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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극단적 선택’ 표현 부작용 커 사용 자제를”

 

 

김소영 기자

입력2023.07.27. 오전 3:02 기사원문

 

 

 

 

 

정부, 언론보도때 사용 않도록 권고

“개인 선택으로 오해… 유가족 죄책감

‘자살’ 용어, 자살률 높인단 근거 없어”

자살 상담번호 ‘108’로 통합 검토

 

 

언론이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정부가 권고하기로 했다. 현재 6개로 흩어져 있는 자살 상담 전화번호는 위급 상황에서 쉽게 떠오르도록 하나의 번호인 ‘108’(가안)로 통합하기로 했다.

 

정신건강 및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모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통합위)의 ‘자살 위기 극복 특별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최근 확정했다. 보건복지부 등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에 제안하고 각 부처가 실행토록 할 예정이다.

 

 

● “‘극단적 선택’ 표현은 부작용이 더 커”

 

먼저 통합위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자살보도 권고기준’ 개정을 제안할 방침이다. 현재 복지부와 한국기자협회가 만든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서는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 암시 표현(목매 숨져, 투신 사망 등) 대신 ‘사망’ ‘숨지다’ 등과 같은 표현을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기사 본문의 경우 자살 방법 등을 자세히 보도하지 않도록 했지만 용어와 관련된 별도 규정은 없다. 이에 언론에서는 ‘사망’이라는 단어로 의미를 포괄할 수 없는 경우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관행적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특위는 기사의 본문에서도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자살은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데, 이 용어는 개인 의지의 선택이며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가족에게는 ‘선택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기는 부작용도 크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자살률을 높인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건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해외에서도 한국처럼 에둘러 표현하는 나라는 없고 직접적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 표현 사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며 “언론계와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대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위 논의 과정에서는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는 사회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자살’ 용어 사용을 자제하되,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그대로 사용하자는 의견 등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 상담번호 일원화, 미국서 효과 입증

 

특위는 또 자살 상담 번호를 하나로 통합해 복지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연계하자는 방안도 제안하기로 했다. 현재 자살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번호는 1393, 1577-0199, 129, 1388, 1661-5004, 1588-9191 등 6개다. 일일이 기억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스스로 번호를 찾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운영 주체도 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으로 달라 제각각 관리되고 있었다.

 

일원화할 경우 번호는 ‘108’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108은 1(한 명이라도 자살로 사라지는 생명이) 0(‘제로’가 되도록) 8(빨리 구하자)는 의미다. 특위 관계자는 “세 자리 숫자를 사용하면 자살도 범죄(112)나 화재·구조(119) 같은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위는 논의 과정에서 미국의 성공 사례를 참고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자살 상담 전화를 열 자리에서 911과 비슷한 988로 개편해 효과를 봤다. 미국 보건복지부(HHS)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1년 동안 988에 연결된 전화 및 문자는 총 500만 건으로 전년(300만 건) 대비 66% 증가했다.

 

다만 남은 과제도 있다. 위급 상황에서 빠른 대처가 중요한데 상담사가 부족해 실제 상담까지 연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 위기 상황을 잘 다룰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등을 담당합니다. 몸 또는 마음이 아프거나 여러 이유로 차별받는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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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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