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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돈 냄새를 맡았다"...'암모니아'에 공들이는 기업들 왜

 

 

 

입력 2023.02.05 06:00

 

업데이트 2023.02.0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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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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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農)슬라'로 불리는 미국 전기 자율주행 트랙터 업체 존 디어가 채용한 아모지의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트랙터. 암모니아는 수소경제를 앞당길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존디어

'농(農)슬라'로 불리는 미국 전기 자율주행 트랙터 업체 존 디어가 채용한 아모지의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트랙터. 암모니아는 수소경제를 앞당길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존디어

 

 

 

 “삼성이 돈 냄새를 맡았다” 

 

청정에너지 사업을 하는 A대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삼성 건설 계열사들이 청정암모니아와 수소 인프라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동남아와 중동 지역에서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랫동안 수소경제의 가능성을 타진한 삼성이 ‘암모니아’의 경제성에 확신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비료 원료 정도로 여겨졌던 암모니아가 미래 청정에너지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화합물이다. 질소비료의 원료로 오랫동안 생산됐지만 최근 수소 운송과 저장, 혼소(混焼)발전 등 수소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할 지름길로 여겨지면서 주목받는 것이다.

 

 

 

수소 운송·저장의 돌파구  

 

대기 중에 가장 흔한 기체인 수소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오랫동안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아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순수한 수소를 얻으려면 액화천연가스(LNG)를 개질(改質·reform)하거나 물을 전기분해해야 하는데 모두 기술적, 경제적 난관이 있다.

 

천연가스 개질의 경우 주성분인 메탄을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수소를 분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물의 전기분해도 태양광이나 풍력·조력같이 화석연료 없이 전기를 생산하는 몇몇 국가 외에는 경제성이 없다. 제철 등 과정에서 부생산소가 나오기는 하지만 수소경제 시대가 본격화할 때 수요를 감당하긴 어렵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여기서 등장한 게 암모니아다. 암모니아를 600℃ 이상으로 가열해 질소를 분리하면 수소를 얻을 수 있는데 이를 ‘크래킹(cracking·분해)’이라 부른다. 암모니아 크래킹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은 데다 암모니아에는 탄소(C) 원자가 없어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암모니아가 지지부진했던 수소경제를 앞당길 열쇠로 꼽히는 건 최대 난제 중 하나였던 수소의 운반과 저장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기체 상태의 수소는 부피가 너무 커 액화수소 형태로 운송하는데 영하 253℃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수소 생산보다 비용이 더 든다. 하지만 액화 암모니아는 영하 33℃면 가능하고 쉽게 증발하는 액화수소와 달리 1년 이상 저장할 수도 있다.

 

혼소발전 역시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다. 암모니아를 석탄과 함께 태우는 암모니아 혼소발전도 가능하고, 수소로 바꿔 LNG 발전에 사용해도 된다. 기존의 가스터빈 등 발전소 장비를 혼소발전에 맞게 개조하는 연구가 진행 중인데, 한국은 2030년까지 암모니아·수소 혼소발전 비중을 2.3%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앞다퉈 ‘암모니아 사업’ 나선 대기업들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청정 암모니아 인증을 받은 2만5000t 규모 액화 암모니아를 실은 선박이 울산항에 정박해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시우디아라비아로부터 청정 암모니아를 들여왔다. 사진 뉴스1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청정 암모니아 인증을 받은 2만5000t 규모 액화 암모니아를 실은 선박이 울산항에 정박해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시우디아라비아로부터 청정 암모니아를 들여왔다. 사진 뉴스1

 

삼성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은 암모니아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차에 들어갈 수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암모니아 분해기술을 개발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120만t의 청정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내놨고, 암모니아를 광(光)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청정수소 생산과 인프라 개발에 나섰다. 혼소발전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돋보인다. 수소혼소발전을 위한 가스터빈 개발과 복합발전소를 건설할 에정이다. 포스코는 수소혼소발전 사업과 제철 과정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했다.

 

SK그룹 역시 암모니아에 관심이 많다. SK에코플랜트·SK E&S·SK가스 등이 청정암모니아·수소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청정암모니아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 기술에도 투자한다. 이 회사가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 ‘아모지’는 연료전지시스템 내에서 암모니아와 수소를 분리하고 전기 동력원을 얻는 기술을 개발했다.

 

정운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탄소중립 목표가 앞당겨지면서 수소를 운송하고 저장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기술로 암모니아가 떠오르고 있다”며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수소를 싸게 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정 책임연구위원은 “법적 타당성과 안전 기준만 확보되면 수소 기반의 청정에너지 활용을 앞당길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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