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S 지식정보센터

국내 뉴스

 

 

 

 

중앙일보

사회 사회일반

"검찰청 복사기가 부족해서…" 대장동 첫 공판도 이래서 밀렸다

 

 

입력 2024.03.24 05:00

 

업데이트 2024.03.24 08:45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이영근 기자 

구독

 

 

 증거기록 열람·등사를 하는 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나요? 

 

지난 19일 오후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 양환승 부장판사가 물었다. 고객을 속여 1조4000억원대 코인을 편취한 혐의(사기)를 받는 가상자산 예치업체 하루 인베스트 경영진의 첫 형사 재판에서다. 피고인 측 변호사는 “검찰청 복사기가 한정돼서 통상 2~3주는 소요된다”며 “이 사건뿐 아니라 다른 사건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순간 방청객 곳곳에서 한숨과 헛웃음이 나왔다. 열람·등사 문제를 놓고 재판부와 변호인 간 실랑이가 오간 끝에 기일은 결국 예정보다 일주일 미뤄졌다. 사기 피해자 강모씨는 재판이 끝난 뒤 “하루라도 빨리 재판이 진행됐으면 좋겠는데 복사기가 부족해 기일이 밀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중앙·남부지검 등 형사 사건이 많은 검찰청에서는 재판 기록 열람·등사 수요를 복사기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뉴스1

서울중앙·남부지검 등 형사 사건이 많은 검찰청에서는 재판 기록 열람·등사 수요를 복사기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뉴스1

 

검사가 제출한 증거기록 등을 확인하는 열람·등사는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한 핵심 절차다. 하지만 열람·등사를 위한 복사기가 충분치 않아 재판이 공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29개 검찰청 민원실에 총 60대의 고속 스캔·복사기를 5년간 임대 형태로 배치했다. 전국 모든 형사 재판의 관련 기록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건당 열람·등사 기록은 많으면 수십만 쪽에 이른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남부지검 등은 사건 수가 많고 사건별 기록 양도 많아 복사기 수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순번 밀려 신청 한 달 만에”…골무 끼고 한 장씩 복사 

 

20일 오후 서울남부지검 민원실에선 변호사 사무실 직원 8명이 손가락에 골무를 끼고 복사와 마스킹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 옆에는 약 60㎝ 높이의 서류 뭉치가 있었다. 이날 두 시간 넘게 등사를 했다는 직원 김모씨는 “순번이 밀려 신청한 지 한 달 만에 왔다”며 “수천 쪽 이상의 기록은 하루 안에 작업을 마치지 못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열람·등사는 신청제로 이뤄진다. 담당 검사의 허가를 받은 뒤 순번이 돼야 검찰청 민원실 복사기 앞에 설 수 있다. 분실 방지를 위해 자동 복사도 허용되지 않아서 기록을 한 장 한 장 직접 복사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름·주소 등 개인정보를 가리는 마스킹 작업을 하고 검찰 직원의 최종 검수까지 거쳐야 기록을 받을 수 있다.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실에 비치된 열람등사 신청 관련 안내문. 검사가 제출한 증거기록 등을 확인하는 열람·등사는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한 핵심 절차다. 박종서 기자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실에 비치된 열람등사 신청 관련 안내문. 검사가 제출한 증거기록 등을 확인하는 열람·등사는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한 핵심 절차다. 박종서 기자

 

검찰은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엄격한 절차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열람·등사가 늦어 두 달 가까이 재판이 미뤄진 사건도 있다”며 “어차피 복사하고 다시 PDF 파일로 변환하는데 21세기에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오는 10월 형사 전자소송 도입 뒤 해소 전망

실제 수사 기록이 방대한 주요 사건은 수개월씩은 예사로 지체된다. 지난해 5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의혹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대표 측은 “수사기록이 20만쪽에 달한다”며 “복사에 수개월이 걸리고, 기록 검토에도 1년 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전을 거듭한 대장동 사건 첫 공판은 지난해 10월에서야 겨우 열렸다.

 

열람·등사에 따른 재판 지연은 형사 전자소송이 시행되는 올해 10월이나 돼서야 차차 해소될 전망이다. 국회는 지난 2021년 9월 형사사법 절차에서 서류 대신 전자문서를 사용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민사·행정 소송의 경우 이미 2011년부터 전자소송제도가 도입된 상태다. 다만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 전자소송이 도입되더라도 수사 및 증거기록에 관한 검찰의 권한이 제한되진 않는다”며 “열람·등사 범위 등을 놓고 벌이는 검찰과 변호인 간 실랑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근·박종서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Hit)(Hot)= (뉴시스 양소리 김승민) 윤-리 총리 "외교안보 대화 신설…FTA 2단계 협상 재개"(종합) ...[2024-05-26] viemysogno 2024.05.26
4857 =Hot= (유튜브 올빼미TV) 부산 형제복지원 시즌 2 ☆ 갑부가 된 악마 원장 재기를 노렸다 ...[2024-03-24] viemysogno 2024.03.24
4856 (KBS 김진희) 그 어려운 걸 해낸 배달 앱이 정말 있었다? ...[2024-03-24] viemysogno 2024.03.24
4855 (유튜브 강호의발바닥TV) 자연인 믿으면 호구 |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던 지리산 청학동 ...[2024-03-24] viemysogno 2024.03.24
» (중앙일보 이영근) "검찰청 복사기가 부족해서…" 대장동 첫 공판도 이래서 밀렸다 ...[2024-03-24] viemysogno 2024.03.24
4853 (TV조선 지정용) 집단행동 동참 않는 의대생들 "조리돌림과 강요 중단하라" ...[2024-03-23] viemysogno 2024.03.23
4852 (유튜브 마카다TV) 바닥까지 내려가도 매매가 안되는 숙박업소_뭘해야 될까요 ...[2024-03-23] viemysogno 2024.03.23
4851 (중앙일보 이창훈) 빨강·파랑 버려야 산다…"사람 봐달라" 당명 숨기는 험지 후보들 ...[2024-03-23] viemysogno 2024.03.23
4850 (채널A 유승진) [단독]나경원 “국민의힘, 저점 찍었다…민주 ‘탄핵론’, 오만함 드러낸 것” ...[2024-03-23] viemysogno 2024.03.23
4849 (중앙일보 박태인) "스피커 한동훈만으로 부족"…용산 참모들, 직접 언론 출격 왜 ...[2024-03-23] viemysogno 2024.03.23
4848 (YTN 강희경) "尹 지지율 34%...국민의힘 34%·민주당 33%" ...[2024-03-22] viemysogno 2024.03.22
4847 (유튜브 패널튜브) "저희요 할 만큼 했습니다" 손흥민 4일 후 국가대표 은퇴 공식선언 대반전 // 손웅정 박지성 신설 국가대표 코치팀 확정발표 황선홍 강제퇴출 신설협회 대반격 ...[2024-03-22] viemysogno 2024.03.22
4846 =Hot= (유튜브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가장 싼 전기 만들겠다, 트럼프의 전력망 프로젝트 (법무법인 율촌 최준영 전문위원) ...[2024-03-22] viemysogno 2024.03.22
4845 (중앙일보 김지혜) [속보] 개혁신당 류호정, 출마 포기 선언 "제3지대 정치는 실패" ...[2024-03-22] viemysogno 2024.03.22
4844 (중앙일보 김준영) 공수처 "이종섭 소환 당분간 어렵다"…李측 "그럼 출금 왜 했나" ...[2024-03-22] viemysogno 2024.03.22
4843 (KBS 김유대) [총선] 한동훈, 중원 공략…“민주당, 천안함 막말 후보들에 면죄부” ...[2024-03-22] viemysogno 2024.03.22
4842 =Hot= (유튜브 마카다TV) 차명계좌 수십개 밤마다 나가서 도박 유흥비로 탕진 ...[2024-03-22] viemysogno 2024.03.22
4841 =Hot= (중앙일보 이지영) ‘몽규 나가’ 깃발로 붉은악마·경호업체 충돌…KFA “규정상 반입금지 크기” ...[2024-03-22] viemysogno 2024.03.22
4840 (중앙일보 이지영) [속보] 공수처 “이종섭 소환조사 당분간 어렵다” ...[2024-03-22] viemysogno 2024.03.22
4839 (뉴스친구) "이들 사건은 굉장히 대통령실로서는 억울할 것" ...[2024-03-22] viemysogno 2024.03.22
4838 (쿠키뉴스 심하연) 세포라도 백기 들고 철수…매출 1위 올리브영 ‘독무대’ ...[2024-03-22] viemysogno 2024.03.2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269 Next
/ 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