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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대 졸업생 ‘인턴 포기’ 속출… 의·정 ‘벼랑끝 대치’ [의료대란 '비상']

 

 

이정우·조희연·구현모 기자, 광주=한현묵 기자

입력 : 2024-02-25 19:06:27 수정 : 2024-02-25 19:36:29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이번주 의료공백 ‘분수령’

 

전임의들, 전공의 역할 대체에 불만

신규 인턴들은 “수련병원 안 가겠다”

보훈병원 전공의들 대거 사직 행렬

‘번아웃’ 교수들도 “겸직 해제” 동요

서울대 의대교수 비대위장 “사태 악화

갈등 해결위해 26일 정부 협상 제안”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전국 대형병원들의 ‘의료 공백’이 3월부터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대 교수들과 함께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전임의(임상강사·펠로) 중 상당수가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국 각지의 수련병원에서는 의대 졸업생들이 인턴 과정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장기화할 경우 업무 가중으로 인한 의대 교수들의 이탈 가능성까지 불거지고 있다.

 

 

 

 

2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 회의 및 행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며 의대 정원 증원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임의들 “전공의 역할하느니…”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조선대병원에서는 전임의 14명 중 12명이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전국 각지의 다른 병원들 역시 재계약을 하지 않고 병원을 나가려는 전임의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4년)을 마친 의사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전공 분야별 의료 기술을 배우거나 교수가 되기 위해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다. 일반적으로 3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1년 단위로 병원과 계약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 병원에서 전임의로 근무한다.

 

서울의 한 의대 A교수는 “보통 2월 마지막 주는 새로 오는 전임의, 2년차 전임의, 병원을 나가는 전임의들의 인수인계 시기”라며 “그런데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신규로 들어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한동안 현장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대 B교수는 “전임의들은 세부 전공의 수술이나 시술을 더 배우고 싶어서 온 사람들인데, (전공의 공백으로) 전공의가 하는 일을 다시 하고 있고, 정작 자신은 배울 수가 없는 상황이니 계약을 안 하려는 것 같다”며 “1년 정도 다른 개원병원에서 봉직의로 있다가 다시 들어와도 되니까 크게 거리낄 게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B교수는 “전임의들까지 자리를 비우게 되면 교수들만 남게 되는데, 외래 환자들 진료까지 해야 되는 상황이어서 입원·수술 환자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당직 역시 지금은 전임의들과 함께 버티고 있지만, 피로도가 누적돼 3월부터는 사실상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전문의 자격을 획득하고 병원에 남아있는 일부 레지던트 4년차들이 이달 말 병원을 떠나게 되면 의료인력 공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의 합격자는 19일 발표됐다.

 

 

지난 22일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신규 인턴들 “임용 포기”

 

의대 졸업생의 전공의 수련 거부 사례도 늘고 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3월부터 인턴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101명 중 86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조선대병원은 인턴 32명 전원이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이밖에 부산대병원과 전북대병원, 제주대병원, 경상대병원, 순천향대 천안병원, 단국대병원,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등 전국 각지에서 인턴 입사를 거부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 대형병원들 역시 인턴 대부분이 임용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한 뒤 예비전공의 단계인 인턴들이 3월부터 ‘가뭄의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들마저 상당수 수련을 포기하면서 오히려 공백이 더 커지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공공의료기관인 보훈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하면서 비상진료체계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전국 6개 보훈병원의 전공의 총 135명 중 90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은 상태이며 업무개시명령이 발령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보훈병원은 전공의 대신 전문의가 병동 및 응급실 당직근무를 서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대 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는 모습. 뉴스1

 

 

◆공백 장기화되면 교수들도 이탈할 듯

 

의대 교수들이 병원을 박차고 나갈 우려도 제기된다. 의대 교수들은 일선에서 의료 공백을 메우는 데 최선을 다하며,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의 전공의 처벌 방침 등과 관련해 불만을 표시하는 교수도 적지 않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24일 성명에서 “필수 불가결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도 밝혔다.

 

정부가 2000명 정원 방침을 고수하며 대화를 거부하는 가운데 업무가 가중되면 의대 교수들마저 병원을 빠져나갈 경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B교수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교수들도 병원을 나가는 분들이 꽤 있을 것 같다”며 “특히 병원 소속인 임상 교수들은 계속 업무 과중에 시달리느니 나가서 봉직의를 하다가 나중에 다시 병원에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 교수들이 나가면 대학 소속으로 병원에 파견 와있는 교수들의 업무가 과중하게 되니 역시 합법적인 방법으로 겸직 해제를 해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만 하겠다는 사례도 있을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정말 (의료 체계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행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겸직 해제 등 강경의사를 표하는 교수들의 의견을 더는 비대위가 조율할 수 없을 정도로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지난 23일 박민수 복지부 2차관과 회동해 ‘갈등 상황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혔다”며 “파국을 막을 수 있도록 내일(26일) 복지부에 협상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우·조희연·구현모 기자, 광주=한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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