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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라던 인뱅도 힘 못쓰는데… `꼬마은행`에 해결사 맡긴 꼴

 

 

 

입력: 2023-02-22 16:58

강길홍 기자

 

 

 

 

금융위, 은행 과점체제 판흔들기 시동

영국식 챌린저 뱅크·인가 세분화 등 '메기' 전략

"새 은행 남발보다 인터넷은행 활성화 우선" 지적

`메기`라던 인뱅도 힘 못쓰는데… `꼬마은행`에 해결사 맡긴 꼴

 

금융당국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과점체제를 깨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은행권의 경쟁 촉진을 위해 스몰 라이선스와 챌린저 뱅크 등으로 은행 수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6년 전 출범한 인터넷 전문은행도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은행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엔 물음표가 붙는다. 한 전문가는 "금융산업의 혁신이라는 큰 그림없이 즉흥적으로 조급하게 진행되는 양상"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두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몰 라이선스·챌린저 뱅크로 은행 늘린다

 

금융위원회는 22일 금융감독원, 금융업권 협회, 연구기관, 민간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의 첫 회의를 열였다. TF는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기존 은행권내 경쟁 뿐만 아니라, 은행권과 비은행권간 경쟁, 은행권 진입정책(스몰 라이선스·챌린저 뱅크 등), 금융과 정보기술(IT)간 영업장벽을 허물어 실질적인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은행권은 막대한 이자수익으로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이자수익에만 치중하고 있는 은행권 전반에 대한 혁신을 위해TF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검토하는 챌린저 뱅크IT 기술을 이용해 소매금융을 디지털화하고 간소화하는 한편 기존 은행 대비 단순한 상품을 투명하고 저렴한 수수료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활성화됐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1960년 영국에 존재했던 32개 은행 및 건축 조합 중 26개가 2010년까지 6개 주요 그룹으로 흡수됐다. 이에 시장 집중도는 높아지고 고객 만족도는 낮아지자 영국 정부가 마련한 방안이 챌린저 뱅크다.

 

심수연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 규제당국이 경쟁 촉진을 위해 새로운 은행의 시장 진입이 용이하도록 인가체계를 개편하면서 챌린저 뱅크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챌린저 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잃은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고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더 빠르고 항상 사용 가능한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통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스몰 라이선스단일 인가 형태인 은행업의 인가 단위를 낮춰 규모별, 업무 단위별로 인가요건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매금융 전담 은행, 기업금융 전담 은행, 자산관리 전담 은행 등으로 분할하는 방식이다. 스몰 라이선스를 통해 챌린저 은행이 탄생하는 셈이다.

 

 

 

◇"기존 인터넷은행 활성화하는 것이 현실적"

 

금융시장에 새로운 메기를 투입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하고 그 혜택이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가게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하지만 6년 전 첫 등장한 인터넷 전문은행도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꼬마은행'들이 여럿 등장한다고 해서 과점체제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은행 산업의 경우 규모를 키울수록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 은행 수만 늘린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혜택이 늘어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5대 은행의 총자산은 전체 은행 자산의 70.7%에 달한다. 반면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카카오뱅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그쳤다. 토스뱅크(0.8%)와 케이뱅크(0.4%)를 모두 합쳐도 부산은행이나 대구은행 등 지방은행 1곳 수준이다.

 

새로운 은행을 남발하기보다는 기존 인터넷은행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인터넷은행의 업무 영역을 넓히고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을 낮추는 등 규제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경제학)수는 "예를 들어 소상공인한테 대출을 하는 전문은행을 만들었을 때 기존 거대 은행들보다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조달금리가 높아지면 대출이자로 높아지는 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차라리 기존 인터넷은행들이 받고 있는 규제를 풀어주면서 기존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현실성이 있다고 본다"며 "빅테크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넓혀 주는 것도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스몰뱅크'가 아닌 '메가뱅크'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은행 인가 확대는 필요하지만 스몰 라이선스나 챌린저 뱅크로는 부족하다"면서 "오히려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업 전반을 모두 영위할 수 있는 종합금융회사를 설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보수 산정 방식도 손질

 

금융당국은 이번 TF에서 은행권 경쟁 촉진과 함께 금리체계 개선, 보수체계 개선, 손실흡수능력 제고, 금융회사의 비금융업 영위 허용, 사회공헌활동 활성화 등의 방안도 논의한다. 특히 보수 체계 개편과 관련해선 금융사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클로백'(claw back)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찾는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시행 중인 '세이온 페이'(say on pay) 제도 등을 참고해 금융사 경영진 보수 결정 과정에 주주가 참여하는 제도도 도입될 수 있다. 세이온 페이는 상장사가 최소 3년에 한 번 경영진 급여에 대해 주주총회 심의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향후 TF 및 실무작업반 운영을 통해 검토과제별 현황 파악 및 해외사례 연구 등 개선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6월말까지 개선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특히 차기 TF 회의에서는 고정금리 비중을 확대하는 등 금리체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경쟁촉진보다 더 직접적으로 은행권의 이자 산정 방식을 손질하는 방안이 예상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막기 위해 과점체제를 약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가산금리 체계 등을 재정비하는 것"이라면서 "감독 당국이 이 부분에 대한 노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은행은 공공재'라고 얘기하는 상황에서 선뜻 나서서 은행업에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해외 투자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주주환원정책과 관련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보를 토대로 한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메기`라던 인뱅도 힘 못쓰는데… `꼬마은행`에 해결사 맡긴 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민간전문가·금융업권 협회·연구기관과 함께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 회의 개최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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