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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진 ‘호랑이 사냥’…중국, 올 들어 19번째 고위직 낙마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2022.04.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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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 정신 학습·관철 연구토론회’에서 연설을 하며 반부패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정부망 캡쳐© 경향신문
올 가을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의 사정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올 들어서만 벌써 20명 가까운 ‘부패 호랑이’가 사정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중국은 부패한 고위 관료들에 대한 사정 작업을 ‘호랑이 사냥’으로 부른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지난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위루밍(于魯明) 베이징시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 엄중한 기율 위반과 위법 혐의로 기율 심사 및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공지했다. 기율·감찰위는 통상 고위 관료에 대한 조사 사실을 공개할 때 자세한 혐의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위 부주석 역시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베이징시 위생건강위원회 주임도 맡아왔다. 기율·감찰위 조사 사실 공개는 그가 모든 공직에서 낙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무(極目)뉴스 등 현지 언론은 “일주일 전만해도 중요 회의에 참석했던 위 부주석의 낙마는 다소 갑작스러운 것”이라며 그가 올 들어 기율·감찰위 조사 대상에 오른 19번째 부패 호랑이라고 전했다. 위 부주석의 낙마 소식은 기율·감찰위가 지난 10일 쑨위안량(孫遠良) 전 랴오닝(遼寧)성 정협 부주석에 대한 조사 사실을 공개한 지 6일만에 나왔다. 일주일 새 두 명의 전·현직 고위 인사가 잇따라 사정 당국의 타깃이 된 것이다. 이는 올해 더욱 빨라지고 있는 중국의 사정 작업 속도를 반영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낙마한 중국의 부패 호랑이는 모두 9명이었다. 2020년에는 한 명도 없었고, 2019년과 2018년에는 같은 기간에 각각 6명과 5명이 낙마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2기 들어 가장 강력한 사정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기율·감찰위는 올 초부터 강도 높은 호랑이 사냥을 예고해왔다. 기율·감찰위는 1월 초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엄격한 기조를 견지하고 압도적임 힘을 유지해 확고부동한 반부패 투쟁을 끝까지 진행할 것”이라며 “새해 호랑이 사냥은 당이 위대한 자기 혁명을 끝까지 해내겠다는 굳은 결심을 재차 선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때를 즈음해 장융쩌(張永澤)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부주석과 국유기업인 중국생명보험 왕빈(王濱) 회장이 올해 첫 감찰 대상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정법·금융·철도 등 여러 분야 인사와 10개 지역 전·현직 고위 관료가 줄줄이 감찰 조사를 받았다.
중국이 올해 사정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은 가을로 예정된 20차 당 대회와 무관치 않다. 시 주석의 3연임 결정을 앞두고 기강을 다잡음으로써 그의 1인 권력과 당내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12년 18차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처음 권력을 잡으며 시작한 ‘부패와의 전쟁’이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당 대회에 맞춰 시 주석 집권 기간 10년의 대대적 반부패 투쟁 성과를 결산하고 하나의 치적으로 삼아 3연임 ‘대관식’을 치르겠다는 의도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14일자 지면에 시 주석 재임 기간 이뤄진 반부패 성과를 대대적으로 소개하면서 “올해는 18차 당 대회 이후 10년째 되는 해로, 반부패 투쟁은 압승을 궈뒀고 더욱 공고해졌으며 당심과 민심은 더욱 결집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 주위에 더욱 긴밀하게 단결해 자기혁명정신을 발양해야 한다”며 “반부패 투쟁의 장기전을 잘 이어간다면 전국 인민을 이끌고 계속 새로운 기적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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