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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곡물가 하락, 라면 과자 빵 내려라"…올릴땐 `번개` 내릴땐 `요지부동`

 

 

박양수 기자

입력2023.06.26. 오전 8:34  수정2023.06.26. 오전 10:43 기사원문

 

 

 

 

 

소비자단체, 국제 곡물가 하락 반영 촉구

 

"올릴 땐 재빠르게 내릴 땐 요지부동"

 

라면업체들 '눈치보기'…"검토중이나 결정된 건 없어"

 

 

 

먹거리 물가 부담이 서민생활을 짓누르는 가운데, 최근 정부의 라면 가격 인하 권고에 대한 식품 기업들의 반응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국제 곡물가 상승을 명분으로 큰 폭의 가격 인상을 한 반면, 국제 하락기에는 꼼짝을 안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소비자 단체들은 국제 곡물 가격 하락세를 반영해 라면은 물론 과자, 빵,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인하해야 한다고 강력 촉구하고 있다.

 

26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농심이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하자 바로 다음 달 팔도와 오뚜기가 제품 가격을 9.8%, 11.0% 각각 인상했고, 삼양식품은 11월에 라면 가격을 평균 9.7% 올렸다.

 

올해 1분기 라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4%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14.7%) 이후 15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 곡물 가격 하락을 이유로 기업들에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했고, 소비자 단체들이 지원 사격에 나섰다.

 

라면 가격이 실제로 인하될지는 미지수다. 먹거리 물가 부담이 줄어들려면 소득이 큰 폭으로 늘거나 먹거리 물가 상승 폭이 둔화하는 수밖에 없는데, 당장 소득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긴 어렵기 때문에 식품 가격이 내리거나 동결되는 게 더 현실적인 방법이다.

 

라면 업체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제 곡물 가격이 지난해보다 내리긴 했지만 평년 수준보다 높고, 라면의 다른 원료인 전분 가격은 오히려 오른 데다 인건비, 물류비 부담도 커졌다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달에는 전분 가격 인상이 비용에 반영됐고 하반기에는 설탕 가격 인상도 반영되는 등 올해 연간으로 550억∼600억원의 비용이 더 들게 된다"며 "팜유 등의 가격 인하분 100억원을 고려해도 올해 최대 500억원의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다각도로 검토해 보고 있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뚜기나 삼양식품도 고민은 비슷하다. 오뚜기 관계자는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긴 하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고, 삼양식품 관계자도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업계 1위 농심의 결정이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라면 업체들이 눈치 보기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단체들은 매출원가 폭등으로 큰 부담이 있다는 정황은 눈에 띄지 않는다며 라면 업체들이 원재료 상승 때는 재빠르게 가격을 인상하고 원재료가 하락할 때는 나 몰라라 요지부동이라고 비판했다. 원재료 가격 하락도 소비자 가격에 빠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4분기부터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만큼 식품기업들이 원재료 구매 후 1∼2분기 시차를 두고 생산에 반영한다고 해도 충분한 시간이 지난 만큼 올해 2분기에는 라면 가격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라면, 과자, 빵은 소비자가 일상에서 부담 없이 구매하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식품"이라며 "가격 인상 요인이 완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물가 안정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해 가격 담합이 적발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는 빙과, 아이스크림 역시 가격 인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1분기에는 라면(12.4%) 외에도 빵(14.3%), 스낵과자(13.1%), 아이스크림(11.8%) 등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0%가 넘었다. 라면의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던 것처럼 아이스크림도 2009년 2분기(14.5%) 이후 가장 높았다.

 

빵은 지난해 4분기 15.3%로 2008년 4분기(17.8%) 이후 정점을 찍었다가 올해 1분기 소폭 하락했고, 스낵과자는 지난해 4분기 14.1%로 2008년 4분기(18.2%) 이후 최고였다가 올해 1분기 소폭 내려왔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앞서 식품 기업들은 지난 2010년 원룟값 하락에 따라 제품 가격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농심은 신라면 등 주력 제품의 가격을 2.7∼7.1% 인하했고,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등 5개 제품 가격을 최대 6.7% 내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한 것과 관련해 국내 라면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라면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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