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칼부림 전날 PC 부수고 폰 초기화...신림 살해범 “범행 계획했다”
정해민 기자
서보범 기자
입력 2023.07.25. 21:01
업데이트 2023.07.25. 21:53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조모씨가 2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조모씨가 2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서울 관악경찰서는 신림동 ‘묻지 마 칼부림’ 사건의 범인 조모(33)씨가 범행 하루 전 자신의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컴퓨터를 부순 사실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자신의 계획 범행을 숨기기 위해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됐다. 경찰은 이날 조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를 하려 했지만, 조씨가 이를 거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범행 하루 전인 지난 20일 자신의 아이폰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 조씨는 “범행을 미리 계획했고, 발각될까 두려워 스마트폰을 초기화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조씨는 이날 자신의 데스크톱 컴퓨터도 망치로 부쉈다. 경찰은 조씨의 이와 같은 행동으로 미루어, 최소 하루 전 범행을 계획해 실행했다고 보고 있다. 조씨는 “사건 당일 인천 집을 나설 때부터 범행을 염두에 뒀다”며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보려고 금천구 집에 들렀는데 ‘왜 그렇게 사냐’고 꾸짖어 더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실시하려 했지만, 조씨의 거부로 무산됐다. 경찰이 사이코패스 검사를 하려 한 건 조씨의 행동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조씨 자신이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다”며 반사회적 성향을 표출했고, 타인에 대한 공감 부족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나타났다. 조씨는 자신의 키가 작아 열등감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고 한다. 조씨 가족들은 사건 직전에도 이상 징후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같이 살던 가족 일부를 조사했지만 범죄와 관련해 유의미한 진술은 없었다”고 했다. 가족들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뜻이다. 조씨는 이번 사건에 사용한 칼을 할머니 집 인근인 서울 금천구 한 마트에서 훔쳤는데, 살인을 위해 ‘새로운 도구’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할머니 집에 있는 칼이 무뎌서 범행에 사용할 날카로운 새 흉기가 필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범행 장소였던 신림동 일대에서는 시민들의 오인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사건 발생 사흘 만인 지난 24일 밤 11시쯤 관악구 신림동에서 “길거리에 칼을 든 남성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한 시간가량 일대를 수색하고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으나 범죄 정황을 확인하지 못해 오인 신고로 판단했다”고 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지난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범행 예고 글을 올린 20대 남성을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정해민 기자
서보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