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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수산잇템]⑫ 아프리카로 넘어간 통일벼…식량난 해결사 ‘이스리’

 

 

한-아프리카 ‘K-라이스 벨트’ 사업 본격화

다카르서 나이로비까지…아프리카로 뻗는 ‘쌀 한류’

K-종자, 토착 품종 대비 생산성 3~4배 달해

 

 

윤희훈 기자

입력 2023.07.15 06:00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아프리카 'K-라이스벨트' 농업 장관회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아프리카 'K-라이스벨트' 농업 장관회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 대륙 최서단에 위치한 세네갈은 서부 아프리카의 최대 쌀 소비국이다. 나라를 상징하는 국화(國花)가 ‘벼’일 정도로, 이 나라 국민의 쌀 사랑은 남다르다. 하지만 쌀 자급률이 낮아 국내 소비량의 절반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세네갈에 치명적이다. 식량 수입이 국민의 영양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식량 안보 확보는 세네갈 정부의 첫번째 국정과제였다.

 

아프리카 하면 건조한 사막 기후로 쌀농사를 짓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는 선입견이다. 세네갈은 쾌적한 열대성 기후로 쌀농사를 짓는 데 어려움이 없다. 모리타니와의 국경 지역엔 세네갈강을 비롯해 감비아강 등이 흘러 수자원도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재배하는 쌀 종자의 수확량이 시원치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네갈 정부는 2016년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변모한 한국의 발전상을 세네갈 정부가 롤모델로 삼은 것이다. 우리 농촌진흥청이 2010년부터 ‘한-아프리카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인 ‘카파시(KAFACI)’를 가동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선택이었다.

 

아프리카 기니에서 재배되고 있는 통일벼를 개량한 '이스리' 벼.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아프리카 기니에서 재배되고 있는 통일벼를 개량한 '이스리' 벼.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수확량 뛰어나고 맛도 좋아…‘이스리’의 매력

 

세네갈의 요청에 농진청은 아프리카 현지 적합 벼 품종 개발에 착수했다. 1970년대 한국 농촌에 보급된 ‘통일벼’가 토대가 됐다. 농진청은 통일벼를 아프리카 기후와 토양에 적합하게 개량했다. ‘자포니카’ 계열인 통일벼와 ‘인디카’(안남미) 계열인 현지 쌀을 자연 교배해 수확성이 좋은 우수 유전인자 품종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통일벼 품종인 ‘밀양23′호를 개량해 만든 쌀은 ‘이스리(ISRIZ)-6′, ‘태백’을 개량해 만든 쌀은 ‘이스리-7′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스리는 세네갈의 농업연구소(ISRA)와 프랑스어로 ‘밥’(riz)을 합성한 단어다.

 

이스리는 높은 생산성을 보여줬다. 현지 토착 품종이 1헥타르(ha)에서 1.5t가량의 쌀을 생산하는데, 이스리는 1헥타르에 6~7t가량의 쌀이 나왔다. 자포니카 특유의 윤기와 인디카의 포슬한 식감이 더해진 이스리는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높은 선호도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지 토착 품종인 ‘사헬’이 1kg에 350세파프랑(한화 700원)에 거래된다면, 이스리는 1kg에 400세파프랑(800원)에 판매됐다.

 

알리 은구이 은디아예 세네갈 농업농기계식량주권부 장관“이스리 품종 개발과 보급 사업을 통해 만족스런 경험을 했다”며 “(건조 기후인) 북부 지역에서도 쌀 생산량이 증대됐을 뿐 아니라 농업 시스템도 정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네갈 주변의 서아프리카 국가들도 난리가 났다. 이스리 종자를 우리에게도 보급해달라는 요청이 외교 채널을 통해 쏟아졌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K-라이스 벨트(한국형 쌀 생산 벨트)’ 구축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 7개 빈곤국에 쌀 생산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K-라이스 벨트는 사하라 사막 이남 및 아프리카 서·동부 해안에 한국의 쌀 자급 경험을 전수하기 위한 사업이다.

 

지난 10일 오전 서초구 JW매리어트호텔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연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에서 아프리카 8개국(가나, 감비아, 기니, 기니비사우, 세네갈, 우간다, 카메룬, 케냐) 장관급 대표들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 다섯번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전 서초구 JW매리어트호텔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연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에서 아프리카 8개국(가나, 감비아, 기니, 기니비사우, 세네갈, 우간다, 카메룬, 케냐) 장관급 대표들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 다섯번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아프리카 3000만 명 영양분 될 ‘K-쌀’

 

지난 10일 서울에서 K-라이스벨트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위한 ‘한-아프리카 농업장관회의’가 열렸다.

 

당초 가나, 감비아, 기니, 세네갈, 우간다, 카메룬, 케냐까지 7개국이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기니비사우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참여를 호소해 8개국으로 확대됐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8개 나라로 시작했지만, 현재 알제리와 탄자니아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K-라이스벨트 참여 희망 의사를 밝혀 왔다”며 “2027년까지 종자 1만t을 생산·보급하면 200만t까지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는 연간 3000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K-라이스벨트 사업을 통해 국가별로 50~100ha 규모의 안정적인 벼 종자 생산 단지 등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종자 재배단지에 대한 경지 정리와 용배수로 설치, 경작로 확보 등 인프라 조성도 지원할 방침이다. 원활한 종자 생산을 위한 전문가 파견과 농기계·농약·비료 등 농기자재도 지원한다. 관리·저장시설 개선 작업도 병행해 종자 품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확보한 종자는 수혜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농가에 보급하게 된다. 민간 또는 국제기구가 종자 보급 체계에 참여하는 방안도 추가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품종 개발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열대기후인 서아프리카에서는 조생 품종인 이스리가 잘 자라지만, 건조한 동아프리카에서는 또 다른 품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우간다 등 동아프리카에는 다른 품종인 ‘카파시-39′ 등을 보급할 계획이다.

 

마티아 카사이자 우간다 재정기획경제개발부 장관“K-라이스벨트는 아프리카 전역의 식량 안보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한-우간다 기술 협력이 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물결을 불러올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번 협력을 통해 관개 농업 분야 발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랭클린 미티카 란투리 케냐 농축산개발부 장관은 “농업 기술 개발과 함께 다수확 품종 보급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케냐의 경우 가뭄과 병충해에 강한 품종이 필요하다”며 “수확량이 좋은 벼의 증산은 세계 식량 부족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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