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세상과 함께 World View
“인구 감소, 축복이라니까” 그 전문가 주장의 허와 실
카드 발행 일시2023.02.27
관심사세상과 함께
에디터
임선영
인구 감소는 재앙이라며 모두가 우려하는데 거꾸로 축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전문성은 ‘1도’ 없는 일반인이 즉설적으로 한 얘기가 아니다. 인구통계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왕펑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사회학과 교수가 레거시 미디어인 뉴욕타임스(NYT)에 당당하게 올린 칼럼에서다.
압축하면 그의 논지는 “인구가 줄어야 사람이 귀해진다”는 데 있다. 매일 출퇴근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서 밀집의 고통을 참아야 하는 이 시대 직장인들에겐 인구가 줄어야 사람대접을 더 받을 수 있다니 귀가 솔깃해지지 않는가.
왕펑 교수는 인구 감소의 이점을 주장하는 것은 물론 지나친 ‘인구 공포’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과연 인구가 줄면 어떤 장점이 있기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일까.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와 이에 대한 반론까지 따져봤다. 또 저명한 인구 전문가를 통해 한국의 실정도 들여다봤다.
인구 감소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뉴시스
인구 감소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끈다. 뉴시스
“인구가 줄면 사람이 귀해진다”
지난 1월 30일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오피니언. 사진 NYT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월 30일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오피니언. 사진 NYT 홈페이지 캡처
왕펑 교수에 따르면 인구 감소에 대한 공포는 성급한 정책과 인간의 불행을 부를 수 있다. 그 실례가 중국이다. 중국에서 인구 증가에 대한 공포로 1970년대 후반부터 2015년까지 극단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폈는데, 이는 여성에게 큰 고통을 줬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중국을 비롯해 급속한 세계 인구 증가는 영양·보건 개선으로 사망률이 출산율보다 빠르게 하락한 일시적인 현상이었다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 역시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에 출산율을 높이려는 노력 또한 부질없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한국·중국·일본 등의 인구 감소 원인으로 ‘소득·고용·교육 수준의 급속한 증가’를 꼽았다. 또 저출산은 여성에게 미혼을 선택할 자유와 더 높은 임금, 더 많은 사회 진출 기회가 생긴 결과라고도 진단했다.
왕펑 교수가 열거한 세계 인구 감소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구가 줄면 유한한 생태 자원에 대한 경쟁자도 줄어든다. 또 사람이 귀해져 수준 높고 저렴한 보육·교육 서비스가 제공된다. 노동력도 귀해지면서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고,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부유한 나라에서 돈을 벌어 부의 재분배가 이뤄진다. 노동력 부족 문제 완화를 위한 여성의 더 활발한 사회 진출로, 더 양성 평등한 사회가 된다. 나아가 저출산에 따른 인구 고령화로 연금 지출과 군비 지출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세계에 더 큰 평화가 찾아올 수도 있다.
그는 “세계 인구가 계속 증가하거나 유지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연적인 세계 인구 감소를 거스르려고 노력하기보단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