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中 반도체 때리자 한국만 수출 줄었다…대만·일본 급증
중앙일보
입력 2022.04.25 06:00
김경진 기자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 갈등이 번지기 시작한 2019년 이후 한국이 가장 크게 반도체 수출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이미지. [중앙포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5일 한국과 대만, 아세안 6국(베트남·싱가포르·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중국 반도체 수입시장 점유율을 분석했더니 이같이 분석됐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대만과 일본·아세안 6국은 덩치를 키웠지만 한국과 미국은 점유율이 쪼그라들었다.
한국 점유율 5.5%포인트 하락
특히 한국의 타격이 컸다.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8년 대비 지난해 대만의 점유율은 4.4%포인트, 일본은 1.8%포인트 늘었지만, 한국의 점유율은 5.5%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시기 미국이 0.3%포인트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이 더 큰 충격을 받은 셈이다.
앞서 미국은 2019년 4월부터 2020년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중국 반도체 반도체 굴기의 핵심인 화웨이와 SMIC를 대상으로 미국의 반도체 소프트웨어·장비를 활용해 생산된 반도체의 공급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반도체 수입 국가 점유율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국 반도체 수입시장 점유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 결과, 대만과 일본이 수혜를 봤다. 중국은 2018년 대비 지난해 반도체 수입이 37.2% 늘었는데, 이 중 대만·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각각 57.4%, 34.8% 증가했다. 전경련 측은 “미국의 제재로 중국 토종기업과 중국 내 외국인 투자 기업들이 미국 반도체 구매가 막히자 대만산 반도체 칩 수입을 늘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中, 한국 메모리 수입 13.7% 하락
이에 비해 중국의 한국 반도체 수입은 6.5% 증가에 그쳤다. 화웨이의 한국산 메모리 구매 중단,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등의 여파로 지난해 중국의 한국산 메모리 수입이 2018년 대비 13.7%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4686억 달러(약 583조원)로 원유 수입(2550억 달러)의 1.8배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2015년 ‘중국 제조 2025’에서 반도체 굴기를 천명하고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2020년 반도체 자급률 40% 달성에 도전했다. 하지만 2020년 실제 반도체 자급률은 15.8%에 그쳤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20년 중국 내 반도체 집적회로(IC) 대부분을 중국 진출 해외기업인 TSMC·SK하이닉스·삼성전자·인텔·UMC 등이 생산하고 있다.
TSMC 로고 [연합뉴스]
하지만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입장에서 반도체 산업(IC 기준)은 2018년 대비 매출 기준 61%, 생산량 기준 94%가 성장한 중요한 산업이다. 이에 따라 미국 반도체 업계는 중국이 중앙정부의 지원을 통해 노드·파운드리 생산·장비·소재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격차를 좁힐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올해 2월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50억 달러(약 5조9000억원) 조달에 나섰다.
국내 기업 정부 지원금 비중 1% 미만
글로벌 반도체 초격차 경쟁을 놓고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반도체 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경련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1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정부 지원금 비중을 조사한 결과, 상위 3개 기업이 중국 기업(SMIC 6.6%, 화홍 5%, 칭화유니그룹 4%)이었다. 미국 기업(마이크론 3.8%, 퀄컴 3%, 인텔 2.2%)도 상당한 수준의 지원을 받은 데 비해 삼성전자(0.8%)와 SK하이닉스(0.5%)는 지원금 비중이 미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2018년 4월 중국 우한에 있는 YMTC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신화통신]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미국·중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자주적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공급망 재편을 가속하고 있는 만큼 차기 정부는 K-반도체의 글로벌 초격차 확보를 위해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세제 혜택 등 정책 지원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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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kjink@joongang.co.kr