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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먹고 안 쓰고 버티는데 또 오른다고?… 깊어가는 서민 한숨 [뉴스 투데이]

 

 

 

입력 : 2023-02-20 18:30:00 수정 : 2023-02-20 20:06:56

조희연·박유빈 기자

 

 

고금리·고물가에 팍팍한 삶

 

2022년 4분기 가계대출 금리 5%대

코로나 직전보다 두배 가까이 올라

 

대출이자 부담에 서민들은 지갑 닫고

임대인들 오른 이자만큼 임대료 올려

 

4월부터 ‘서민 술’ 소주·맥주값도 인상

“코로나 영업제한때보다 힘들어” 호소

 

 

 

 

#1. 지난 15일 오후 9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은 텅 비어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부부는 “요즘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9시 통금’ 시절보다도 더 힘들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오르니까 사람들이 소비를 줄인다. 식당을 찾는 손님 자체도 줄었고, 그나마 오는 손님도 주문하는 양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그들은 “예전에는 메인 메뉴 2개에 사이드 메뉴 1개를 시켰는데, 이젠 메인 메뉴 1개에 사이드 메뉴를 2개 시킨다”면서 “사람들이 여유가 없어져서 서로 집에 가져가라며 음식을 포장해주는 문화도 사라졌다”고 씁쓸해했다.

 

#2. “대통령까지 나서서 지적했으니 금리가 조금은 내려가지 않을까요.” 서울 마포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성미(62)씨는 “2021년 코로나19 때문에 영업을 못해서 대출을 받았는데 아직 상환을 못했다”면서 “그땐 금리가 3%대였는데 최근 거의 6%까지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금 금리 수준으로는 서민들이 살 수가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자신이지만 지난해 ‘영끌족’이 된 30대 아들에 대한 걱정도 크다. 그는 “아들이 3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월급이 다 대출 이자로 나가 투잡을 뛸지, 이직을 할지 고민이 많더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20일 서울 시내의 한 재래시장에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고금리로 인한 서민들의 한숨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출 금리 급등은 대출 차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임대료 등 고정비용까지 끌어올리고 결국 서민들의 소비를 감소시켜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은행권 금리로 인한 서민 고통을 지적하면서 대출 금리가 조금씩 내려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를 체감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고 국내 소비자물가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오는 2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최소 동결할 가능성도 적잖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신규 취급된 가계대출 금리는 5.50%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이전인 2020년 1분기(2.91%)나 같은 해 3분기(2.59%)와 비교하면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2020년 5월 0.50%까지 낮췄는데, 이후 물가상승률이 치솟자 2021년 8월부터는 거듭 인상을 단행하면서 대출 금리 인상을 주도했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50%다.

 

대출 금리 급등의 파급효과는 대출 이자를 넘어 임대료에도 영향을 미쳤다. 임대인들이 이자 부담을 명분으로 임대료를 올리기 때문이다. 직장인 정모(30)씨는 며칠 전 월세방 주인에게 “월세를 5% 인상하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계약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집주인은 “금리가 오른 탓에 월세가 대출 이자로 빠져나가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인은 임대료를 5%까지 증액할 수 있는데, 그 상한선을 제안한 셈이다. 정씨는 “나도 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늘었는데 이제 월세 비용까지 늘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난방비, 택시요금 등 사회 전반적으로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일례로 졸업식 시즌을 맞아 자녀들의 꽃다발을 사주려던 학부모들은 급등한 꽃 가격에 고민이 깊어졌다. 인상된 가격에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내 화훼도매상가 등을 직접 방문해 꽃을 구매하려는 시민도 늘었다. 자녀가 올해 대학교 졸업을 앞둔 송모(57)씨는 “일반 꽃집에선 장미 세 송이에 안개꽃 조금 있는 다발이 포장도 별로고 안 예쁜데 4만원”이라며 “고속터미널까지 가 졸업식 꽃을 사려 한다”고 말했다.

 

 

 

 

 

 

물가는 앞으로도 오를 전망이다. 당장 오는 4월부터는 맥주에 붙는 세금과 소주의 원료가 되는 주정(에탄올)과 병 가격이 인상되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맥주와 소주 출고가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직장인 장모(31)씨는 “친구랑 편하게 만나려 해도 술값이 비싸 등골이 휘겠다”며 “소맥은 더 이상 서민의 술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반기에는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크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 금리가 오르면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시민들이 소비를 줄이고 내수경기는 침체된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어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생각하면 한은이 (오는 23일)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는데, 그럴 경우 우리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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