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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EC, 코인 강력 규제 나서는데… 거래소가 알아서 하라는 韓 금융위
진상훈 기자
입력2023.06.21. 오후 2:01 기사원문
美, 코인 증권성 판단 주도하고 규제 강화
韓, 증권성 판단 가상자산거래소에 맡겨
금융 당국, 위믹스 증권성 판단도 1년 넘게 뭉그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2020년 가상자산 리플을 증권성이 있는 코인으로 규정하면서 시작된 양측의 소송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DB
최근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한국과 미국 금융 당국의 입장이 극명한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감독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거래소를 잇따라 제소한 데 이어 19종의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가상자산)에 대해 증권성이 있다고 규정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증권성 판단 결정을 대부분 가상자산거래소에 맡기며 당국이 사업자에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 시장 안팎에서는 국내 감독 당국이 오랜 기간 코인의 상장 관련 부정행위와 자전거래 의혹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켜 온 가상자산거래소에 지나치게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美, SEC가 증권성 판단하고 규제 강화
2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SEC는 지난 5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에 이어 6일 미국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증권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SEC는 또 6일 공개한 기소장에서 이 거래소들이 증권성 있는 코인을 상장해 중개한 혐의도 있다고 지적했다. SEC가 기소장에서 적시한 증권형 코인은 솔라나와 폴리곤, 에이다 등 총 19종의 알트코인이다.
미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SEC가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주도해 왔다. SEC는 지난 2020년 가상자산 리플에 대해 증권성이 있다는 결정을 내리고 발행사인 리플랩스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했다. 리플랩스 측이 SEC의 결정을 반박하면서 시작된 양측의 법적 분쟁은 약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미국 정부와 금융 당국의 압박은 SEC뿐 아니라 여러 기관이 합세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3월 연방법이 규정한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영업을 해왔다며 바이낸스와 최고경영자(CEO)인 자오창펑을 제소했다. 미국 국세청(IRS)도 바이낸스에 대해 자금 세탁 의무를 위반한 정황이 있다며 조사를 벌이고 있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왼쪽)과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전거래 및 시세조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韓, 증권성 판단은 거래소 자율에
국내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이 거의 개입하지 않고 있다. 증권성 여부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개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을 지원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그러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는 가상자산의 발행사와 거래소로 규정했다. 가상자산 증권성 판단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SEC와 달리 금감원은 사업자에 권한을 일임하고 스스로 발을 뺀 것이다.
금감원은 TF를 구성하면서 가상자산업계가 증권성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TF 출범 4개월이 지났지만, 금감원이 공언한 가이드라인은 아직도 대략적인 내용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가이드라인 제정에 중요한 참고서가 될 미국의 리플 관련 소송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가 그동안 숱한 불법 행위와 의혹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켜 왔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세계 3위 거래소였던 FTX가 정치권 불법 로비와 자전거래 등을 일삼다 파산하자,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올해 들어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등 여러 거래소가 철퇴를 맞았다.
반면 국내는 두나무의 창업자인 송치형 의장이 자전거래 혐의 의혹 등에 휩싸이며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고, 2위 거래소인 빗썸은 실소유주 의혹과 주가조작 등 각종 불법 행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인원은 전직 임직원들이 뒷돈을 받고 코인을 상장해 준 혐의로 지난달 구속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성원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장 등 의원들이 지난달 19일 오전 경기 성남 위메이드 본사 앞에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위믹스 등 가상자산 보유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위믹스 증권성 판단 빨랐으면 김남국 기소도 가능”
법조계와 금융 시장에서는 당국이 증권성 여부 판단 등 중요한 실무에서 손을 뗀 채 가상자산거래소에 사실상 방임에 가까운 자유를 주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혼란과 각종 부정행위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대량으로 보유해 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위믹스 코인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증권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에 위믹스가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해 발행사인 위메이드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민원이 들어온 것이다. 당시 금융위는 금감원과 함께 살펴보겠다는 뜻만 밝혔을 뿐 위믹스의 증권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김남국 의원의 경우 위믹스 논란 이후에도 검찰로부터 압수 수색이나 소환 조사 요구 등을 받지 않은 채 의정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검찰은 위믹스를 증권성이 있는 코인으로 보고 김 의원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금융 당국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라 무리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1년 넘게 시간을 끌지 않고 위믹스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했다면 김 의원에 대한 수사가 훨씬 빠르게 이뤄지고 기소까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 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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