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한국은 택시기사도 IRA 잘 알아… 美, 무리한 요구 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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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스토리 • 8시간 전
“경제적 안보와 무역 자유화는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 사회정책연구소 부소장(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은 17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한미 동맹 70주년, 경제·무역 관계의 발전’ 세션에서 “껌을 씹으면서도 걸을 수 있지 않으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과는 물론, 중국과도 교역 관계로 깊게 엮여 있기 때문에 미국에 (중국과 맺은 관계에 대한) 독보적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국이 미국을 잘 설득하면 미중의 무역 전쟁 속에서도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커틀러 부소장은 “미국과 한국이 비공개적으로 긴밀한 소통을 하고, 한국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되지 않도록 (미국도) 신중하게 정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 세션은 마크 토콜라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이 진행을 맡았고,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매슈 굿맨 미국 전략 국제문제연구소(CSIS) 경제 담당 수석 부소장, 메리 러블리 피터슨 연구소 앤서니 M. 솔로몬 선임 연구원,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 대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스티븐스 전 대사 역시 “한국은 택시 기사도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같은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미국 내 정책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민감하다”며 “미국 역시 해당 정책이 국내뿐 아닌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이 공동의 경제 규칙을 만들어가자는 제안도 나왔다. 굿맨 부소장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이뤄지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경제적 규칙과 표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면서 “미국도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미국이 유럽 등 다양한 시장에서 공동으로 규칙을 만들어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국이 미국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국제적 규범을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