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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정체’ 강변북로·경부간선도로 지하화 추진…“지상엔 공원 만든다”
입력 2022.10.27 (11:22)수정 2022.10.27 (15:55)취재K
이승재 기자 sjl@kbs.co.kr
■ "최악의 정체 구간"…'강변북로'·'경부간선도로' 지하도로 추진
강변북로와 경부간선도로를 통해 출·퇴근하시는 직장인분들은 매일 최악의 정체를 경험하고 있으실 텐데요. 상습 정체 시간에 갇히면 걷는 게 빠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심한 정체를 겪는 곳입니다.
정체가 얼마나 심각한지 수치로 보겠습니다. 강변북로의 현재 평균 통행 속도는 31.9km/h, 경부간선도로의 평균 통행 속도는 28.3km/h입니다. 서울 시내 다른 자동차 전용 도로인 내부순환로(56.7㎞/h), 올림픽대로(54.7㎞/h), 우면산로(50.9㎞/h), 분당수서로(50.7㎞/h), 동부간선도로(50.4㎞/h) 등보다도 통행 속도가 훨씬 느립니다.
교통량 또한 만만치 않은데요. 강변북로를 이용하는 하루 교통량은 20~25만 대, 경부간선도로는 16~24만 대입니다. '교통량 대 용량비 값'(교통시설의 용량에 대한 수요 교통량의 비를 수치로 환산한 것)으로 보면 도로가 교통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교통량 대 용량비' 수치가 1을 넘어서면 교통량이 지어진 도로 용량을 초과한다는 의미인데요. 강변북로는 0.9~1.1, 경부간선도로는 1.12~1.46입니다.
속도·교통량 모두 자신의 용량을 초과하고 있는 강변북로와 경부간선도로의 악성 정체를 해결하고자 서울시가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지하에 고속도로를 만들고 지상에 있던 차로를 줄여 보행자 도로와 함께 녹지를 만들겠다는 내용입니다.
■ '강변북로' 지하에 6차선 도시고속도로 개통
강변북로는 지상에 새롭게 차선을 늘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강변북로 지하에 도로를 새롭게 만들어서 도로 용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현재 강변북로는 일산 방향과 구리 방향으로 각 4차선 도로가 있습니다. 서울시의 계획은 지금의 8차선 도로를 12차선 도로로 탈바꿈하겠다는 겁니다.
일산 방향 4차선과 구리 방향 4차선 도로를 각 3차선 도로로 줄이고 지하에는 일산 방향 3차선, 구리 방향 3차선 도로를 새롭게 만드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일산 방향 지상 3차선+일산 방향 지하 3차선(총 6차선), 구리 방향 지상 3차선+구리 방향 3차선(총 6차선)으로 모두 12차선이 됩니다.
도로를 지하화하면 서울시는 지상 도로는 평균 통행 속도가 40~50km/h, 지하는 90~100km/h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이 넘었던 '교통량 대 용량비' 또한 0.69~0.96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산방향에 있던 1차선 도로는 보도를 설치하고 녹지화를 할 예정입니다. 기존에는 강변북로 일산 방향에서 한강 접근이 안 됐지만 보도를 설치해 한강공원으로 접근하고 한강공원 일대에 녹지를 구성해 시민들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한강변 공간을 구성할 계획입니다.
■ '경부간선도로'는 지하 왕복 12차 도로 건설 검토
'경부간선도로'의 경우 사실상 전면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부간선도로는 양재로 가는 방향이 4차로, 한남으로 가는 방향이 4차로로 총 8차선 도로로, 폭은 총 40m입니다.
이 도로 가운데에 지상 공원을 만들고 양 옆에는 고속도로가 아닌 지역 생활 차량 도로를 형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에 차량 도로 옆에는 시민들의 보행로, 자전거 도로 등을 만들 예정입니다. 기존에 있던 8차선 고속도로는 지하로 옮겨가 왕복 12차선 도로를 건설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평균 통행 속도는 지상의 경우 50km/h, 지하는 80~100km/h를 달릴 수 있고, '교통량 대 용량비'는 0.52~0.69로 기존(1.12~1.46)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서울시는 추산하고 있습니다.
지하에 도로를 만들어서 만성 교통난을 해소하고 지상부는 시민 여가 공간 및 지역 필요 시설을 조성한다는 건데요. 결국에는 간선도로로 막혀있는 서울 동·서측 생활권도 통합한다는 목표입니다. 계획대로 보행로가 만들어진다면 차량 통행만 이뤄졌던 현재의 경부간선도로를 통해 서울의 동·서간 도보 및 자전거 이동도 가능해지는 겁니다.
두 가지 계획을 위해 서울시는 올해까지 사업이 타당성이 있는지 조사를 마치고 내년에 한강변 공간 구상과 교량을 연결하는 체계를 완성할 방침입니다. 이후 2024년까지는 투자 심사 결과에 따라 설계를 마무리하고 공사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입니다.
■ 지상도로를 지하화한 마드리드 '리오공원'이 참고 모델
이번 서울시의 도로 지하화 계획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리오공원'을 참고로 했습니다. 유럽을 방문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현지시간) 리오공원을 직접 둘러보고 도로공간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된 리오공원 프로젝트에는 4조 9,700억 원이 소요됐는데요. 리오공원은 지상 도로로 단절됐던 수변공간을 도로 지하화를 통해 마드리드의 시민 여가 공간으로 탈바꿈한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도심을 흐르는 만사나레스 강변에 공원 둑길을 조성해 이전까지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아온 만사나레스 강은 나무 사이로 조성된 산책길과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간이 됐습니다.
■ 예측 비용 2조 원 넘어…자금 조달·10년 장기 프로젝트 숙제
강변북로 지하화 공사에는 총 사업비가 1조 200억 원, 경부간선도로 공사는 1조 2,000억 원이 소요될 것을 서울시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는 기획 단계로 실제 시공은 2025년, 교통량 지하도로로의 전환은 2032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2조가 넘는 비용은 서울시 재정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 기업 유치를 통해 해결할 계획입니다.
다만, 현재 국내 경제는 대외적으로는 달러 초강세에 대내적으로도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경제 위기가 우려되고 있어 기업 유치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10년 프로젝트인 만큼 서울시장 임기에 따라 사업의 연속성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지하화 계획을 첫 발표한 단계인 만큼 악성 정체를 겪고 있는 강변북로와 경부간선도로가 10년 후에는 시민들이 걸어다니고 차는 막힘 없이 시원하게 달릴 수 있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
대문사진 : 원소민
그래픽 :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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