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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발사체 2단 엔진, ICBM 최종 단계 ‘재진입’ 기술 의문 풀까

 

 

이근평 기자 

입력 2023.06.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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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정밀분석에 착수한 북한 우주 발사체 '천리마 1형' 잔해물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단연 엔진 기술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재진입 등 핵심 기술력을 가늠할 수 있는 열쇠로 꼽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인 16일 인양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우주발사체 관련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인 16일 인양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우주발사체 관련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기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로 인양된 잔해는 전날(17일) 국방과학연구소(ADD)로 옮겨졌다. 여기엔 한국 측 관계 기관뿐 아니라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관계자들도 참여해 정밀분석을 벌이고 있다.

 

한·미는 2012년 12월 서해에서 인양한 은하-3호 잔해 조사 때도 공동조사단을 구성했다. 당시 조사에서 군 당국은 북한이 위성발사체라고 주장했던 은하-3호의 1단부 엔진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노동-B(무수단)과 같은 엔진을 사용했던 것을 파악했다. 군 당국은 이를 통해 북한이 위성발사를 가장해 IRBM 실험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北 ICBM ‘재진입체’ 기술 확인될까

 

군 당국이 이번에 인양한 것은 천리마-1형의 2단 추진체로 추정된다. 군 당국이 2단 추진체의 엔진을 확보해 분석할 경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단 추진체에는 ICBM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재진입 기술을 가늠할 단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ICBM이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기술은 목표물에 미사일을 탄착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발사체가 대기권에 다시 들어올 때 섭씨 1만도에 가까운 고온에서도 문제없이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재진입 기술은 ICBM 개발의 최종 단계로 불린다.

 

군 당국이 지난달 31일 발사에 실패해 서해에 떨어진 북한 주장 우주 발사체 천리마 1형 일부를 지난 15일 인양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군 당국이 지난달 31일 발사에 실패해 서해에 떨어진 북한 주장 우주 발사체 천리마 1형 일부를 지난 15일 인양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북한은 이미 여러 차례 ICBM 기술을 완성했다고 주장했지만,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군 당국도 “북한이 ICBM 비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탄두 재진입 기술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재진입 기술 가늠할 단서는 노즐목

 

ICBM 재진입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구성품은 2단 추진체의 엔진 노즐목(nozzle throat)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북한 ICBM 첨두부와 우주발사체 노즐목에는 유사한 기술의 탄소복합재료가 사용된다”며 “가스가 배출되면서 섭씨 8000도 가까운 열을 노즐목도 견뎌내야 한다”고 말했다. ICBM 재진입시 탄두 표면이 깎여 나가는 삭마(削磨·Sharpening)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탄소섬유와 카본 소재를 혼합하는 기술 원리가 필요한데, 이는 노즐목에서도 적용된다는 의미다.  

 

실제 2017년 8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시찰할 때 북한 매체들은 “연구소에서는 대륙간탄도로켓의 전투부 첨두와 고체 발동기(엔진) 분출구(분사 노즐) 제작에 이용하는 최첨단 재료인 '3D탄소·탄소-탄화규소' 복합재료를 연구 개발하고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노즐목에도 핵심 기술이 투입된다는 의미다.

 

이밖에 2단 추진체 내에 연료와 산화제가 남아있다면 최근 개발되는 북한 ICBM 등 발사체의 최근 최대 출력과 비행거리까지 유추해볼 수도 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배관, 벨브, 펌프 등 엔진의 수많은 구성품을 북한이 국산화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엔진이 확보되면 북한이 제재를 뚫고 어느 제품을 썼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軍 연막작전…엔진 확보 여부 “분석 중”

 

관건은 북한의 기술을 가늠할 수 있는 2단부 추진체가 온전하게 인양됐는지 여부다. 군 당국은 이와 관련해 “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군 당국이 지난 16일 잔해물을 언론에 공개했을 때도 상단과 하단은 검은 천으로 가려진 상태였다.

 

군 당국자는 “엔진 수거 여부는 북한 입장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며 “현 시점에서 우리 수집 정보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엔진 확보 여부는 육안으로도 확인이 어렵지 않다”며 “북한 반발 등을 이유로 군이 일부로 모호한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인 16일 인양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잔해물의 상단과 하단이 검은 천으로 가려져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인 16일 인양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잔해물의 상단과 하단이 검은 천으로 가려져있다. 연합뉴스

 

군 안팎에선 동체가 바다에 떨어지면서 엔진이 분리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잔해물 하단에 위치한 엔진이 온전히 남아있다면 펄에 박힌 동체를 끌어올릴 때 무게로 인해 하단부가 아래로 향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하단부가 위를 향했다.

 

일단 북한의 추진체를 확보한 군 당국은 북한이 ‘만리경 1호’라고 이름 붙인 위성체를 찾는 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미 3500t급 수상함구조함 통영함(ATS-Ⅱ)과 광양함(ATS-Ⅱ), 3200t급 잠수함구조함(ASR) 청해진함, 전투함 등 해군 함정 10여 척과 P-3C 항공기, 해군 해난구조전대(SSU) 심해 잠수사 등이 탐색 작전에 투입된 상태다. 군 관계자는 “발사체가 바다에 추락하는 과정에서 레이더상에 180여 개 잔해물이 분리돼 포착된 데다 바닷속 시야가 탁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함정과 항공기를 이용해 위성체, 엔진 등 주요 구성품 탐색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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