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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딸이 집에만 있어요”…국회 찾은 엄마의 호소

 

 

최유경 기자

입력2023.10.26. 오전 7:00  수정2023.10.26. 오전 7:01 기사원문

 

 

 

 

어제(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는 27살 중증장애인 딸을 둔 김신애 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했습니다.

 

27년간 농촌 지역인 경북 울진에서 딸을 키우며 살아왔다는 김 씨. "오늘 농촌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고 하니까 사실 되게 기분이 슬펐다. 감사하기도 하다"라며 눈물을 보였는데요. 서울 여의도 국회까지 먼 길을 달려올 만큼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 "딸이 집에만 있습니다"

 

20살을 넘겨 성인이 된 뒤부터 딸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학교에 다니며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던 학창시절을 지나 보냈고, 이젠 오롯이 혼자가 됐습니다.

 

정부의 '발달장애 서비스'를 받고 싶었지만, 중증장애인인 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기관이 없었습니다. 김 씨 부부에겐 하루 10시간 남짓의 '활동지원 서비스'가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김 씨와 남편의 차지였고, 집 밖 생활은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저희 딸은 학교는 '통합교육'을 다 받았습니다. 초·중·고 통합교육을 받았고, 학교에 다닐 때는 아무런 문제 없이 수학여행까지 외국으로 다녀왔는데요. 20살 이후에 사회복지 서비스는 전혀 받지 못해서 최근에 근육이 마르고 집에만 있습니다. 활동지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서 최소한의 뭔가를 하기는 하지만, 사실 사회 참여가 없어서 건강도 안 좋고 갖고 있던 인지 기능도 많이 낮아지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평생을 우리 딸을 위해 살아온 제 입장에서는 너무 안타깝습니다."

 

 

■ 수익성 낮아 서비스 제공기관 '0'…"국가가 책임져야"

 

국감장에서 '짧은' 발언을 마친 김 씨와 통화해, 가족의 이야기를 더 들어봤습니다.

 

김 씨 딸은 어릴 적부터 울진에서 가까운 도시인 포항을 자주 오갔습니다. 사람이 적은 농어촌에는 장애인 서비스 제공 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용자가 적고 픽업 시간도 오래 걸려 수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도시로의 이사를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생활 터전을 통째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딸은 사회 활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갈 곳이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김 씨는 KBS와의 통화에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우리 딸 같은 중증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사람을 채용하고 집에서 이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어제(25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신애 씨. 농촌에서 27살 중증장애인 딸을 키우고 있다.

 

 

■ 발달장애인 서비스 제공기관 없는 지자체 19곳 …정부 "노력하겠다"

 

국정감사장에서 김 씨의 이야기를 전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국회 복지위원)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이같은 현실에 대해서 장관님께서도 부끄러워하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열린 사회보장전략회의에서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선언한 것을 언급하며, 시장에 맡겨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선우 의원이 확보한 '시군구별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서비스 현황'자료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서비스 제공 기관이 단 한 곳도 설치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는 올해 9월 말 기준 19곳입니다. 단 한 곳에 불과한 지자체도 74곳에 이릅니다.

 

반면,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성인 발달장애인은 6,500명에 달합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회서비스 시장화’ 발언을 비판했다.

 

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말대로 경쟁을 시키면 아동, 노인, 장애인분들께 더 좋은 돌봄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며 "시장화의 여러 가지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산간벽지와 농어촌 지역으로는 서비스 공급망이 전혀 확산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 돈이 되지 않는 곳에 사업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러 갈 이유가 없다"며 "산간벽지와 농어촌 지역에 거주하는 대상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할 권리 자체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사회서비스 고도화의 목적은 더 나은 서비스를 더 많은 분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서비스 같은 것은 국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것마저 민간에게 미룰 생각은 없다. 농어촌 지역의 차량 이동 지원도 확대하고 제공 기관 수가 늘어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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