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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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지구상 가장 싼 주식…인삼공사만 살 재벌도 많다”
카드 발행 일시2023.03.21
관심사돈 버는 재미
에디터
안효성
한국에서는 가치주와 성장주 모두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워런 버핏을 따라 가치투자를 한다는 게 정말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칼라일그룹의 한국법인 대표를 지냈던 이상현 플래시라이트캐피탈(FCP)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이라면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회사의 주가가 언젠가 튀어 오를 수밖에 없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입니다. 이 대표가 한국에서 가치투자를 부정하는 근거는 바로 지배구조, 즉 거버넌스의 문제입니다. 대주주나 경영진 등 누군가가 주가가 오르지 않게 꽉 잡고 있는 이상 주가가 오를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 대표는 최근에 KT&G를 상대로 행동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요구 사항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사외이사 선출 등입니다. 특히 사외이사 후보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을 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밖에 주총 안건으로는 오르지 못했지만, KGC인삼공사를 인적 분할한 뒤 상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안다자산운용도 FCP와 비슷한 요구를 하며 KT&G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KT&G 입장에서는 2006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KT&G 지분을 6.6%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배당 확대와 한국인삼공사 분할 상장 등을 요구한 이후 다시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맞이했습니다. 2006년에는 아이칸이 150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고 KT&G에서 손을 뗐습니다.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공세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이 대표를 만나 KT&G에 대한 공격 이유와 투자 철학 등을 물었습니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KT&G를 상대로 행동주의를 진행하고 있는 이 대표는 “KT&G에 대해 지구상에서 제일 싼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김현동 기자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KT&G를 상대로 행동주의를 진행하고 있는 이 대표는 “KT&G에 대해 지구상에서 제일 싼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김현동 기자
STEP1. 투자자 외면받는 ‘죄악주’…담배 회사 투자한 이유
담배 산업은 ‘죄악주’로 분류됩니다. 주류와 도박, 무기처럼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열풍이 불며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KT&G를 투자 대상으로 정한 이유는 뭔가요.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의 한국지사 대표로 있을 때부터 투자 대상으로 생각해 둔 회사였습니다. 당시 제가 생각했던 테마가 상장사 중 KT와 포스코, KT&G 등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였습니다. 이 중 제일 좋은 사업 구조를 가진 게 KT&G라고 봤습니다.
사업 구조가 좋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투자할 때 세 가지, 산업과 회사, 밸류에이션을 주로 봅니다. 사업이 좋다는 건 결국 회사가 하는 산업 전체가 성장하고 있고, 회사가 산업 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담배업은 믿거나 말거나 성장하는 산업입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담배 사업을 하는 곳은 4개 회사밖에 없습니다. 소비재 중에 경쟁사가 이렇게 적은 곳은 없습니다. KT&G의 경쟁력도 이미 검증된 상태입니다. 반면에 주가는 너무나 쌉니다. 지구상에서 제일 싼 주식 중 하나일 겁니다.
흡연 인구 감소에도 담배 산업이 성장할 수 있습니까.
그게 바로 함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담배 가격은 매년 5% 정도씩 오르고 있습니다. 반면에 흡연자는 매년 3% 정도씩 감소합니다. 흡연자 감소에도 가격 인상으로 2% 정도의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담배 산업은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움직이는 것과 같은 변곡점에 놓여 있습니다. 투자하기에는 정말 좋은 타이밍입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자담배가 중요한 투자 포인트였다는 이야기인가요.
백복인 사장 등 기존 KT&G 경영진이 잘한 게 하나 있다면 궐련형 전자담배(Heat-not-burn·HNB)를 잘 개발했다는 겁니다. 필립모리스에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HNB인 아이코스(IQOS)를 한국 시장에 들여온 지 얼마 안 돼 이와 성능이 비슷한 릴을 만들어 출시했습니다. 제품 개발 주기를 빨리해서 이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이코스보다 릴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 등 글로벌 담배 회사는 연기 없는 담배, 이른바 ‘스모크프리(smoke-free)’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 중 찌는 방식으로 연기를 흡입하는 담배인 HNB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불을 붙여 태우는 연소 방식의 담배(궐련)에 비해 연기도 덜 나고 덜 해로운 담배라는 게 담배 회사의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다만 HNB 역시 담배 못지않게 유해하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HNB 시장 규모는 2022년 313억 달러에서 2027년 663억 달러로 연평균 16%씩 성장할 전망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담배의 17.1%가 HNB 방식이었습니다. 매년 침투율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 중 KT&G가 개발한 릴이 국내 HNB 시장에서는 점유율 47.5%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KT&G는 해외시장에서는 HNB 제품인 릴을 직접 유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PMI와 2038년까지 15년간 판매 위탁 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PMI가 구축한 글로벌 공급망을 이용해 추가 영업비용 지출 없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백복인 KT&G 사장과 야첵 올자크 PMI(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CEO가 지난 1월 30일 전자담배 릴의 해외 진출에 관한 15년간의 장기계약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복인 KT&G 사장과 야첵 올자크 PMI(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CEO가 지난 1월 30일 전자담배 릴의 해외 진출에 관한 15년간의 장기계약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KT&G 측은 PMI와 장기계약으로 KT&G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합니다.
본인들이 직접 영업을 못 하니 PMI에 맡긴다는 겁니다. 현대차가 전기차가 중요하지만, 우린 해외 영업을 잘 못하니 도요타의 하청이 되겠다는 이야기와 같은 겁니다. HNB는 앞으로 100년간 담배 산업의 주축이 될 겁니다. 담배는 브랜드가 한번 굳혀지면 경쟁이 힘듭니다. 그런데 KT&G의 릴이 PMI 아이코스의 서브 브랜드로 15년간 유통된다면 이후에 아이코스를 뗄 수 있겠습니까. PMI가 왜 경쟁사를 도와주는지부터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STEP2. ‘차석용 매직’ KT&G에?…“교수 출신 사외이사 이제 그만”
KT&G를 주인 있는 회사로 만들자며 주주 행동주의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KT&G를 주인 없는 회사라고 하지 않습니까. 회사의 주인인 주주가 있는데도요. 주주들이 자신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생각을 안 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주인 있는 회사가 되자는 이야기는 결국 주주들이 책임감을 갖자는 이야기입니다. 회사는 주주가 주인이면 실제로 주주를 주인으로 대우해야 하는데, 지분이 분산돼 있다는 이유로 모두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는 “현 경영진이 온 후 주가가 40% 하락했다”며 주주환원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는 “현 경영진이 온 후 주가가 40% 하락했다”며 주주환원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냈습니다.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서는 경영진의 거수기가 아닌 제대로 된 사외이사를 모시는 게 중요합니다. 대형 소비재 회사에 대해 조언을 하려면 교수로는 안 됩니다. 해외에서는 이사회를 ‘CEO 클럽’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경영진이 그 일을 직접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의 조언을 잘 들을 수 있을까요.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시하려면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차 부회장은 임기 중 주가를 25배, 영업이익을 18배를 만들었습니다. 함께 후보로 올린 황원진 푸르덴셜 전 대표도 생명보험사에서 매출을 7년 만에 2배를 키운 경쟁력 있는 후보입니다.
현재 KT&G 사외이사 후보는 총 7명입니다. KT&G 이사회가 현재 이사회 의장인 김명철 전 신한금융지주 CFO, 현 사외이사인 고윤성 한국외대 경영학 교수 등 2명을 추천했습니다. FCP 측은 차 전 부회장, 황 전 푸르덴셜생명 대표 등 2명을 추천했습니다. FCP와 함께 주주행동주의에 나선 안다자산운용은 이수형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 김도린 전 루이비통 마케팅 관리임원, 박재환 중앙대 경영학 교수 등 3명을 추천했습니다.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현행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 중 2명만 사외이사로 선출됩니다. 사외이사 정원이 늘어날 경우 KT&G 측은 임일순 홈플러스 전 대표도 사외이사 후보에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ISS의 의견이 엇갈리며 주총에서는 치열한 표대결이 예정된 상황입니다.
주당 1만원의 배당을 요구했습니다. KT&G는 이미 배당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KT&G가 15년 동안 쌓아둔 현금성 자산만 6조5000억원입니다. 이 중 2조4000억원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돌려 달라는 겁니다. 배당주로 알려진 것도 주가가 낮아지면서 배당률이 높아진 역설적인 상황입니다. 현 경영진이 온 뒤 주가가 40%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주가가 내려간 뒤 배당률이 높다고 자랑할 만한 일일까요.
KT&G 측은 주당 1만원 배당 주장이 과하다는 입장입니다.
저는 지난 15년을 ‘KT&G 주주의 고난 행군’이라고 부릅니다. 회사가 돈을 벌어 쌓아놓기만 하고 주주에게는 거의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최근 2년 정도 주주 환원을 늘렸습니다. 그런 뒤에 ‘우리 주주환원 잘하는데 왜 문제로 삼느냐’고 합니다. 한마디로 15개월 동안 월세를 계약한 액수보다 반만 내는 세입자에게 경고장을 날렸더니 최근 두 달 동안 월세를 성실히 냈는데 왜 집주인이 목소리를 내냐며 역정을 내는 상황입니다. 회사의 현금성 자산이 6조5000억원입니다. 시가총액의 70% 가까운 현금을 쌓아두고도 줄 돈이 없다, 안전성이 흔들린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세계 상위 5위 담배 회사 중 순현금이 부채보다 많은 회사는 KT&G밖에 없습니다. PMI 경영진은 전문성 없이 안전성을 다 무시하고 배당을 그렇게 하고 있을까요. 현금 흐름이 좋은 회사면 순현금을 많이 쌓아두지 않고도 투자 등을 다 할 수 있습니다.
KT&G는 주총을 앞두고 45페이지 분량의 주총 참고자료를 내고 FCP와 안다 측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KT&G의 최근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이 PMI 등 글로벌 담배 회사에 비해 낮지 않은 편이라는 입장입니다. 주가 상승과 주주환원 등을 합친 주주 수익률이 5년 3.1%로 글로벌 담배 회사보다 9.8%포인트 높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향후 반기 배당을 도입하고 배당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주주환원을 늘리겠다는 입장도 냈습니다. FCP의 배당요구액(주당 1만원)과 안다 측의 배당요구액(7867원)의 경우 현재 배당액(5000원)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요구라는 입장입니다. 향후 성장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게 주장의 골자입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회사 입장에서 언제든 팔고 나갈 수 있는 FCP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무엇입니까.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주주의 목소리를 듣는 겁니다. 행동주의를 주어로 써서 행동주의가 이렇다, 저렇다고 하는 건 진실을 호도하는 겁니다. 주총이 열리면 주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회사의 의무입니다. 만약 이번에 저희의 안건이 1%밖에 안 나오면 저희가 나머지 주주를 설득하지 못한 겁니다.
행동주의와 관련해서는 소수 지분으로 회사를 흔든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지분 1%밖에 안 되는데 회사를 왜 흔드냐는 주주의 이야기가 아니라 회사의 이야기입니다. 상장회사 지분을 0.5%(자본금 1000억원 이상), 1%를 6개월 이상 가지면 지분율도 꽤 높고 그 정도면 검증된 주주입니다. 이 정도 주주가 이야기하는 건 법으로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고 정해 놨습니다. 일종의 민주주의 보호 장치입니다.
STEP3. 주총 상정 안 됐지만…담배·인삼 나누자는 이유는
FCP와 안다 측은 KT&G의 100% 자회사인 KGC인삼공사(KGC)를 인적 분할해 별도 상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다만 해당 주장은 사측의 거부로 주총에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회사 측은 인적 분할의 시너지가 없고, 사모펀드 측의 단기 이윤 추구를 위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담배와 인삼을 분할하자는 주장으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담배와 인삼은 너무 다른 산업입니다. 예전에 담배로 망친 건강, 인삼으로 회복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요. 담배는 마케팅이 금지된 산업인 반면, 인삼은 마케팅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담배 회사가 주도권을 쥐며 인삼 회사도 망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인삼공사 대표이사가 변경된 게 다섯 번입니다. 그중 4명이 담배 회사에서 오신 분들이고요. 해외에 있는 친구들이 한국 인삼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막상 공항 면세점에 가면 살 만한 제품이 없다고 합니다. 제품 지향점부터 외국인에게 팔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KT&G 측은 분할의 실익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실보다 득이 훨씬 큽니다. 예컨대 이 회사에 스타벅스나 유니레버 같은 대형 소비재 기업 출신이 와서 상품 개발부터 제대로 할 경우를 생각해 보세요. 현재의 담배인삼공사가 아닌 ‘인삼담배공사’가 될 정도로 성장성이 있는 회사입니다. 인삼 같은 상품은 원산지가 중요합니다. 한국 인삼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분할 시 주가가 오르는지가 결국 중요할 텐데요.
분할해서 손해를 보려면 현재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어야 하는데, KT&G 주가는 저평가 상태입니다. 그리고 전 세계 기관투자가의 90%는 ESG를 이유로 담배 회사에 투자를 못 합니다. KGC가 분리 상장을 하면 투자할 기관투자가가 꽤 많을 겁니다. 실제 제가 만난 한국의 많은 재벌이 KGC가 매물로 나오면 사겠다고 합니다. KGC의 시가총액만 4조원은 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KT&G의 시가총액은 KGC 시총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회사의 분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같이 있어서 시너지가 없는 회사는 쪼개는 게 낫습니다.
FCP는 이번 주총에서는 스스로 제안을 철회했습니다.
회사 분할은 이사회의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이사회에는 독립적인 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차 전 부회장 같은 분들이 이사회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질 것입니다. 앞으로 계속 분할을 주장할 계획입니다.
주총에서 표 대결을 할 경우 승산이 있나요.
외국인 주주 등 여러 주주를 만났는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제가 하는 일이 옳다는 것뿐입니다. 국민연금 지분율(7.4%·1021만6717주)를 고려했을 때 30, 40대 직장인은 KT&G 주식 1주는 갖고 있습니다. 몇 년째 주가가 흘러내리며 국민들 다수가 앉아서 손해를 본 겁니다. UBS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KT&G가 지난해 4분기에 골드만삭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낸 컨설팅 수수료만 260억원입니다. 누군가가 나서야 되는 상황 아닌가요.
한편 FCP에 따르면 KT&G 산하의 장학재단, 복지재단 등 사내 기관 6곳이 보유하고 있는 의결권 행사 가능한 KT&G 지분은 약 11.1%로 추산됩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7.4%)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이들 사내기관들은 KT&G 측으로부터 자사주를 무상으로 출연 받아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이 대표는 “자사주를 복지재단에 출연한 후 경영권 방어에 쓴다는 것은 미국 등에서는 절대 벌어질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만 KT&G 측은 의결권 행사는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는 “거버넌스가 제대로 정립 안 된 한국에서는 워런 버핏식 투자가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는 “거버넌스가 제대로 정립 안 된 한국에서는 워런 버핏식 투자가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STEP4. 한국에서 투자법?…버핏 따라 하기 위험천만
좋은 기업을 선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적어도 한국에서는 가치주와 성장주 모두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워런 버핏을 따라 가치투자를 한다는 게 정말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싸면 산다는 건데, 싸면 더 싸질 수 있습니다. 가치평가에 대해 제가 좋아하는 말은 ‘물에 잠긴 비치볼’(The Beach Ball Underwater)입니다. 물에 잠긴 비치볼은 어떤 계기만 있으면 위로 솟구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건 미국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비치볼이 왜 물에 잠겨 있겠습니까. 누군가가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비치볼을 잡고 있는 사람이 그 손을 떼지 않으면 영원히 잠겨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는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저평가에는 더 저평가가 있습니다. 거버넌스가 정립이 안 돼 있기 때문입니다. 1%가 안 되는 지분으로 회사를 흔든다, 배당이 성장동력을 갉아먹는다 이런 주장에 너무 길들어져 있기 때문에 주주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안 합니다. 나는 트레이더이니 매매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합니다. 주식은 주인에 대한 증표입니다. 채권이 아닙니다. 거버넌스 개념이 없으면 주식 투자는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가 16일 투자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주가가 올라가게 할 동기가 있는지 없는지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이상현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대표가 16일 투자기업을 선별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주가가 올라가게 할 동기가 있는지 없는지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
결국 거버넌스가 좋은 기업, 혹은 좋아질 기업에 투자하는 게 답인 건가요.
거버넌스가 좋은 회사에 투자하는 게 하나의 방법입니다. 믿을 수 있는 문지기가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게 제1원칙입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거버넌스를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실제 최고경영자(CEO)가 주가가 올라가게 할 동기가 있는지 없는지만 보시면 됩니다. 스톡옵션이 있는지,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은 얼마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거버넌스가 좋다는 전제하에 좋게 보는 산업군은 어디인가요.
소비재 업종을 유망하게 봅니다. 한국은 유행의 전파 속도가 빠릅니다. 트렌드만 먼저 포착해서 일찍 사면 성공한 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현 대표는 누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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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50) 대표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컨설팅 업체에 다니다 투자에 매력을 느껴 투자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위험을 부담하는 대가로 더 많은 성과를 챙겨가는 투자업에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투자청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칼라일그룹 등을 거쳤습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칼라일 한국대표를 지냈습니다. 2014년 ADT캡스를 2조650억원에 인수해 2018년 SK텔레콤에 2조970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2019년 칼라일을 떠난 뒤 2020년 싱가포르에서 FCP를 설립했죠. FCP를 싱가포르에 설립한 이유에 대해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아시아 본부가 싱가포르에 많이 모여 있어 장점이 있는 데다 향후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KT&G를 상대로 투자하고 있지만,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몇 차례 흡연을 시도했지만, 몸이 받지 않아 흡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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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글 “KT&G, 지구상 가장 싼 주식 인삼공사만 살 재벌도 많다”
“부동산 PF 부실, 이제 시작 집값 반등은 너무 이른 얘기”
에디터
안효성
안효성
중앙일보 기자
hyoza@joongang.co.kr
중앙일보 금융팀 기자입니다. 쉽고 정확한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