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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러 사이 줄타기, 글로벌 스트롱맨으로 뜬 ‘MBS’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입력 2023.06.17 00:51

 

업데이트 2023.06.1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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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왕세자 ‘러브콜’ 쇄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7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7일(현지시간) 사우디 제다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38) 왕세자 겸 총리가 미국과 중국·러시아 등으로부터 ‘동시 구애’를 받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글로벌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사우디는 최근 안보 파트너인 미국과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 같은 산유국으로 유가 카르텔 협력국인 러시아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하며 국익을 극대화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빈 살만 왕세자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이름의 앞글자를 딴 ‘MBS’로 불리는 빈 살만 왕세자는 2015년 즉위한 부왕인 살만 국왕의 뒤를 이어 국방부 장관을 지내다 2017년 왕세자 겸 제1부총리에 올랐고 지난해 7월부터는 총리까지 맡고 있다. 경제개발문제위원회(CEDA) 의장도 맡아 자산 6200억 달러(약 7조9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국부 펀드인 공공 펀드(PIF)의 공세적인 글로벌 투자를 지휘하고 있다. 5000억 달러가 투입될 미래형 신도시 네옴의 건설 또한 그가 주도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우디의 외교안보를 진두지휘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최근엔 국제사회에서 한껏 높아진 MBS의 외교적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당장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 리야드를 찾아 MBS와 1시간40분 동안 양국 관계 정상화 방안을 비롯해 예멘 내전, 인권 문제, 수단 군벌 분쟁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리야드에서 열린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미국은 중동을 떠나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렛 맥거크 국가안보회의(NSC) 중동·북아프리카 조정관, 아모스 호흐슈타인 백악관 에너지 안보 담당 선임고문 등 미국의 외교 핵심 인사들이 사우디를 찾았다. 미국에 사우디는 최대 무기 수출국이자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 등 테러 조직들과의 전쟁에도 필수 불가결한 군사 파트너다. 중동에서 이란과 힘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미국의 핵심 외교 파트너이기도 하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특히 공을 들여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는 2020년 9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수단·모로코 등 4개 아랍국가 사이에서 아브라함 협정을 중재하며 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이에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중재라는 외교 실적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우디도 MBS가 심혈을 기울이는 네옴 신도시가 이스라엘과 가까운 홍해 북부 아카바만에 접해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과의 적대 관계 청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MBS는 중국과 러시아를 적극 활용하며 미국을 애타게 하는 전략적 외교 행보를 계속해 왔다. 사우디가 지난 3월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재로 숙적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게 대표적이다. 사실 중동 국가인 이라크와 오만이 오랫동안 사우디와 이란의 중재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관계 정상화라는 열매는 결국 중국이 차지한 셈이 됐다.

 

앞서 지난 4일에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플러스(OPEC+)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하루 1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가 크게 출렁이기도 했다. 유가가 오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중인 러시아가 더 많은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미국은 러시아를 옥죄는 차원에서 원유 감산에 반대해 왔지만 사우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MBS는 더 나아가 장차 석유 고갈에 대비해 경제의 중심을 에너지에서 첨단 제조업과 관광업으로 옮기는 ‘비전 2030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개발 사업의 중심에 있는 네옴 미래형 신도시 건설의 경우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PIF 재원과 해외 투자 유치에 더해 남아 있는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최대한 많은 자금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한 국제적인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당장 2029년 겨울 아시안게임을 아직 허허벌판인 네옴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첨단기술과 에너지, 막강한 자금력 등을 바탕으로 사막 한가운데서 겨울 스포츠 국제 행사를 여는 것은 MBS의 강한 의지와 야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평가다.

 

무엇보다 사우디 리야드는 2030 세계박람회 유치를 놓고 부산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개최지는 오는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171개 회원국 표결로 결정된다. 이에 앞서 MBS는 오는 20~21일 파리에서 열리는 BIE 총회와 4차 프레젠테이션(PT)에 참석하고 19일엔 리셉션도 열 계획이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도 BIE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다음주엔 한국과 사우디가 파리 한복판에서 치열한 세계박람회 유치전을 벌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모으게 될 전망이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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