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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지지한다는 아랍 국가들…국경은 왜 막고 있나? [특파원 리포트]

 

 

박일중 (baikal@kbs.co.kr)

입력2023.10.21. 오전 11:43  수정2023.10.21. 오후 12:13 기사원문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연일 '라파 통행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라파 통행로는 가자 지구 남쪽과 이집트 북쪽을 잇는 통로입니다. 가자 지구는 서쪽은 지중해, 북쪽과 서쪽은 이스라엘에 막혀 있으니, 가자지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통행로가 '라파 통행로'입니다.

 

그런데 이집트는 라파 통행로를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국으로 넘어오는 걸 막고 있습니다. 아랍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면서도, 왜 이들이 피할 공간을 열어주지 않는 걸까요?

 

 

■ 전쟁이 불러 온 팔레스타인 난민

 

팔레스타인인들의 위기는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시작됩니다. 1차 세계대전 승전국 영국이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던 '성스러운 땅'을 차지하면서, 나치의 박해를 피하려는 유대인들이 대거 이주해오기 시작합니다. 팔레스타인이라 불리던 이 지역은 아랍인과 유대인이 함께 살고 있었는데, 유대인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 겁니다.

 

유대인의 인구가 늘면서 아랍인들은 이를 거부했고, 양측 간의 충돌이 일어납니다. 그때 제안된 안이 팔레스타인을 아랍 국가와 유대 국가로 나누는 안이었습니다. 아랍 측은 반대했지만, 이스라엘이 1948년 독립을 선언하면서 아랍 6개국이 참여한 아랍-이스라엘 전쟁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국경선이 생겼습니다.

 

이때 50만 명 이상의 아랍 난민이 발생합니다. 그들이 옮겨간 곳이 이집트가 점령하고 있던 가자 지구이고, 요르단이 점령하고 있던 요르단강 서안입니다.

 

그런데 이 땅들이 곧 이스라엘에 넘어갑니다. 1967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또 일어났고, 이스라엘은 요르단으로부터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을, 이집트로부터 가자 지구와 시나이반도를, 시리아로부터 골란 고원을 차지했습니다. 이때 또다시 30만 명가량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발생합니다.

 

 

가자 지구에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한 트럭들이 라파 통행로에 대기하고 있다.

 

 

■ 평화 협정 맺어졌지만, 여전히 '난민'

 

오슬로 평화 협정은 2005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PLO : Palestine Liberation Organization) 사이에 맺어진 협정입니다. 이를 통해 가자 지구는 팔레스타인의 자치가 일부 허용됩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군을 철수했고, 유대인 정착촌에서도 물러났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치러진 선거에서 하마스가 PLO에 승리를 거두고 2007년 이후 가자 지구를 통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여전히 공중과 지중해 쪽 바다를 점령하면서 이집트와 함께 가자 지구를 통제해왔습니다.

 

이 가자 지구에는 팔레스타인 난민이 2백만 명 이상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들은 가자 지구에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여전히 '난민'으로 불리는 이유는 예전에 살던 곳,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백만 명에는 초기 난민에 더해 그들의 후손까지 포함한 숫자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건 이스라엘의 반대 때문입니다. 요르단강 서안에 3백만 명을 포함해 중동 지역에 모두 6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이 있는데, 그들이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면 이스라엘 안의 유대인 인구를 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유대 국가의 존립이 위험해지는 겁니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가자 지구의 텐트촌에 머물고 있다

 

 

■ 그러면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인의 유입을 왜 막고 있나?

 

이집트가 '라파 통행로'를 막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압박하고 있는 의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대통령 압델 엘시시는 "지금의 전쟁은 하마스와의 싸움만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민간인 거주자들을 이집트로 보내려 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도 "요르단에도, 이집트에도 난민은 안 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런 언급이 나오는 건 이스라엘이, 이전에 피란 갔던 팔레스타인인들이 원래 살고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과 지상군 투입 의도가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 지구 등으로부터 쫓아내고 그 지역을 완전히 점령하는 데 있다고 보는 겁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파괴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며, 대피 명령에 따른 팔레스타인인들은 나중에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고 있지만, 후에 가자 지구를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시나리오는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믿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또 하나는 난민이 유입되면서 하마스를 포함한 무장 세력이 국경을 넘어올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1979년 평화 협정을 맺었습니다. 이 협정을 바탕으로 이스라엘은 1967년에 차지했던 시나이반도를 이집트에 돌려줬고, 이집트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합니다.

 

이후 하마스가 가자 지구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기 시작하자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통제에 협력해왔습니다. 가자 지구에 물자를 들여가기 위해 이집트 쪽으로 뚫려 있던 터널도 폐쇄했습니다.

 

그런데 무장 세력이 넘어온다면 시나이반도 지역이 이스라엘 공격의 근거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때 이스라엘은 자위권을 행사해 반격하게 되면, 이집트 영토 안에서 분쟁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집트가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입니다.

 

 

■ 곧 구호물자 들어간다지만...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의 시작 구호는 'FREE FREE PALESTINE'입니다. '팔레스타인에 해방을'입니다.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 이후 팔레스타인인들이 핍박받고 있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팔레스타인의 고통은 국제 관계의 희생양이 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랍국가들로부터 지지는 있지만, 도움은 없습니다. 여전히 자국의 이익과 국제 관계 때문입니다.

 

 

 

구호물자가 들어간다지만 수백만 명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려면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릴 것입니다. 벌써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관심은 줄어들고, 그 속에 놓인 민간인들의 고통은 잊혀질 것입니다.

 

수십 년간 쌓여 온 갈등으로 이젠 누구를 먼저 탓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누군가의 '주장', 누군가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의 고통이 더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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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중 (baika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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