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비즈
증권
금융
5대 은행 작년 2兆 성과급 수술대…금융당국 “금리 요인보단 혁신 반영”
은행장 성과급, 수익성 평가 비중 높아…일부 지주회장 입김도
김소영 부위원장 “성과 보수체계 투명 공시해야”
김유진 기자
입력 2023.03.16 11:04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3차 회의에서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금융위원회 제공
금융 당국이 은행권의 성과 보수체계를 수술대에 올렸다. 금리 인상에 따른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 확대에 기반해 주요 은행의 성과급이 2년 만에 30% 넘게 올라 2조원에 달한 것을 임직원의 성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 따른 것이다. 당국은 금리 상승 등 외부적 요인보다는 실질적 성과에 따라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도록 성과 보수체계의 개선 방향성을 잡았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일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3차 실무작업반에서는 주요 은행들의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성과급은 1조9595억원으로 전년 대비 32.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은행권의 대규모 수익은 임직원의 노력보다는 코로나 및 저금리 지속 등으로 대출 규모가 급증한 상황에서 최근 금리 상승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과 성과급이 사실상 고정급화돼 있다는 비판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부위원장은 “성과 보수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외부적 요인보다는 실질적 성과에 따라 중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지급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러한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여 성과 보수체계를 투명하게 공시하는 등 은행권이 스스로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은행장 성과급, 지주회장이 결정… 외국계 은행보다 수익성 평가 비중 높아
은행장의 보수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는 수익성으로 나타났다. 은행장의 보수를 결정하는 성과 평가는 대부분의 은행이 별도의 보수위원회가 정량지표와 정성지표 평가로 나눠 진행한다. 정량평가의 경우 수익성 지표가 가장 배점이 높다. 쉽게 말해 은행장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건전성이나 자본적정성을 강화하는 것보다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은행장 단기성과급의 경우 정량평가 비중이 55~80%, 정성평가 비중은 20~45%다. 특히 정량평가에서는 수익성(32~45%)에 가장 높은 배점을 부여했다. 건전성(8~15%), 자본적정성(0~10%) 등은 배점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외국계 은행의 수익성 평가 배점은 30% 미만이다. 장기성과급의 경우에도 평가지표 중 수익성(60~95%)에 가장 큰 배점을 뒀다.
금융위 관계자는 “큰 틀에서 성과보수가 수익성에 많이 지표를 두고 있다”라며 “수익성이란 부분이 단기적 성과인데 자산 건전성 유지와 소비자 보호도 중요한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정성지표의 경우에도 지주 회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지표는 통상 디지털 전환, 해외진출 등 은행의 경영목표나 전략과제를 지표로 설정한다. 대부분의 은행이 보수위원회가 평가를 하지만, 일부 은행의 경우에는 지주 회장이 은행장의 정성평가부문을 직접 평가하는 상황이다.
성과급 환수·유보·이연 정책 역시 미흡한 상황이다. 은행은 통상 견책 이상 등 제재 또는 형사처벌, 고의·중과실에 의한 중대 손실, 재무제표 허위작성 등의 경우 성과급을 환수·유보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제재 또는 형사처벌, 재무제표 허위작성 등을 환수사유에 포함하지 않았다. 성과급을 유보하는 경우에도 규정 또는 기준 자체가 마련되지 않거나 제재절차 진행 등을 유보사유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했다.
은행별로 성과급 이연 지급은 상이한 상황이다. 단기성과 보수를 익년에 일시 지급하거나 3~4년간 이연 지급하고 있는 은행도 있고, 장기성과 보수를 3년간 임기의 성과에 따라 2~4년간 이연지급하거나 미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계 은행은 단기성과급을 직무 등에 따라 3~5년으로 차등해 이연지급하고 있다.
직원의 경우에는 직원별·소속별 KPI 등에 따라 개인별 기본급의 일부를 성과 차등해 급여 성격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사전 설정된 은행 단기 경영목표 달성시(이익목표 80% 달성 등) 수익의 일부를 특별성과급으로 받고 있다.
5개 은행의 지난해 희망 퇴직금은 1조5152억원에 달했다. 복지지원을 포함해 희망퇴직자 1인이 가져가는 총 퇴직금은 평균 5억4000만원이다.
◇성과급, 혁신 노력 있는지 살펴봐야… 경기진폭 완화할 수 있게 설계 필요
실무작업반에 참석한 당국과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 성과급의 경우 임직원의 성과가 혁신적인 사업이나 아이디어에 의한 것인지, 단순히 예대금리차에 의한 것인지 등을 감안해 성과급이 지급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은행의 성과급이 혁신적 노력 외에도 금리상승 등 시장상황에 따른 이익 증가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기업과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과 보수체계의 경우 경기의 진폭(Boom Bust)을 완화할 수 있게 설계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단기적 성과 뿐 아니라 장기적 성과까지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급방법도 이연지급하는 한편 지급수단도 현금 뿐 아니라 주식·스톡옵션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 금리 안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 금리 안내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아울러 성과 보수체계를 단기적인 수익과만 연계하기보다는 자산건전성·자본건전성을 높이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등 은행의 공공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었다. 현재 기업가치 증대보다는 중장기적 미래가치 제고에 중점을 두자는 관점도 제시됐다.
특히 성과보수체계에 대한 보수위원회 안건 공개, 세이온페이(Say-On-Pay) 도입 등 성과보수체계를 적극 공개·공시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졌다. 해외 금융사는 경영진의 성과를 국민과 시장이 알 수 있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금융위 관게자는 “자산 건전성, 소비자 보호 부분을 고려해서 성과 지표라는 것 자체도 구성될 필요가 있다”라며 “단기적인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미래 가치로 봐야 한다”라고 했다.
은행권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성과 보수체계 개선은 경영진 뿐만 아니라 임직원·노조가 함께 고민하고 동의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직원·노조와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보수체계는 우수한 인력 채용까지 영향을 미치는 등 보수체계 개선과정에서는 다양한 사항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