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추경호 1.5%도 가능...한은은 1.4%도 불확실” 韓 경제 성장률 두고 미묘한 ‘온도차’
3분기 실질 GDP 성장률 0.6%
4분기 0.7% 찍어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4% 부합
추경호 “낙관적으로 1.5%도 가능”...한은 4분기 불확실성 증대
이인아 기자
입력 2023.10.27 13:00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발표 후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1.4%) 달성을 두고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사이 미묘한 온도 차이가 나타났다. 연간 1%대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는 방향성은 같지만, 4분기 경제 성장을 바라보는 뉘앙스가 달라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 반도체 수출 회복세가 두드러지면서 낙관적으로 보면 1.5%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한국은행은 대(對)중국 수출 회복 지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변수가 겹치면서 전망치 부합까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연합뉴스 제공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가득 쌓여 있다./연합뉴스 제공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추정한 올해 우리나라 GDP 성장률 전망치는 1.4%다. 올 초 정부는 ‘상저하고’ 즉 상반기에는 저조하지만, 하반기부터 회복되면서 1%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되자 일각에서는 0%대 경제성장률이 이어지는 게 아니냐며 의구심을 키우는 상황이었다.
상반기 GDP 성장률은 0.9%로 마무리됐다. 하반기 GDP 성장률이 1.8%가 나오면 정부 전망치인 1.4%에 부합한다. 앞서 한국은행은 하반기 GDP가 1.8%에 부합하려면 3분기, 4분기 각각 0.7%씩 나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3분기 GDP 성장률이 연간 전망치가 달성될지를 가늠할 중요한 지표였다.
26일 한국은행은 올해 3분기 실질 GDP가 전기 대비 0.6% 증가했다고 밝혔다. GDP는 올해 1분기(0.3%)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2분기(0.6%), 3분기(0.6%)까지 세 분기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다. 수출이 성장을 주도한 가운데 민간 소비, 정부 소비, 건설 투자 등이 개선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번에 발표된 3분기 GDP 0.6%가 예상 경로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분기별 GDP는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해 산출한다. 예를 들어 0.6%의 구간은 0.55~0.64 사이다. 만약 4분기 GDP가 0.6%로 나오더라도 구간 내 위치에 따라 올해 GDP 전망치 부합 여부가 갈릴 수 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 GDP 발표 당시 3분기, 4분기에 0.6%가 두 번 나오면 1.4%가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며 “0.7%가 두 번 나오면 1.4%가 확실히 된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4분기 GDP 성장률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중동 지정학적 우려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 중국 수요 회복 등 따라가야 할 변수가 많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신승철 국장은 “우리 경제의 1.4% 성장 여부에서 핵심은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경기가 언제 회복하는지, 중국 수출이 어떻게 될지 등”이라며 “반도체 등 IT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과 미국 고금리가 우리나라 금융·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그러나 같은날 추경호 부총리는 시장기대치를 웃돌았다고 해석했다. 추 부총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 감사에 출석해 “잘 나오면 0.5% 정도로 봤는데 실적치는 0.6%로 나왔다”고 했다.
올해 경제 성장에 대해서도 “현재 정부가 연간 성장률을 1.4%로 전망하고 있는데 조금 보수적으로 보면 1.3%, 조금 더 낙관적으로 보면 1.5%”라며 “경기가 정부 전망 궤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성장을 우호적으로 보는 배경에는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추 부총리는 “반도체가 바닥을 확인하고 서서히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수출 회복세가 전반적으로 강해지는 듯한 양상”이라며 “10월 들어 현재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어 수출 중심의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진단했다.
3분기 GDP 발표 후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두 기관의 ‘역할’ 차이에 기인한다고 해석한다. 김현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통화정책을 다루는 한국은행이 경제 성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면, 시장에서는 이를 ‘기준금리를 인하하려나?’ 이런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신중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1.4%와 1.5%라는 숫자 차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경제 성장의 경로가 바뀌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며 “경기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경제 성장률이 0%대인지, 1%대인지 논란이 있었는데, 이게 1%대로 올라와 성장 경로가 추세적인 흐름이 됐다는 데 중점을 둔 평가로 보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