정한 '비우호 국가'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한편 독일 등의 압박은 집요하다.
스위스 방산 시장의 최대 바이어인 독일은 스위스가 자국 무기, 또는 부품 재수출 규제를 풀지 않으면 스위스와 맺었던 무기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다만 독일 의회가 이를 승인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고, 승인했다고 해도 실제 무기 구매 철회가 이뤄지는데 수개월이 걸려 일러도 내년 초는 돼야 스위스 무기 구매 중단이 효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