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우크라전 덕에 기회 잡은 한국 방산업"…NYT "미 동맹, 국익 사이 균형"
입력: 2023-03-06 20:32
박양수 기자
NYT "한국, 우크라 지원에 무기고 빈 서방 상대로 수출 급증"
북한과 대치 덕 방위산업 탄탄…전세계 군비재증강 따른 공백 메워
"러 눈치보며 무기판로 신속 확대"…국책육성 방산업에 대형호재
"우크라전 덕에 기회 잡은 한국 방산업"…NYT "미 동맹, 국익 사이 균형"
한국 탱크·곡사포를 환영하는 폴란드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등 무기 수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 때문에 애를 먹는 사이에 한국의 방산업은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한국 방산업이 기회를 잡은 배경에 우크라이나전이 있다며, 한국의 무기수출 현황을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무기 수출액은 140% 늘어 역대 최고액인 173억 달러(약 22조45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는 탱크, 곡사포, 전투기, 다연장로켓 등 폴란드와 합의한 124억 달러(약 16조원) 규모의 거래가 포함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동부 최전선으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 안보불안 속에 방산 수요가 급증했다.
미국 등 주요 무기 수출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느라 무기 생산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독일 같은 유럽 국가도 우크라이나에 보낼 주력전차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유럽이 우크라이나에 소련제 무기를 보낸 뒤 재무장하고 장비를 개량할 때 주요 선택지는 한국이 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한국은 미소냉전이 끝난 뒤 군비를 축소한 유럽과 달리 북한과 대치한 까닭에 국가정책으로 방위산업 공급망을 유지했다.
이웃 나라가 전쟁에 휘말린 것을 지켜보며, 위기감 속에 곡사포 거래에 서명한 지 불과 석 달만에 첫 인도분을 받은 폴란드는 한국의 생산역량에 감탄하기도 했다.
NYT는 특히 한국의 무기수출 확대가 우크라이나에 직접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고 전 세계적인 군비 재증강에 따른 공백을 재빨리 메우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은 러시아와의 관계악화를 우려해 우크라이나전에서 직접적으로 나서길 꺼린다. 수출한 무기의 경우에도 우크라이나에 유입되지 않도록 재판매 금지를 비롯한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재고가 줄어든 미군에 충전용 포탄을 팔 때도, 폴란드를 재무장할 여러 무기를 팔 때도 한국은 수십년간 다른 국가에서 사용돼서는 안된다는 국제규정을 고집한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우크라이나와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달라고 호소했지만 한국은 줄타기를 계속했다"며 "미국과의 견고한 동맹, 자국의 국익·경제적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방산업체에선 이러한 한국의 무기수출 확대가 한국의 고유한 여건과 글로벌 정세가 맞물린 결과라고 보고 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미국이 무기를 일일이 모두 생산할 수는 없다"며 "우리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방산업을 육성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세계 방산시장의 2.8%를 차지하는 8위 무기 수출국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전이 터지기 전에 집계된 수치여서, 향후 통계에선 특수가 반영되면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