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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 러시아산 원유로 배 불리는 中
50분 전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중국의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으로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판로 개척을 위해 헐값에 원유를 넘긴 것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은 강력한 코로나19 방역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포기하면서,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원유 수요가 확대할 것을 감안해 러시아산 원유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헐값' 러시아산 원유로 배 불리는 中
© 제공: 아시아경제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시장조사업체 케이플러를 인용해 지난달 러시아가 중국에 하루 166만 배럴의 원유와 연료유를 수출했다고 전했다. 이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종전 기록인 2020년 4월 160만배럴을 갈아치웠다.
러시아가 원유 등의 가격을 할인하자, 싼값에 사들인 여파가 컸다. 최근 러시아는 중국, 인도 등에 할인된 가격으로 석유를 판매하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서방국이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죄기 위해 원유 가격상한제 등 제재를 실시하자 수출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가격을 낮췄다. 러시아산 우랄유 가격은 지난 1일 기준 배럴당 43.3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82.8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이 수입 금지에 나서며 국제유가와 가격 차이가 벌어졌고, 지난해 말 유럽연합(EU)까지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면서 가격이 더 떨어졌다.
중국 정유사들은 헐값에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여 배를 불리고 있다. 저렴하게 원유를 사들여, 비싸게 석유제품을 팔아 짭짤한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을 뺀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중국 기업의 반사이익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앞서 중국은 코로나19 봉쇄로 에너지 소비가 줄어든 지난해에도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렸고, 이를 유럽에 되팔아 이익을 챙겼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팩트글로벌에너지(FGE)의 미아 갱 컨설턴트는 "중국 민간 정유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매력적인 가격에 연료 수입을 늘려 왔다"며 "최근 구매 증가는 (원유) 가공으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도도 지난해부터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미국, 유럽에 되팔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제재하지만 제3국이 러시아산 원유로 만든 정제유는 러시아산이 아니라고 본다. 미국은 제3국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도 금지하지만 인도는 원산지를 숨기는 방식으로 제재를 우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제재의 구멍은 실수가 아닌 의도된 것이란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서방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죄길 원하지만 동시에 국제유가 또한 억제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확대를 두고, ‘'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중국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고 있다. 중국이 리오프닝에 따른 원유 수요 확대를 대비하기 위해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1억170만 배럴로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중 절반 이상이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증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의 아프신 자반 석유수출국기구(OPEC) 대표 관리도 최근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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