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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사퇴한 혼란의 ‘둔촌주공’… D-36 대출만기 시계는 그대로 ‘째깍째깍’

 

 

 

김송이 기자

입력 2022.07.18 15:00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지 3개월이 넘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갈등의 중심에 있던 조합장이 사퇴한 것인데, 나머지 집행부와 조합의 상가분쟁 관련 입장 등은 그대로인 상황이라 공사가 빨리 재개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김현철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장은 전날 ‘조합장직을 사임하겠다’는 내용의 문자를 조합원들에게 발송했다. 지난 4월15일 공사가 중단되고 3개월이 넘은 상황에서 상가 분쟁까지 불거지자 악화한 여론을 넘어서지 못한 모양새다. 얼마 전에는 둔촌주공 조합 핵심 임원인 자문위원 강모씨가 사퇴한 바 있다.

 

 

 

 

지난 8일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춘주공 재건축 현장의 모습. /뉴스1 

지난 8일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춘주공 재건축 현장의 모습. /뉴스1

 

 

 

김 조합장은 전날 “저의 부족함으로 조합의 추진동력이 떨어져서 조합이 어떤 방향을 제시해도 그에 대한 의구심만 고조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제 저의 역량에 한계를 느껴 오늘부로 조합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조합은 조합장 대행 체제를 출범하고 시공사와의 협의에도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지만, 둔촌주공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시선은 거의 없는 상태다.

 

 

 

 

◇조합 집행부·상가 입장 ‘유지’… “달라진 게 없다”

 

현 조합장이 사퇴했음에도 둔촌주공 공사가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조합 집행부 구성이다. 둔촌주공 조합은 조합장과 이사 등을 포함해 총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 조합장이 사퇴했지만, 집행부가 대부분 그대로 조합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김 조합장을 포함해 현 조합 집행부는 사실상 둔촌주공 공사를 둘러싼 갈등의 ‘도화선’이다. 이전 조합장과 시공사업단이 지난 2020년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 무효를 주장하며 갈등을 촉발했다. 현 조합 집행부는 이 계약이 한국부동산원의 감정 결과를 반영한 총회를 거치지 않은데다 전 조합장 해임일에 맺어져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시가 나서 시공사업단과의 중재를 시도했지만, 이 역시 불협화음을 빚었다. 이달 초 서울시는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주요쟁점 9개 중 8개에 대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조합은 시공사가 부정한 중재안에 대해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서울시가 불쑥 합의를 공표했다며 서울시와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조합장 직무대행은 현 조합 이사 중에 호선(互選)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결국 현 조합장이 사임했을 뿐 시공사업단과 갈등을 겪은 조합 집행부 구성원 대부분이 그대로인 것이다. 둔촌주공 정상화위원회 관계자는 “조합장이 사퇴했더라도 이사진은 그대로다”라며 “조합 집행부는 이미 신뢰나 동력은 상실했다. 전원에 대한 해임총회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상가 분쟁 관련 입장도 그대로인 상태다. 둔촌주공 조합은 시공사업단 뿐 아니라 상가 건물관리업체(PM) 리츠인홀딩스와도 갈등을 겪고 있다. 작년 7월 조합이 상가대표기구를 ‘통합상가위원회’로 교체하고, 같은 해 12월 전(前) 상가대표기구가 PM사와 맺은 기존 계약을 무효로 판단해 계약 해지를 결정했는데 PM사는 이에 반발해 상가 건물 2개에 대한 유치권 행사에 들어갔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대행체제를 출범하고, 시공사와의 협의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성실하게 진행한다”면서 “이 외에 추가로 설명할 사항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했다. 김 조합장은 사퇴 문자에서 “시공사업단에게 상가공사비에 대한 확실한 지급을 약속하며, 상가문제로 인한 법적인 문제 발생시 모든 책임을 상가대표 단체에서 지는 조건 하에 조속히 협상을 진행하겠다”고만 밝혔다.

 

 

8일 공사 중단이 계속되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춘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시공사업단이 붙인 '유치권 행사' 안내문이 벽에 걸려 있다. / 연합뉴스

8일 공사 중단이 계속되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춘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시공사업단이 붙인 '유치권 행사' 안내문이 벽에 걸려 있다. / 연합뉴스

 

 

 

 

◇“대출만기 다가오는데”… 대위변제·구상권 청구 가능성 ‘여전’

 

둔촌주공 아파트는 ‘조합장 사퇴’라는 새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다음 달이면 사업비 대출 만기가 도래한다. 둔촌주공 조합은 만기가 도래하는 70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상환할 방법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를 주도했던 조합장이 사퇴한 상태다. 최악의 경우 유치권에 의한 경매로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상당 부분 잃게 된다.

 

둔촌주공의 경우 농협은행을 비롯해 삼성생명, 교보생명, 신한은행 등 17곳이 참여해 사업비를 대출했다. 이들로 구성된 대주단(기업이나 사업장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만든 단체)은 지난 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비 대출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둔촌주공 조합원은 1인당 약 1억원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오는 8월까지 조합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조합은 파산하게 되고 시공사업단은 대위변제 후 공사비, 사업비, 이자 등을 포함한 2조원 가량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조합이 이 역시 갚지 못하면 조합의 사업 부지와 건물은 압류,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

 

조합도 대출을 상환할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14일 김현철 조합장은 “조합원 여러분께서 걱정하는 사업비 만기 상환 방법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한 조합원은 “조합이 새로운 대주단을 구성했다고 했지만, 대출 조건 등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이날 전달될 예정이었지만, 새 대주단 구성에 앞장선 조합장이 사퇴하면서 아무 연락이 없다”고 했다.

 

조합장 사퇴에도 시공사업단의 입장 역시 변한 게 없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서울시와 확인한 중재안 8개에서 추가적으로 양보하고 협의할 건 없다”면서 “상가 분쟁의 경우, 상가 위에 아파트를 올려야하기 때문에 상가분쟁 해결 없이는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업비 대출과 관련해서도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오는 23일 만기까지 조합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예정대로 대위변제 절차에 들어간다”면서 “조합이 대출금을 마련하고, 조합장이 사퇴한다는 등의 모든 내용을 조합에서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게 없는 상황이라 시공사업단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기존 5930가구 단지를 지상 최고 35층, 85동, 1만2032가구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지다. 일반 분양 가구 수만도 4700가구로, 서울 분양 시장에서도 최대어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현 조합이 전임 집행부가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 시공사업단과 맺었던 공사비 증액 계약을 절차상 문제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지난 4월15일부터 중단됐다.

 

 

 

김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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